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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돈의 가격이 어떻게 변하니?…냉소에 스테이블코인이 답한다

중앙일보 2018.10.23 10:02
‘한 소년이 비트코인 투자자인 아버지에게 생일 때 1비트코인을 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는 이렇게 반응했다. “뭐라고? 1만5554달러? 1만4354달러는 엄청난 돈이야! 어쨌든 왜 1만6782달러가 필요한 거니?’
 

UDC2018 결산…⑦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필수요건, 스테이블 코인

출처: 비트코이니스트

출처: 비트코이니스트

지난 9월 14일 제주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에서 발표자로 나선 신현성 테라 대표가 무대 중앙 스크린에 띄운 농담의 내용이다. 신 대표는 “암호화폐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얼마 만큼의 가치를 더해줬나”라고 질문하며 그렇지 못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가 농담이 가리키는 암호화폐의 가격변동성이다. 시시떄때로 가격이 변하는데 어떻게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개발자들이 서비스를 만들어 놓기만 하면 이용자들이 저절로 모일 것으로 믿는다는 착각이다. 그가 보기에 앞서 개발된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들이 킬러 콘텐츠가 되지 못한 건 사용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이미 잘 되고 있는 서비스를 등에 업어야 한다는 게 신 대표의 판단이다.
 
스테이블 코인,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다
신 대표가 지향하는 암호화폐는 앞서 지적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가격 변동성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스테이블 코인’이다. 말 그대로 가치가 안정적인 암호화폐다. 시세 변동 문제가 해결된다면 기존의 금융서비스를 암호화폐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수료도 저렴하고 해외 송금도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스테이블 코인이 현실 세계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출처: 업비트

출처: 업비트

 
스테이블 코인은 크게 법정화폐 담보형(Fiat-Collateralized Stablecoin), 암호자산 담보형(Crypto-Collateralized Stablecoin), 그리고 무담보형(Non-Collateralized Stablecoin) 등 3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법정화폐 담보형은 특정한 회사 또는 기관이 자신의 계좌에 달러ㆍ파운드ㆍ원화 등을 담보로 예치해 두고, 그 양에 해당하는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다. 대개 1달러(USD)와 1:1 비율로 환전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한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스테이블 코인을 운영기관에서 법정화폐로 환전 받기만 하면 된다. 운영기관은 항상 정해진 환율에 따라 암호화폐와 법정화폐를 환전해 준다. 거래소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이 요동치더라도 운영기관을 통하면 보편적인 가치(1달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운영기관이다. 토큰을 발행하고, 환전을 해주고, 예치금을 관리한다. 운영기관의 신뢰가 담보돼야 한다. 만약 운영기관이 예치해 뒀던 법정화폐를 몰래 빼돌리거나 정책을 마음대로 바꿔 정해진 환율로 환전해 주지 않으면 해당 스테이블 코인은 휴지 조각이 돼 버린다.
 
테더(UDST)나 트루USD(TUSD)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테더의 시가총액은 20억 달러 이상으로, 전세계 거래소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불투명한 운영과 초기 과도한 물량 풀이로 ‘정말로 발행한 테더만큼의 예치금(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암호화폐 담보형은 암호화폐의 가치를 담보로 잡는다. 역시 법정화폐(달러)를 기준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가격이 안정적인 이유는 담보물의 존재 때문이다. 즉,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화폐로 취급해 수요자에게 안정적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 코인을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스테이블 코인 사용자가 해당 계정에 이더리움 등과 같은 담보 암호화폐를 예치한다. 그러면 해당 담보 가치 기준의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고 사용자가 대출받는다. 스테이블 코인 사용자는 대출 기간 안에 같은 양의 스테이블 코인을 반납하고 담보를 돌려받으면 해당 계정은 청산된다. 이 모든 과정은 스마트 계약을 이용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런 담보 대출 구조를 유기하려면 두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초과 담보(Over-collateralization)와 강제 청산(Forced liquidation)이다. 전자는 실제 대출한 스테이블 코인보다 더 많은 가치의 담보화폐를 예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스테이블 코인 수요자들이 대출을 갚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떨어져 앞서 예치한 담보 암호화폐의 가치가 대출받은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보다 작아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수요자들은 대출을 청산하고 담보를 찾아갈 이유가 없다. 스마트 계약으로 사용자가 예치한 담보를 이용해 강제로 대출한 양만큼의 스테이블 코인이 구매-상환되며, 이를 통해 수요자의 대출 계정은 강제 청산된다.  
 
2017년 ‘메이커다오(MakerDAO)’가 대표적이다. 이더리움을 담보 화폐로 내세우며, 자체적으로 메이커(Maker)와 다이(Dai) 등 두 가지 토큰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은 다이 토큰이 맡는다. 환율에 따라 다이의 발행량과 소각량을 조절해 가격 안정화를 이룬다. 여기에 더해 추가 안전성 유지를 위해 TRFM과 글로벌 세틀먼트(Global Settlement) 등 메이커 토큰 소유자들이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뒀다.
 
테라, 담보 없이 알고리즘에 따른 가격 안정
마지막으로, 무담보형은 담보가 없다. 대신 코인의 가격, 즉 페그(peg)된 자산과의 교환 비율이 변동됨에 따라 알고리즘이나 시스템에 의해 오로지 코인의 유통량이 조절됨으로써 코인의 가격이 유지되는 가격안정암호화폐(price stable cryptocurrency)다.  
 
