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민주당, 2012년엔 “가짜뉴스 친고죄로” 지금은 “고소 없어도 수사”

중앙일보 2018.10.22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사립유치원 실태조사, 중대 비리 적발 유치원장의 실명 공개 등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청 협의회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뉴시스]

사립유치원 실태조사, 중대 비리 적발 유치원장의 실명 공개 등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청 협의회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뉴시스]

최근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엄단을 촉구하고 나선 여당이 과거 야당 시절에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는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여럿 발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땐 “증거 없다고 재갈 안 돼”
표현자유 옹호 법안 여러 건 발의
여당 되자 자율규제 입장서 선회

‘허위조작정보’를 여섯 가지 기준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생산·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가짜정보 유통방지법’(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발의)이나 지난 16일 법무부가 밝힌 가짜뉴스 인지수사 방침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12년 6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판단을 보수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명예훼손죄를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로 하고 ▶허위사실을 공표했다 하더라도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공적인 사안으로 사회 여론 형성과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에 서명한 민주당 의원 11명은  “사실의 허위여부에 대한 판정이 쉽지 않은 경우, 예를 들면 안기부 X파일 검사가 실제로 떡값을 받았는지, 언론사 사장이 성상납을 받았는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등 과학적·현실적으로 확인 불가능한 명제도 많은데,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것은 인류 역사의 사상과 문화 발전을 포기하라는 것임은 물론 모든 권력비리에 관해 침묵하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유승희 의원도 시중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의 자의적 판단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해당 법안에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정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취급 거부·정지·제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정보는 피해자의 신청이 있을 때에만 방통위가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유 의원 등은 “당사자의 명시적 고발이나 신청 없이도 방통위 심의 및 처분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차단하는 것은 정보 게재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 박상기 법무장관이 가짜뉴스의 사안이 중대할 경우엔 당사자의 고소·고발 전이라도 적극 수사하라고 한 것과 흐름상 정반대다.
 
같은 해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때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은 피해자로 볼 수 없도록 명시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 등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이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 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법안들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확산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돼 있는 온라인 게시물 임시조치 제도를 개선한다는 게 골자였다. ‘2018년 공적규제 축소→2019년 자율규제 기반조성→2021년 자율규제로 완전 전환’과 같은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가짜뉴스 단속과 같은 내용은 없었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은 뒤에 SNS 등에서 무죄를 주장하면 이를 허위조작정보라고 단정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가짜뉴스 처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민병두·제윤경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먼지알지 런칭 이벤트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