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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19조원 빼돌려서 은퇴했다? 음모론에 입 연 마윈

중앙일보 2018.10.23 17:43
모두 알다시피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지난 9월 10일 1년 뒤에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윈은 만 54세다. 일선에서 물러나기엔 젊디 젊은 나이.  
 

2019년 9월 은퇴 예정
"19조원 빼돌렸다는 소문은 낭설"

최근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뿐 아니라 그룹 소유권까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FT). 알리바바 측은 VIE(가변이익실체) 소유권이 마윈, 셰스황(谢世煌)에서 알리바바의 여러 파트너로 이전된 것은 단순히 파트너 제도의 안정성 유지와 핵심인물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VIE: 계약을 통해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는 방법. 중국 기업이 해외 상장 같은 외자 유치를 위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재로선 마윈이 왜 하필 올해 은퇴를 선언했는지, 왜 CEO 장융(张勇)을 후계자로 택했는지,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할 계획인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알리바바가 2015년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둥, 마윈이 장쩌민 전 주석 라인이라는 둥, 심지어 마윈이 1200억위안(약 19조 4000억원)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마윈 [사진 World Economic Forum]

마윈 [사진 World Economic Forum]

각종 음모론이 확산하자 마윈이 입을 열었다. 지난 9월 18~20일 톈진에서 열린 2018 하계 다포스 포럼장에서다.  
 
"은퇴 선언 이후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국왕, 전임 대통령 등 각국 원수들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다들 내 계획을 듣더니 정말 좋은 일이라며 기뻐했다. 그러고는 함께 공익 사업을 하자고 했다."  
 
일단 표면적으로 마윈은 교육 등 공익 사업을 하기 위해 알리바바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유명 아나운서 천웨이홍(陈伟鸿)과의 일문일답. 봉황망재경(凤凰网财经)이 정리한 것을 간단히 소개한다.
만 54세가 된 생일 당일에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인가.
30세 때 대학을 떠날 당시(영어 강사로 근무) 총장님께 10년 후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막상 불혹이 되자 회사(알리바바)가 방향도 못 정했던 때라 돌아갈 수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45세 때부터 (은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원래 50세 때 은퇴하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대신 55세 이전에는 반드시 은퇴하겠다고 결심했다. 은퇴 선언은 3년 전부터 생각해 놓았다.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은퇴 선언 당일 알리바바 주가가 3% 밀렸다.
이는 단유(斷乳)에 비유할 수 있겠다. 엄마가 모유를 끊으면 아기는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겠지만 언젠가는 적응한다. 시장도, 회사도, 그리고 나도 적응해나갈 것이다. 아이가 운다고 다시 젖을 물릴 순 없다.
은퇴 선언 후 들었던 가장 악의적인 소문은.
내가 알리바바에 있던 19년 동안 늘 온갖 추측이 따라다녔다. 기업인으로서, 창업가로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은, 그리고 미래에 꿈을 품은 사람으로서 추측, 루머, 고난, 좌절은 늘 따라올 수 밖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은 헛소문을 말하는 입 속 침에서 '수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 몇 명이 내가 은퇴한 이유가 1200억위안(약 19조 4000억원)을 해외로 빼돌려서 도망갈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알려줬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사람마다 문제를 바라보는 각도, 심도, 폭이 다 다르다. 매일 같이 소문에 대응해야 한다면 얼마나 지치겠는가. 친구라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겠지만 친구가 아니라면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아까 침 속에서 수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마윈은 이 소문에 대해 해명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왜 장융을 후계자로 정했는가. 계속 그를 후계자로 생각해왔나.
알리바바 차기 후계자 장융(대니얼 장) CEO [사진 Alizila.com]

알리바바 차기 후계자 장융(대니얼 장) CEO [사진 Alizila.com]

난 마케팅도, 기술도, 심지어 재무도 모른다. 내가 기업인으로서 갖춘 유일한 능력은 과거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이다. 선생님은 학생을 선택하고, 훈련시키고, 육성한다. 지난 19년간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부분이 인재의 발견, 육성, 훈련이다.
 
장융은 한 사람이 아니다. 그에겐 팀이 있다. 장융을 회장직에 앉히기 위해 2년간 틈이 날 때마다 설득하고 세뇌시켰다. 마침내 그가 승낙했을 때 무척이나 감동했다. 왜냐하면 알리바바 회장, CEO 자리라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가 곤경에 빠지면 돌아올건가.
우리는 평소에 자주 소통해 재앙의 출현을 막을 것이다. 장융, 징셴둥(앤트파이낸셜 회장) 같은 젊은이들이 우리와 늘 소통할 것이라 믿는다. 고문 위원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할 일이 너무 많다. 나를 더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계속 알리바바에 관심을 둘 것이다. 관련 신문을 읽을 것이다. 알리바바와 연관된 모든 것들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반드시 교류를 하겠지만 최후의 결정은 그들이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 듯 마윈은 VIE 소유권을 포기했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지분 6.4%는 여전히 보유 중이다)
핑터우거(平头哥)라는 반도체 회사를 최근 설립한 이유는.
알리바바는 지난 5년간 반도체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왔다. 반도체 이슈가 생겨 갑자기 우르르 달려드는 게 아니다.  
많은 기업인들이 요즘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위대한 기업이 탄생하기 쉽다. 반대로 분위기가 좋으면 평범한 기업만 나올 뿐이다. 지금의 중국 경제는 확실히 좋지 않다. 게다가 안 좋은 분위기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안 좋은 시간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더 멀리, 더 나쁘게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내일이면 좋아질 거야"가 아닌 "내일이 좋지 못하더라도 나는 살아가야 한다"다.
 
작년 나는 모든 기업에 말했었다. 앞으로 몇 년간은 사업을 적게 벌리는 대신 좋은 일과 즐거운 일을 많이 하라고. 형세가 안 좋을 때 절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지금은 욕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트럼프는 듣지 않는다. 그저 착실하게 본인 일을 잘 하면 된다.  
 
(이 말을 한 배경이 무역전쟁이 아니라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올해는 개혁개방 40주년이다. 중국은 이 세계에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가.
중국은 반드시 세상에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적인 언어가 있어야 한다. 반드시. 세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체계로 교류해야 한다. 하지만 서방국가도 지혜를 중시하는 동양을 이해해야 한다. 서방은 지식을 중시한다. 머리와 가슴이 서로 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한다.
은퇴 후 무엇을 할 건가.
오바마, 푸틴, 우수한 기업인들, 빌게이츠, 워런 버핏, 손정의를 만난 적이 있다. 운이 좋게도 우수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싶다. 교육도, 공익도, 환경도, 아프리카도 다 좋은 일이지만 더 많은 재미있는 일들을 구상하고 있다. 어쩌면 술을 만들수도 있다. 술은 일종의 문화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인의 술에는 음미가 없다. 인생엔 음미가 필요하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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