이때 코인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람들의 수요의 변동이다. 공급량이 일정한 암호화폐는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반면,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은 수요의 크기에 맞춰 코인의 유통량을 조절함으로써 목표가격(target price)을 유지할 수 있다. 화폐의 공급을 엄밀하게 측정된 수요에 맞게 정확하게 조절한다면 이론적으로(화폐수량설 기반) 화폐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신현성 테라 대표. 출처: 업비트

신현성 테라 대표. 출처: 업비트

신 대표가 고안한 테라가 바로 무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의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른다. 테라의 수요가 늘어날 때 프로토콜로 테라의 발행량을 늘린다. 공급이 늘어나니 오른 가격은 제자리를 찾는다. 반대로 테라의 수요가 줄면 발행량을 줄여야 한다.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을 원상태로 만들 수 있는 만큼의 테라를 시장에서 사서 태우면 된다.
 
관건은 테라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다. 테라의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올라가면 그냥 테라를 더 찍어내면 된다. 테라의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지면 돈을 들여 시장에서 테라를 사들여야 한다. 이때 루나(Luna)라는 토큰이 등장한다. 테라가 결제될 때마다 소액의 결제 수수료를 루나에 지불한다. 그러면 루나는 거래 수수료(Transaction fee)를 계속 받게 되고, 거기서 발생하는 가치를 빌려서 테라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테라를 사들이고 태우고, 테라의 가격이 높아지면 다시 루나 네트워크에 갚는 구조다.
 
루나는 테라로 결제할 때마다 생기는 수수료로 가치가 구성된다. 곧, 테라로 결제가 일어나지 않거나 별로 없는 사업 초기에는 루나의 가치가 별로 없다.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일단, 업비트ㆍ바이낸스ㆍ해시드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현금으로 루나의 가치를 보전한다. 테라로 결제하는 네트워크를 키워 루나의 가치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이 신 대표의 목표다.
 
테라를 비롯한 무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은 시스템에 의해 유통 화폐량을 조절하고, 담보 자산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테이블 코인의 미래 성장에 대한 믿음을 잃고 그 코인을 쓰지 않는 순간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소비자가 있는 곳에 테라가 간다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보자면 법정화폐와 스테이블 코인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신 대표는 법정화폐와 다른 스테이블 코인의 핵심 차이로 ‘프로그래머블 화폐’와 ‘토큰 이코노미’를 꼽았다.
 
먼저, 스테이블 코인 위에서는 다양한 디앱을 개발할 수 있다. 법정화폐는 프로그래머블 하지 않는데, 스테이블 코인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디지털 화폐다. 스테이블 코인 위에 대출ㆍ금융ㆍ송금ㆍ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올릴 수 있어 혁신이 가능한 화폐다. 신 대표는 “수많은 앱이 깔려서 스마트폰이 가치를 지니게 된 것처럼 디지털 화폐도 그 위에 만들어지는 디앱이 가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는 생태계의 성장과 함께 성장에 기여한 참여자들에게도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토큰 이코노미 설계가 가능하다. 테라는 생태계의 성장에 모든 것을 재투자한다. 성장에 기여한 참여자들과 그 과실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이 테라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테라의 경제가 커지고, 테라의 경제가 커지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이상은 뜨겁지만 현실은 차갑다. 암호화폐의 가장 큰 이슈는 상용화다. 상용화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쓰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개발자들은 블록체인 플랫폼이 기술이 더 뛰어나니 당연히 유저가 몰릴 거라 기대한다. 완전한 착각이다.  
 
출처: 스키프트

출처: 스키프트

“지난 20년 동안 가장 성공한 결제 서비스는 알리페이와 페이팔이다. 이들은 각각 타오바오와 이베이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등에 업고 성장했다. 테라도 같은 접근법을 취한다. 현재 파트너사들의 연 거래량은 총 28조 원, 전체 사용자는 4000만 명에 이른다. 만들어놓고 사용자가 찾아오길 바라는 철학이 아닌,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사이트에 암호화폐를 가져가자는 접근법이다.”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더와는 다른 신 대표 만의 차별적 태도다. 이미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블록체인 기술, 혹은 암호화폐가 스며들어야 한다. 테라는 티켓몬스터ㆍ배달의민족ㆍ야놀자 등과 협약(MOU)를 맺었다. 이곳에서는 페이코나 페이나우 등과 비슷한 방식으로 테라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신 대표는 “테라는 알리페이를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알리페이는 결제 수단으로 시작해 높은 금리를 통해 고객들로부터 적금을 유도했다. 그 자금을 통해 대출과 투자 서비스를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앤트파이낸셜이라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됐다. 앤트파이낸셜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골드만삭스보다도 기업가치가 높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이 글은 9월 13~14일 제주도에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총 10개의 시리즈 글이 업데이트 됩니다. 전체 보고서는 https://www.upbit.com/service_center/press?id=596 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UDC2018 강연 동영상 및 발표자료는 ‘https://udc.upbit.com/2018’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①블록체인, 이제는 서비스다(feat. 개발자)
②거래소, 도박장에서 블록체인 혁신의 심장으로
③성공한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다: 확장성을 해결하라
④‘신뢰’의 블록체인을 지켜라: 보안과 보호
⑤쇼핑몰 뒤엔 카페24가 있다: Platform for DApp
⑥살아남는 DApp의 조건…블록체인 정신을 구현하라
⑦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필수 요건, 스테이블 코인
⑧The rise of Tokenization
⑨DApp들이여, 루니버스에 올라타라
⑩블록체인의 고릴라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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