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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리커창 “협력의 시대” … 제3국 50곳 공동개발 합의

중앙일보 2018.10.26 00:54 종합 8면 지면보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25일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25일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공식 방문을 시작했다. 일본 총리가 국제회의를 제외하고 단독으로 중국을 찾은 것은 7년 만이다.
 

시진핑·아베 오늘 베이징서 회담
장관급 류쿤, 공항서 아베 영접
리셉션엔 부총리급 왕이도 참석
일본, 중국 일대일로에 협력 의사
양국 300조 통화스와프 맺기로

아베 총리는 방중 이틀째인 26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각각 별도의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5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간 아베 총리는 중국과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국 도착 후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인민대회당으로 이동해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날 일본과 중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에서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 나라가 혼자서 문제를 풀 수 없으며 일본과 중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시간이 오고 있다”고 양국 협력의 시대를 만들기를 희망했다.  
 
리커창 총리는 “중·일 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와서 지속적으로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쌍방이 더 다가서도록 노력하고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유지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아베 총리가 도착한 베이징 공항에는 류쿤(劉昆) 재정부장(재무장관에 해당)이 나와 영접했다. 장관급 인사가 공항에 나간 것은 아베 총리를 그만큼 예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양국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기 때문에 재정부장이 영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국무위원을 겸하고 있어 의전 서열은 부총리급으로 분류된다. 왕 부장은 인민대회당 리셉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중국의 상징인 천안문(天安門) 광장에는 일본 국기가 휘날려 양국 관계 개선을 반영했다.
 
중국 언론은 아베 총리의 방중이 장기 경색 상태이던 중·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 일색이었다. 평소 반일 논조가 강한 일간지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방중은 중·일 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가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가 심한 좌절을 겪은 뒤 이뤄지는 만큼 양국은 아베 총리의 방문이 성공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양국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양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특히 철저하게 이전 관계 악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미래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 만에 이뤄진 중·일 정상회담에 누구보다 기대가 큰 이는 아베 총리다. 중·일 관계 개선에 오랫동안 공들여 왔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포인트는 대규모 경제 협력이다. 양국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갈등으로 2013년 종료된 중·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할 계획이다. 그 규모가 30조 엔(약 300조6000억원)으로 종료 때에 비해 10배 이상 커졌다.
 
이번 경제 협력의 백미는 제3국에서의 인프라 투자협력이다. 26일 열리는 ‘중· 일 제3국 시장 협력 포럼’엔 약 1400명의 양국 기업 관계자가 참석해 무려 50건 이상의 인프라 개발 사업에 합의한다. 일본에선 금융사와 상사가, 중국에선 건설회사 등이 참여해 제3국 시장 공략에 힘을 합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으로선 그동안 중국 주도의 ‘패권주의’라며 비판해 왔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해 이번 방중을 통해 확실히 협력할 의사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두 정상이 급속도로 관계개선에 이른 데는 역설적으로 아베 총리의 ‘절친’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미국과 관세·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연적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을 대하는 (중국 측의) 어프로치가 명확히 달라졌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경제 규모 1위, 3위 국가가 가까워지는 시나리오를 차단하고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에서도 최근 들어 더욱 ‘미국 일변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당선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을 시작으로 자동차 추가 관세 등 대일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일본에 공세적 자세를 취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함은 유지하지만 트럼프만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을 아베 총리는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북한 비핵화, 납치자 문제 등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외교 성과에 굶주린 아베 총리가 중국과 관계개선에 나선 측면도 크다. 아베 총리는 전날 국회 소신연설에서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언급하며 “정상 간 왕래를 거듭함과 동시에 경제협력·스포츠 등 모든 레벨에서 양국 국민의 교류를 비약적으로 강화해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총재 3선에 성공했지만 레임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상과의 만남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형 이벤트이기도 한 셈이다. 아베 총리의 다음 목표는 내년 시 주석의 방일이다.
 
시진핑 한 번, 리커창 두 번 식사 … 아베, 중국 넘버1·2·3 다 만난다
아베 총리는 2박3일의 방중 기간 동안 시진핑 국가주석괴 리커창 총리 등 지도부와 총 세 차례 식사를 함께한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26일 오후 정상회담을 한 뒤 부부동반 만찬을 갖는다.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총리를 만찬에 초대한 것은 2007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때 이후 11년 만이다. 시 주석이 아베 총리를 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리 총리와는 총 두 차례 식사한다. 25일 리 총리가 주최하는 비공식 만찬을 함께했고, 26일에는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을 한다.
 
또 시 주석의 측근이며 공산당 서열 3위의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26일 아베 총리와 회담한다.
 
베이징·도쿄=예영준·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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