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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히면 잘린다?' 느닷없이 짐 싸는 중국 기업 CEO들

중앙일보 2018.10.23 16:35
경영권도 소유권도 내려놓다, 왜?
은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뜨겁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깜짝 은퇴를 예고한 지 벌써 한 달. 최근에는 마윈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 소유권까지 포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진 선언에 대한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마윈 알리바바 회장 비롯해
유명 中 기업 CEO들 갑작스레 퇴진

미국 도피한 궈원구이 "정치적 외압" 주장
정부에 협력 않는 기업 길들이기 지적도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2일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마윈은 지난 7월 알리바바를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변동지분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의 소유권을 포기했다. VIE는 해당 기업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지만 계약을 통해 중국 법인의 경영권을 행사한다.
 
중국 정부는 전자, 통신, 금융 등 핵심 산업 분야에 대해 외국인의 지분 투자를 제한한다. 그래서 중국 기업들은 VIE를 통해 우회적으로 국외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 알리바바도 사업 초기에 이런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였고 마윈도 VIE 소유권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마윈은 알리바바의 지분 6.4%를 보유한 주주다. 하지만 이는 재산적 가치일 뿐 경영권 행사와는 무관하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마윈이 경영권을 포기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알리바바는 "마 회장의 퇴진은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그가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퇴진하는 것'이라는 소문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갑자기 사라진 CEO들
공교롭게도 최근 중국에서는 갑작스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CEO들이 많았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왼쪽) [출처 중앙포토]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왼쪽) [출처 중앙포토]

중국 금융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은 올해 갑자기 불법 자금모집 혐의 등으로 기소돼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 기업인 화신에너지의 창업자 예젠밍(葉簡明)은 돈세탁 혐의 등으로 올해 초 구금됐고 조사 끝에 결국 경영권과 주주 권리를 모두 박탈당했다.  
 
예젠밍 화신에너지 회장 [출처 중국에너지기금]

예젠밍 화신에너지 회장 [출처 중국에너지기금]

실종 사건과 사망 사고도 잇따랐다.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은 지난해 홍콩의 한 호텔 앞에서 괴한에 의해 납치된 이후 나타나지 않아 실종설에 휩싸였다. 중국에서는 샤오젠화가 돈세탁과 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의 거취에 대한 공식 발표는 아직 없었다.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왕젠(王健) 하이난항공(HNA)그룹 회장은 지난 7월 프랑스 출장 중 사진을 찍다 15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사라는 경찰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왕젠 하이난항공그룹 회장 [출처 이매진차이나]

왕젠 하이난항공그룹 회장 [출처 이매진차이나]

정치적 외압이 있다?
미국으로 도피한 중국의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는 이 모든 사건을 정치적 암투로 해석했다. 궈원구이는 부동산 회사인 '베이징 정취안 홀딩스'의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4년 8월 뇌물공여, 납치, 돈세탁, 성폭행 등 10여개의 범죄 혐의를 받게 되자 중국에서 미국으로 도피했다.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 [출처: 궈원구이 페이스북]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 [출처: 궈원구이 페이스북]

11일 대만 자유시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궈원구이는 마윈 회장의 사퇴 배경에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왕치산 부주석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마윈에게 알리바바의 주식을 넘기라고 강요하는 등 은퇴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궈원구이는 실족사한 왕젠 회장 역시 왕치산 부주석과 HNA그룹의 유착 관계(궈원구이는HNA의 대주주가 왕치산의 사생아라고 주장했다)로 인해 의문사했으며 그 밖의 CEO들 역시 현 정권과 과거 지도부의 세력 다툼의 유탄을 맞았다고 말한다.
 
왕치산 중국국가 부주석 [출처 중앙포토]

왕치산 중국국가 부주석 [출처 중앙포토]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의 전 부인은 덩샤오핑의 외손녀인 덩줘루이(鄧卓芮)이며 초대 안방보험 이사회에는 천이(陳毅) 전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아들인 천샤오루(陳小魯),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朱雲來) 등이 포진돼 있었다.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의 친척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마윈 역시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 류윈산(劉雲山)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 등과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장쩌민 계열'로 분류되는 경제 인사들이 줄줄이 철퇴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진핑의 칼끝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성명을 통해 "당이 지도하는 분야를 지속해서 확장해 당 조직의 지도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중무역 전쟁의 여파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당 조직을 확장하고 사회에 대한 지도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출처 중앙포토]

[출처 중앙포토]

'국진민퇴(國進民退)', 즉 민간기업을 서서히 퇴장시키고 국영기업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금융 칼럼니스트 우샤오핑은 최근 "중국의 사영기업은 이미 공유경제의 발전을 위해 역할을 다했다"며 "이제는 서서히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고 추샤오핑(邱小平)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부부장은 한 포럼에서 민영기업의 '민주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시진핑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이 "민영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중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부패 사정을 앞세워 정적들을 제거했던 시진핑 집권 1기처럼 정부에 협력하지 않는 기업에 채찍을 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기 집권의 포석을 마련한 '시 황제'의 칼끝이 매섭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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