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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30대 중·저가 선호로 중고거래 늘어

중앙일보 2018.10.20 00:02
온라인 마켓으로 거래 활발…신제품 소비 감소로 GDP에 악영향 줄 수도
 
국내 중고품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에 이른다. 중고시장은 경기 침체,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대의 합리적 소비행태 등을 배경으로 급격히 커졌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네이버 인터넷카페 ‘중고나라’ 거래액은 해마다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중고거래는 알뜰소비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소비지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도서구입비는 갈수록 줄고 있고,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6% 줄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자심리지수는 갈수록 하락세다. 중고거래 증가에 따른 명(明)과 암(暗)을 살펴봤다. 중고거래가 활성화된 일본 중고시장도 조명해봤다.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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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중고 자전거 거래 플랫폼인 라이트브라더스는 중고제품 검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문가가 자전거 외관은 물론 자전거 내부의 균열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검사 때는 X-ray 장비까지 동원한다. 방사능이 외부로 새어나오지 않는 차폐실에서 자전거 프레임과 휠 등을 넣어 검사한다. 외관과 성능 진단 후 정식 매물로 등록된다. 검사 중 프레임이나 휠에 금이 간 자전거는 판매가 반려된다. 이렇게 매물로 등록된 자전거들은 구매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는 “자전거는 브랜드나 소재에 따라 가격대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대에 달하는데 개인 간 개인 거래로는 제품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제품 검증 서비스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고거래가 늘면서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품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중고차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조원대였던 중고시장은 10년 만에 5배로 커졌다. 저성장과 불황에 따른 소비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신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찾는 중고제품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기술 발전과 인구구조 변화도 중고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발달,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중고거래가 더욱 활성화됐다. 중고제품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남이 입던 옷, 쓰던 가방, 헌 신발이라고 꺼리기 않고 가성비 높은 합리적인 소비로 여기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CJ미래경영연구원의 이철희 박사는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소득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알뜰소비를 하려는 사람이 증가했다”며 “ICT 발달로 소비자 간 중고제품 정보교환이 활발해지면서 제품 하자나 품질 문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장치가 생긴 것도 중고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의 20~30대가 소유에 크게 욕심내지 않고 중·저가 제품 위주의 소비에 익숙해진 것도 중고시장 성장의 요인이다.
 
중고거래 이용 20대가 가장 많아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사고 팔 수 있는 중고서점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사고 팔 수 있는 중고서점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중고거래 이용자 6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14%)가 중고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30대(10.7%)였다. 40대, 50대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용률이 낮아졌다. 성별로 보면 여성(6.3%)보다 남성(7.4%)의 이용률이 더 높았다. 최근 ‘1년 동안 최다 중고거래 품목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4명 중 1명꼴인 25.4%가 의류라고 답했다. 2위는 전자제품(22.5%)이었다. 다음으로 서적(21.4%), 가방·구두(12.7%), 유아·아동용품(12.6%)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 중고거래 이용자의 소비 습관을 분석해보니 평소 주변에서 도움 요청을 많이 받고, 제품의 질을 따지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특징을 볼 수 있었다.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인기 제품도 생겼다. 바로 서적이다. 현재 3대 기업형 중고서점(알라딘·예스24·개똥이네)의 전국 매장 수만 80여 개에 이른다. 중고서점의 인기 비결은 집에서 읽지 않는 책을 팔 수 있고, 새 책과 거의 다름없는 상태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자녀 성장 단계에 따라 보는 책이 달라 새 책 구입이 부담이 되는 부모들로서는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중고서점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한국출판연구소·문화체육관광부) 결과에 따르면 도서 구입처 중 주로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성인이 2015년 2.4%에서 지난해에는 3.1%로 늘었다. 초·중·고 학생은 2015년 3.4%에서 4.9%로 증가했다.
 
온라인 마켓도 중고시장 성장의 진원지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네이버 인터넷카페 ‘중고나라’ 이용객은 1700만 명에 달한다. 하루에 올라오는 상품은 20만건 이상, 1초에 2건 이상 등록된다. 거래가 많아지면서 거래금액도 늘었다. 해마다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고나라에서 발생한 연간 거래액은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중고거래 이용자들의 65.4%는 온라인으로 거래하고 있었다. 온라인 중고거래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활발하다.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게 중고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중고품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1조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조1000억원으로 커졌다. 지난 2013년 7월 인터넷 중고 전문 상거래 업체인 메루카리 등장이 한몫했다. 메루카리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물건을 찍어 바로 게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메루카리 이용자는 월 1000만 명으로 일본 중고품 거래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 5조원대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온라인 재판매 전문 업체 스레드업은 ‘2018년 리세일(resale, 재판매)’ 리포트에서 2022년 미국 중고품 시장이 410억 달러(약 44조34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200억 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패션 지출 비율 하락세 이어져  
국내외에서 중고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중고시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회원 수 1700만 명에 육박하는 중고나라는 최근 JB우리캐피탈과 키움증권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앞서 벤처캐피털(VC) 등에서 투자받은 자금까지 합하면 총 130억원에 달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1월 롯데아이몰에 ‘리퍼브 전문 제휴몰’을 론칭했다. 이곳에서는 주방용품, 소형 가전 등을 최대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 중고품 시장이 커지면 신제품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1만5000원 수준으로 해마다 하락세다. 도서 구입 수요가 줄어든 것은 기업형 중고서점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중고품 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의류 역시 신규 수요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패션 관련 지출 비율은 2013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한국 패션시장 규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42조4704억원이었다. 올해는 전년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수요가 줄면서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나가하마 도시히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집계에 잡히지 않으면서 새 제품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중고시장 확대로 GDP가 0.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가도 중고시장 때문에 상승세가 억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소비지출 전망이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보다 1.8포인트 떨어진 99.2포인트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3월(96.3)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상이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고 그 이하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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