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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팍이 조이듯 아프면 다 심장 병일까?

중앙일보 2018.10.22 07:00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34)
가슴 주변의 통증은 불안과 걱정을 유발하지만 통증이 심장이 아닌 다른 장기의 이상으로 생기기도 하니 너무 걱정만 할 것은 아니다. [중앙포토]

가슴 주변의 통증은 불안과 걱정을 유발하지만 통증이 심장이 아닌 다른 장기의 이상으로 생기기도 하니 너무 걱정만 할 것은 아니다. [중앙포토]

 

“가슴이 조이듯이 아파요. 큰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가끔 심장 두근거리는 게 너무 크게 느껴졌는데 괜찮을까요?”

 
살아 있다는 느낌은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알아차린다. 그래서인지 심장에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걱정은 죽음을 연상시키는 탓에 무섭기까지 하다. 가슴팍이 조이는 느낌이 들면 불안감은 가중된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때 심장 돌연사로 인한 부고 소식이 많다. 연로한 분만 아니라 한참 젊은 40대도 사망자가 많다. 가슴 쪽 증상은 불안과 걱정을 유발하지만, 통증이 심장이 아닌 다른 장기의 이상으로 생기기도 하니 너무 미리 넘겨짚어 걱정만 할 것은 아니다.
 
흉통, 소화기 문제일 수도
가슴에 통증이 있을 때 사실 위장 및 주변 소화기계 문제인 경우가 허다하다. 심장 아래에서 횡격막에 연접해 위장이 있고 그 바로 뒤로는 신경 다발이 존재한다. 위장에 부담이 생기면 심장을 압박하는 때가 있다. 그래서 위장 통증을 심장 통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체한 느낌이 명치 주변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 위쪽으로 올라가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체기가 있는지부터 살펴보면 좋겠다. 동의보감 흉문 ‘心痛輿胃脘痛病因不同 (심통여위완통병인부동, 가슴앓이와 위완 통증은 원인이 다르다)’에서도 이 점을 잘 지적해 놓았다. “가슴 통증은 종종 비위 소화기의 통증이 심에 영향을 미쳐서 생긴다. 많은 심장 주변 통증이 위와 연관돼 있다”고 풀이해 놓았다.
 
심장 통증은 소화기의 문제일 수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일 때도 심장 주변에 통증을 느낀다. 위장의 통증이 심장 주변의 통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중앙포토]

심장 통증은 소화기의 문제일 수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일 때도 심장 주변에 통증을 느낀다. 위장의 통증이 심장 주변의 통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중앙포토]

 
역류성 식도염일 때도 심장 주변에 통증을 느낀다. 위산이 역류하면 타는 듯한 통증을 식도에서 받는데 이때 심장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위산 역류와 함께 생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심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을 하면서 한의원에 오는 사람이 있다. 
 
위암의 증상이 통증으로 오는 경우도 역시 심장 주변으로 영향을 미친다. 위장의 압박, 위의 염증, 역류성 식도염, 위암 등 위장의 통증이 심장 주변의 통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일반적으로 심장 쪽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 주변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다. 가슴 전체를 덮고 있는 대흉근 통증일 때 심장 통증처럼 느껴진다. 조이고 당기고 가끔 찌르는 듯한 감각이 생긴다. 근육통은 심하면 쥐가 나듯이 꼬이게 되니 통증 정도가 심하면 마치 심장이 아픈 듯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근육 중에 사각근이라는 근육이 있다. 목 옆쪽 흉쇄유돌근(귀 아래에서 가슴뼈와 쇄골 쪽으로 이어지는 고개를 돌려서 힘주면 튀어나오는 양쪽 근육) 바로 뒤에 움푹 들어간 곳에 있는 사각형 모양의 근육이다. 이 근육 주변으로 신경과 혈관 분포가 엄청나게 많다 보니 이 부분이 상하게 되면 여러 증상이 생긴다. 목이 뻣뻣하고, 팔이 저리고, 눈이 흐릿해지며 심장 주변까지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고개를 돌려서 힘 주면 목에 튀어나오는 양쪽 근육을 흉쇄유돌근이라고 한다. 흉쇄유돌근 바로 뒤에 있는 사각형 근육을 사각근이라고 한다. 이 부분이 상하게 되면 여러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심장 주변의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림 현예슬]

고개를 돌려서 힘 주면 목에 튀어나오는 양쪽 근육을 흉쇄유돌근이라고 한다. 흉쇄유돌근 바로 뒤에 있는 사각형 근육을 사각근이라고 한다. 이 부분이 상하게 되면 여러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심장 주변의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림 현예슬]

 
고개를 돌려 흉쇄유돌근 뒤의 이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압박하면 찌릿한 느낌이 심장까지 연결되기도 하고 팔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일자목이거나, 목이 뻣뻣한 사람이 사각근 압박에 의한 통증을 잘 느끼는 편이다. 당연히 흉골근(심장 위를 덮고 있는 뼈 주변의 근육) 자체의 통증도 심장 통증처럼 오해할 수 있다.
 
