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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사립유치원 대응, 너무 뒷북이다

중앙일보 2018.10.24 00:19 종합 30면 지면보기
성시윤 교육팀장

성시윤 교육팀장

“유치원·어린이집 95곳 점검 결과 91곳에서 609건의 위반 사항과 부당 사용한 205억원 적발” “사적인 선물 구입, 친인척 해외 여행경비, 자녀 학비, 노래방·유흥주점 등에서 기관 운영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
 
사립유치원 비리 관련이지만 최근 나온 뉴스가 아니다. 1년8개월 전인 지난해 2월 21일 정부 발표에 담긴 내용이다. 국무조정실·교육부·보건복지부가 합동으로 발표했다. 제목은 ‘유치원·어린이집 재정 운영의 투명성 높인다’다.
 
문제점은 이때 상세히 지적됐다. 구조적 원인은 정부도 알았다. 정부 스스로 ‘현행 재무회계 규칙은 정부지원금, 부모부담금 및 보조금의 세입·세출 구분이 없어 유치원·어린이집 적용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 ‘정부지원금 부당 사용에 대한 제재 기준이 없다’고 했다.
 
유치원 학부모들을 최근 분노케 하는 사례도 당시 정부 발표에 이미 담겼었다. ‘원장의 두 아들 대학등록금 및 수업료로 3900만원 지출’ ‘교직원 선물 구입 명목으로 명품가방 250만원, 지갑 36만원 지출’ 등이 당시 발표에 모두 담겨 있었다.
 
개선 방안도 진즉에 제시됐다. ‘유치원·어린이집 재무회계 건전성·투명성 제고’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시설적립금 허용’ ‘회계관리 정보시스템 구축으로 투명성 제고’ ‘유치원 인사·입학관리 정보시스템 구축으로 효율성 제고’ ‘급식 등 식재료 위생관리 강화’ 등 다섯 가지다.
 
개선 일정도 발표됐었다. 유치원·어린이집 재무회계 규칙 개정은 2017년 3월, 학비·보육료를 부당 사용한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재정지원 배제 지침 정비는 2017년 1월, 지원금 환수 등 처벌규정 마련 추진은 같은 해 하반기부터 추진한다고 했다. 그런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여당과 교육부는 이제야 실태를 안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몰랐다면 무능력한 것이고, 알고도 손 놓고 있었다면 직무유기다. 현직 국회의원인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6년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뒷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정부가 누리과정 지원금 명목으로 사립유치원에 연간 2조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은 2012년부터다. 대부분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에 예산을 지원하면 제대로 집행되도록 가이드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은 세금을 낸다.
 
유은혜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교육부가 포기하고 타협하면 우리 아이들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학부모들 앞에서 약속했다. 25일 여당과 정부가 발표할 종합대책이 1년8개월 전 발표와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
 
성시윤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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