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섹스 앤 더 시티’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중앙선데이 2018.10.20 02:00 606호 20면 지면보기
한국에서 첫 전시 여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메간 헤스
메간 헤스가 ‘뉴욕’을 테마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그는 ’뉴욕에 가서 택시를 타고 미드 타운에 들어가면 늘 설렌다“고 말했다.

메간 헤스가 ‘뉴욕’을 테마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그는 ’뉴욕에 가서 택시를 타고 미드 타운에 들어가면 늘 설렌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배경 삽화로 유명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메간 헤스(Megan Hess·43)의 전시가 국내에서 처음 열린다. 18일부터 12월 30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서울라이티움에서다. ‘메간 헤스 아이코닉(Megan Hess Iconic)’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총 3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어딜 가도 지니고 다닌다는 몽블랑 만년필로 슥슥 그린 패션 일러스트레이션들이다.  
 
호주 출신 무명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그를 세계 무대로 불러낸 것은 미국의 칼럼니스트 캔디스 부시넬(60)이었다. 그가 1994년부터 뉴욕 옵저버에 연재하기 시작한 칼럼 ‘섹스 앤 더 시티’가 드라마로 제작되고, 책으로 출간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였다. 한국 전시를 위해 방한한 메간 헤스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피자 토핑을 그리거나 승마 매뉴얼 삽화를 그리면서 지내야 했다”며 “꿈을 포기할 무렵인 2008년, 이탈리아 보그지에 실린 내 일러스트레이션을 본 출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고 이후 삶이 달라졌다”고 소회했다.  
 
TV 시리즈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극장판 ‘섹스 앤 더 시티’가 나온 때였다. 출판사에서는 이를 기념해 새로운 디자인의 개정판을 출간하기로 하고, 메간 헤스에게 이 작업을 맡겼다. 뉴욕의 마천루를 배경에 두고 네 명의 주인공이 칵테일을 즐기는 이미지의 탄생 배경이다. 이를 계기로 메간 헤스는 샤넬ㆍ티파니ㆍ루이뷔통ㆍ펜디 등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하게 됐다. 그는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 성공에 얼마나 가까울 수 있는지 깨달았다”며 웃었다.  
 
‘메간 헤스’ ‘섹스 앤 더 시티’ ‘럭셔리 브랜드’ ‘파리’ ‘뉴욕’ ‘로즈 드레스’ 등 여러 섹션으로 나눠진 전시장은 전체가 포토존 같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캐릭터 그림이 가득 전시됐다. 뿐만 아니라 그레이스 켈리, 다이애나비, 오드리 헵번 등 유명 인사가 입어서 화제가 됐던 드레스도 그의 손길을 거쳐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되살아났다. 매일 아침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 SNS에 올리기로 유명한 메간 헤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6만 명이 넘는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라는 장르는 좀 생소하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정말 많은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뿐 아니라 다양한 패션 하우스에서 활약 중이다. 예를 들어 펜디에서 새 컬렉션을 발표할 때 의상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기도 하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컬렉션의 컨셉트를 설명하기도 한다. 정말 많은 콘텐트가 활발히 공유되는 세상이다. 꼭 하우스의 일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아티스트로서 다양하고 좋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많은 것 같다.”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어떻게 가게 됐나.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시작할 때는 패션뿐 아니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모두 다 했다. 흥미롭지 않은 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온다. 내게는 ‘섹스 앤 더 시티’ 삽화 작업이 그랬다. 이후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삶을 더 활발히 살 수 있게 됐다. 패션을 사랑하는데 옷 입는 것보다 패션쇼의 백 스테이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패션 디자이너들의 장인 정신을 담은 작품을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라이브 페인팅 쇼도 많이 하는데.
“최근 펜디와 함께 밀라노에서 봄ㆍ여름 컬렉션 관련 라이브 페인팅 쇼를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옷을 즉석으로 그리는데 끝나지 않고, 한 시간 안에 SNS 통해 배포될 예정이었다. 수백만 명이 보게 될 텐데, 완벽한 그림을 보이고 싶었다. 쇼가 끝나자마자 택시를 타고 호텔로 달려가 그림을 완성해 전송했다.”  
 
드레스를 입은 캐릭터의 모습을 그릴 때 무엇을 고려하나.  
“가능하면 현실적으로 그리려고 한다. 그게 나의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이다. 유명한 배우든 모델이든 그녀가 누구이든 간에 그들이 드레스를 어떻게 입었는지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드레스를 아이코닉하게 만드는 건 단순히 드레스 그 자체가 아니라 드레스를 입은 방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메간 헤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