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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 논설위원이 간다]튀는 행동에 대해 묻자…조국 "과거 음습한 불법 행태 배격"

중앙일보 2018.10.19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조강수 논설위원이 간다] 조국 민정수석의 튀는 행보 논란 
 
 
 무작정 전화를 걸었는데 받는다. 내가 더 깜짝 놀랐다. "임명 초창기엔 전화를 걸면 리콜을 하고 문자를 남기면 답을 주더니 요즘엔 거의 전화도 안 받고 문자에 답도 없어요"라던 후배 기자의 조언과는 딴판이었다. 초면이기에 용건을 말하고 재빨리 질문을 퍼부었다. 상대방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그가 전화를 끊어버리면 낭패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요즘 페이스북에 현안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올리고 있다.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민정수석의 모습인데 의도나 철학(소신)이 있는 행보인가?""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참모라서 그림자처럼 보필해야 하는데 너무 튀는 것 같다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수화기 너머 목소리엔 당혹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저장되지 않은 휴대폰 번호의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으나 통화를 이어가기 마뜩잖고 그렇다고 끊지도 못해 난처한, 딱 그런 애매한 상황 아닐까 짐작했다. 그가 몇 마디를 했지만 '절대 직접 인용해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단 뒤였다. SNS에 글은 쓰지만 절대 어느 언론과도 인터뷰한 적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다. 안 쓰겠다고 약속한 뒤 통화는 끝났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메시지가 왔다. 로스쿨 관련해서는 두 개의 기사를 참고해 달라는 글과 함께 해당 기사가 포스팅돼 있었다. 하나는 조국 “로스쿨은 ‘법률 귀족’들에 설움 겪었던 '고졸 법률가’(노무현 전 대통령)가 만든 사법개혁”이라는 기사(2015년 12월 7일자 고발뉴스)였고, 다른 하나는 고시생모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사법시험 폐지 원흉”이라는 제하의 기사(2017년 12월 29일자 데일리안)였다.
 아마도 로스쿨 제도 안착을 촉구하는 지난 1일자 자신의 법률신문 기고문(‘로스쿨의 진화 위하여 뜻을 모아야’)을 쓴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것 같았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문 대통령을 지나친 언사로 공격했고 그들의 주장과 달리 서민 출신이 장학금 혜택 등으로 3년간 총 650만원을 내고 서울대 로스쿨에 다닐 정도로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읽혔다.   
 그리고 이어진 문자. '정 인용이 필요하시면 이하 문구 이용 가능합니다.' 그 이하는 이랬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확인된 과거 민정수석의 음습한 불법행태를 배격하면서, 민정수석의 업무를 준법의 원칙에 따라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단 한줄의 메시지였지만 그의 입장은 다 들어있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지난 3월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구조를 포함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지난 3월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구조를 포함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5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에서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에 발탁된 조국의 행보는 이전의 민정수석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3월 말 정부의 헌법개정안을 사흘에 걸쳐 쪼개기 발표하더니 6월엔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 참모가 정책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금기를 깬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대부분의 민정수석들은 현안 발언은 물론 외부 인사 접촉도 삼갔다. 자칫 말 한마디가 대통령의 의중으로 인식되고 수사 지휘, 가이드라인 설정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였다. 최근 들어선 로스쿨을 옹호하는 글을 기고해 고시 준비생들의 극한 반발을 불렀다. 특히 기고문 말미에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닌 학자로서 쓴 글"이라고 적시한 것을 두고서는 "민정수석 자리가 그렇게 한가한 자리냐"는 수군거림마저 나왔다. 또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은 없었다''법원행정처 폐지가 시대적 과제' 등의 현안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리면서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6일 종로 YMCA 건물에서 만난 사시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이종배(41) 대표는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말 한마디는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 너무 쉽게 한쪽 견해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는다"며 "조 수석의 로스쿨에 대한 인식은 공정성의 가치를 모르고 있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을 잡았으면 민심을 두루 살펴야 할 텐데 로스쿨이 절대적 제도인 양 옹호하고 반대 민심을 짓밟아 버린다는 점에서 신독재"라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조 수석은 사시는 이미 폐지됐는데 존치 주장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규탄시위를 계속하고 온갖 욕 하는 플래카드를 걸어서 그런 글을 올렸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또 법원행정처 폐지는 대법원장이 먼저 발표한 것이지 자신이 지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삼권분립 침해는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조국 수석이 보낸 위의 짧은 문자는 우병우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검찰권을 장악·전횡했다는 평가를 받는 직전 우병우 민정수석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배어난다. 실제로 검찰 수뇌부와 직접 연락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사석에서 "취임 이후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와 최근의 '사법 농단' 의혹 수사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물론 이미 파격적인 검찰 인사를 통해 물갈이를 해 놨기 때문에 척하면 척하고 알아서 굴러가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준법의 원칙에 따라, 국민과 소통하며 집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래 20명의 민정수석 중 비법조인 출신은 김성재(DJ정부)·이호철(노무현 정부)·조국 딱 3명이다. 17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부인 상가에 문상차 들른 김성재(70)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은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그는 초대 민정수석에 이어 정책기획수석·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조 수석의 언론 기고와 페이스북 글쓰기를 어떻게 보나
"민정수석은 한가하게 글 쓰는 자리가 아니다. 저는 재직 시 집에도 비화기 있는 직통 전화를 뒀고 밤에도 전화를 받았다. 밤 12시 넘어 들어가고 일요일에도 비상 대기했다. 24시간 얼러트(비상대기)하고 있었다. 휴가도 한 번 가본 적 없다. 대통령이 휴가 가면 청와대를 지켰다. 한가로울 수가 없는 자리다."
-민정의 제1 업무는 뭔가  
"민정은 민심을 살핀다는 뜻이다. DJ가 나를 민정수석에 임명하며 직접 요구한 게 '무엇보다 현장에 가서 민심을 잘 살펴라. 국민보다 반보만 앞서가라'는 것이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어 민심을 살피고 이를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다. (조국 수석에게선) 그런 모습이 안 보여 안타깝다. 민정수석실이 여론의 현장을 본다면 소득주도성장의 모순이 뭔지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했겠지, 90% 이상 잘 되고 있다고 보고 했겠나. 대통령도 적임자를 민정수석으로 써야 할 책임이 있다. "
17일 인터뷰하는 김성재 전 민정수석

