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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폭발물 소포' 후폭풍…서로 '네 탓' 공방 가열

중앙일보 2018.10.25 22:07
24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反) 트럼프 진영 인사들에게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 [CNN 방송 캡쳐]

24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反) 트럼프 진영 인사들에게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 [CNN 방송 캡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反) 트럼프 진영 인사들에게 폭발물 소포가 배달된 사건의 배후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그가 이번 사건을 '정치 폭력'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테러 행위'로는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의 책임을 언론의 '가짜뉴스'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언행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비난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24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자택, CNN 뉴욕지국 등에 폭발물 소포가 동시다발적으로 배달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자택이 수신처인 소포는 24일 오전에, 클린턴 전 장관 자택으로 보내려 한 소포는 23일 저녁에 각각 발견됐다. 폭발물 배달 시도라는 것이 밝혀지자마자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또 24일 뉴욕 맨해튼의 CNN방송 뉴욕지국에도 폭발물 소포가 배달돼 200여 명의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최소 2명의 민주당 측 인사들에게 폭발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엔 민주당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에게도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 총 6건이다.
 
CNN은 트위터에 24일 뉴욕 본사로 폭발물이 배달됐다고 밝히며 사진을 공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부 장관 등에게 배달된 폭발물도 검정색 파이프에 노란색 봉투로 동봉한 같은 종류의 폭발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CNN은 트위터에 24일 뉴욕 본사로 폭발물이 배달됐다고 밝히며 사진을 공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부 장관 등에게 배달된 폭발물도 검정색 파이프에 노란색 봉투로 동봉한 같은 종류의 폭발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이날 폭발물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어떤 종류의 정치적인 폭력 행위나 위협도 미국 내에서는 허용할 수 없다는, 매우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내국인에 의한 테러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어정쩡한 태도에 미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공화당 인사들조차 이번 사건을 '테러'라 부르며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보였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 "오늘의 '국내 테러리즘' 기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미 의회의 연례 자선 야구대회 중 괴한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었던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도 트위터를 통해 "범죄를 넘어선 순전한 테러 행위"라며 "책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밝혀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민주당원이든 공화당원이든 무소속이든 누구든 간에 미국민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전했다.
 
위험에 처할 뻔했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플로리다주의 한 후보자 모금 행사에서 "깊은 분열의 시대"라며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할리우드 배우인 새뮤얼 잭슨 등도 트럼프가 폭발물이 배달된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사건 발생의 책임을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언론의 의견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2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참석한 그는 "언론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끝없는 적대감, 부정적인 거짓 공격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며 언론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가짜뉴스'라 불러온 그가 이번 사건 역시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폭력에 관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은 공동 성명을 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인 폭력을 눈감아줬고, 말과 행동으로 미국인을 분열시켰다"며 화합을 호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공허한 울림"이라고 비판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CNN방송국에 폭발물이 배달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자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 조사하고 있다.[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CNN방송국에 폭발물이 배달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자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 조사하고 있다.[연합뉴스]

 
폭발물이 배달된 CNN의 제프 저커 사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발언을 언급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은 그들의 계속되는 미디어에 대한 공격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며 "대통령, 그리고 특히 백악관 대변인은 그들의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은희 기자 jang.eunhe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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