가슴을 숙인 채 긴장한 상태로 있다 보면 흉골근도 굳게 된다. 그 외에도 소흉근(작은가슴근), 흉쇄유돌근 등 여러 근육의 통증이 심장 통증처럼 오해할 수 있다. 대부분 긴장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따뜻한 찜질과 부드러운 마사지, 깊은 스트레칭으로 풀어지는 경향이 있다.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은 양쪽 팔을 뒤로 허리 쪽으로 돌려 깍지를 낀 다음 손바닥끼리 맞잡고 아래로 쭉 내리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그러면 가슴이 활짝 펴진다. 또 하나는 한쪽 팔을 들어 90도로 만들고, 벽의 모서리나 문기둥 같은 곳에 걸치고 가슴을 열어 주면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이 주변 근육이 굳어 아픈 경우 이런 간단한 스트레칭으로도 한결 완화할 수 있다.
 
척추의 신경이나 목에서 내려와 어깨 앞쪽으로 내려오는 신경 중에 가슴 쪽을 지나가는 분지가 있다. 날개뼈 주변의 척추 부분이 굳어 있는 사람은 이 부분을 잘 풀어주자. 이곳은 어깨가 굳은 것을 방치하면 점차 굳어져 더 아프게 되는데, 한의학에서는 고황혈이라고 해서 아주 고질적으로 잘 안 낫는 곳으로 여긴다. 등뼈가 시작되는 부위부터 날개뼈 주변까지 척추에서 가슴 쪽 통증과 관련이 있으니 척추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화병 생겨
스트레스가 극심해도 가슴이 아프다. 지나친 생각은 심장의 기운을 상하게 해서 무리를 준다. [사진 pixabay]

스트레스가 극심해도 가슴이 아프다. 지나친 생각은 심장의 기운을 상하게 해서 무리를 준다. [사진 pixabay]

 
스트레스가 극심해도 가슴이 아프다. 한의학에서는 사려과다(思慮過多), 즉 근심 걱정이 심장을 상하게 한다고 했다. 지나친 생각은 심장의 기운을 상하게 해서 무리를 준다. 이런 스트레스가 정말 심하게 깊어지면 실제로 심장의 병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 현상을 화병이라 부른다. 보통 신경성 질환, 스트레스성 질환이라 할 수 있겠으나 정도가 좀 더 심한 경우다.
 
화병이 생기면 가슴 중앙 쪽 경락이 굳어 실제로 좁쌀만 한 것이 뭉치게 된다. 열 받을 때 가슴을 쾅쾅 두드리는 것은 이 경락이 굳기 때문에 풀어주는 동작이다. 이 경락은 양쪽 어깨 쪽으로 쭉 이어지며 가슴 중앙에서 겨드랑이 방향으로 굳은 띠가 형성되기도 한다. 어쨌든 가슴 통증은 화병으로 인한 통증일 수 있다. 이때는 통증이 쭉 지속해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슴 쪽 신경절에 대상포진이 침범하면 극심한 가슴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심장의 병은 조여드는 느낌이지만 대상포진은 신경의 독특한 통증이라 성질이 조금 다르다. 고춧가루 뿌려 놓은 느낌이라든지, 찌릿 거리는 통증처럼 대상포진 특유의 통증 상태가 보인다. 또 당뇨나 고지혈증 같은 질환에서도 심장 통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은 유방의 증상에 의해 심장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니 그것 역시 감별을 해야 한다.
 
이처럼 많은 증상이 심장 통증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 심장이 아프다고 해서 곧 죽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심장의 문제를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심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응급상황이다. 1분만 제대로 작동을 안 해도 몸에 치명적이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요즘은 응급 키트도 곳곳에 설치돼 있고, 응급구조 실습도 여기저기서 하니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익혀 두는 것이 좋겠다.
 
평소에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서 심장 통증이 느껴지면 심각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통증과 함께 속이 답답해 오고, 식은땀이 나면서, 입술 색깔이 변하고, 혀의 상태가 안 좋으며,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이 동시에 느껴지면 응급상황과 연관될 수 있다.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난생처음 느낀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거나, 가슴뿐만 아니라 어깨·목·등까지 통증이 퍼져 나갈 때, 심장박동이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빨라지는 현상이 있어도 재빨리 응급조치해야 한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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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필진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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