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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로 느끼는 가을 … 밤 타르트에 차 한 잔

중앙선데이 2018.10.20 02:00 606호 28면 지면보기
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 서울 삼성동 ‘플랑플랑’ 
디저트숍 ‘플랑플랑’은 지하철 9호선 삼성중앙역 부근 아파트 단지 뒤편, 조용한 골목길에 있다. 케이크와 구움과자류를 주메뉴 삼아 커피와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는데, 단골 손님들끼리 꼭꼭 숨겨놓고 좀처럼 알려주지 않는 보물섬같은 공간이다.
 

▶플랑플랑
서울 강남구 선릉로 112길 87
02-542-1020
11:00-19:30, 일요일은 19:00까지

11월 1일이면 이곳이 벌써 3주년을 맞이한다. 워낙 빠르게 흘러가는 국내 제과제빵 산업의 흐름과 유행에도 불구하고, 플랑플랑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 그대로, 달팽이처럼 천천히 느린 속도지만 그 안에 쏟아 붓는 정성과 노력으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이곳의 주인장은 일본 요리제과학교인 ‘나카무라 아카데미’ 서울 분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기 문선영·김은숙 파티시에다. 두 사람의 개업은 이미 학원에 다니던 중 의기투합했던 일. 졸업 이후 각자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보자며 3년을 시간을 보냈다. 공장식 시스템이 갖춰진 곳부터 작은 커피숍까지 다양한 현장을 누빈 배경이다. 둘은 이를 바탕으로 처음 생각했던 그림을 깨끗이 접고, 매장의 이름부터 메뉴 구성까지 새로 고쳐나갔다.  
 
생산과 운영에 있어 두 창업자의 역할이 정확하게 나눠져 있지는 않다. 그저 제품의 균질성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한다는 목표만 공유하고, 두 사람 중 한 명의 공백이 생겨도 눈치채지 못할만큼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플랑플랑은 여느 디저트 매장들과는 사뭇 다른 메뉴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오픈 했을 무렵 구현하고 싶었던 제품과 실제 발걸음을 하는 손님들이 원하는 제품과는 큰 차이가 있었단다. 이때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메뉴들로 맞춰 재구성을 해야 할지, 나만의 장기를 꿋꿋이 내세워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국 100% 타협보다는 변용으로 노선을 잡았다. 일본식 제과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한국식 케이크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 국내산 생크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하면서, 유지방율이 높되 식감이 가벼운 업장용 전용 생크림을 사용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또 직접 끓인 커스터드 크림과 캐러멜 소스를 쓰는 것도 플랑플랑만의 고유함을 살려주는 무기다.  
 
알프스 얼그레이

알프스 얼그레이

추천메뉴 중 하나인 ‘알프스 얼그레이’ 케이크는 프랑스 고급 홍차 브랜드인 ‘마리아쥬 프레르’의 얼그레이 프렌치 블루로 만든 쉬폰 시트 안에 디플로마 크림(생크림과 커스터드 크림의 혼합)으로 채운다. 그리고 캐러멜 소스를 끓인 뒤 생크림과 섞어 위를 장식한다. 이는 ‘알프스 시리즈’ 메뉴 중 하나로, 언젠가 일본 셰프가 만든 케이크를 먹어 보고 혀에 남은 재료들을 하나하나 바꾸어 반복하며 플랑플랑만의 레시피로 바꾸어 낸 것이다. 무거운 느낌의 잔향과 식감 대신 산뜻하고 가벼운 질감을, 또 작은 사이즈의 갸또로 완성하게 되었다.  
 
처음 오는 손님이라면 밀크레이프를 먼저 맛보라 하겠다. 일반 베이커리에서 흔치 않은 디저트인데 오렌지·키위·딸기 3가지 과일이 크레이프 사이사이에 적당히 들어가 맛을 뽐낸다. 계절 과일의 당도와 산미 등에 따라 조정을 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 가지 과일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메뉴다.  
 
타르트오마롱

타르트오마롱

요즘처럼 깊어가는 가을에 찾아간다면 밤·호두·아몬드로 만든 ‘타르트 오 마롱’을 추천한다. 깊이 있는 향미의 차 한 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예상치 못한 맛의 달달한 무언가가 입안에 퍼지면서 한순간 행복감을 안겨준다면, 디저트로서의 역할은 이미 충분할 터이니 말이다.  
 
이곳의 커피는 프릳츠 커피 컴퍼니의 원두를, 티는 스미스티, 마리아주 프레르, 루피시아를 사용한다. 오픈 무렵 1년 정도 수많은 커피 브랜드들의 원두들을 테이스팅 했고, 최종적으로 프릳츠커피컴퍼니의 김도현 로스터와 직접 상담 후 그가 추천해 준 올드독으로 낙점했다고 한다.  
 
딸기 쇼트 케이크부터 버터향을 품은 구움과자류, 파운드 케이크, 휘낭시에까지 플랑플랑의 디저트들을 맛보는 건 마치 한 개 한 개가 정성껏 포장돼 있는 선물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이다. 3년이란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만들어온 노력이 앞으로의 새로운 도약으로 높이 뛰어오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 ‘김혜준컴퍼니’대표로 음식 관련 기획·이벤트·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숙명에서 프랑스 제과를 전공했다. ‘빵요정’은 그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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