17일 인터뷰하는 김성재 전 민정수석

-민심 파악 다음의 중요 업무는
"검찰·경찰은 물론 군 기무사까지 수사 및 정보기관을 총괄했는데 그들이 일탈하지 않도록 감시·관리하는 것과 300여명에 이르는 대통령 친인척과 동교동계 인사 관리 업무도 중요했다. DJ는 가신들이 고위직에 가거나 정책에 개입하는 걸 차단하라고 내게 직접 지시했다. 그래서 원망도 많이 들었다."
-현 정부 민정의 국민 소통에 대한 평가는
"국민과 소통한다며 인터넷 청원만 받을 게 아니라 사무실에서 나가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밥을 먹더라도 청와대 바깥 뒷골목에 나가서 서민들과 함께 먹고 빈민 속에 들어가 봐야 한다.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들을 직접 만나서 민심을 들어야 한다. 행사기획 전문가가 이벤트성 행사로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에만 몰두해서는 민심이 반영될 틈이 없다."
-청와대 수석들의 국정 장악을 뜻하는 '청와대 정부'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정부는 어디로 사라지고 청와대만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의 잘못을 보면서 배워야 하는데 현 정부에서도 국무회의보다 청와대 수석회의가 더 중시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면에 나서서 정책을 발표하는데, 옳지 않다. 위법논란을 떠나서 국정을 그렇게 수행하면 국민과 거리가 멀어진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한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원칙과 기강이 흔들리는 게 문제다."
 노무현 정부 때 검찰총장을 지낸 A 변호사는 "조국 수석이 운동권 출신 교수라 생각이 깊은 사람인 줄 알았으나 요즘 행동을 보면 민정수석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국정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리즘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민정수석은 장관 등 고위직 인사 검증을 철저하게 한 뒤 조선 세종 때 허조처럼 '아니 되옵니다'라고 쓴소리를 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8개 수석 중 민정수석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권한이 크고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력은 민정수석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도서관을 찾아봐도 '민정수석'을 검색어로 한 학술 논문은 없었다. 다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실형 선고 판결문의 '피고인의 지위'란에 '대통령비서실 업무분장표'를 근거로 한 주요 업무가 적시돼 있었다.    
 
역대 청와대 민정수석

역대 청와대 민정수석

 이에 따르면 민정수석은 산하의 민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 민원비서관(현 정부서 반부패비서관으로 대체) 총 4개의 비서관과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을 지휘·감독한다. 산하 조직을 통해 국정 관련 민심·동향 파악 등 여론수렴, 국가 사정 관련 정책·조정 업무,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 상시 사정·예방 및 공직 비리 동향 파악, 공직자 복무점검 및 직무감찰 업무,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관리,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직원의 복무점검 및 직무감찰,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법률 보좌·부패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및 권력기관의 제도 개혁 관련 업무, 사법정책 기획 및 조정, 비서실 내부 법률 검토 및 자문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 기관도 관할한다. 민정수석은 조선시대로 치면 '사헌부(司憲府)'다. 지금의 차관급인 종2품 대사헌(大司憲)이 수장이다. 미국에선 백악관 법률고문(White House Counsel)이 비슷하다. 변호사 출신의 미 대통령 참모로, 대통령에 대한 공적 소송과 법률 조언을 하며 법무부와의 교류 업무를 맡는다. 법무부 장관 등과 달리 미국 상원의 동의가 필요 없다.    
조국 수석의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표지

조국 수석의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표지

조 수석의 저서(『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는 미국 버클리대 로스쿨 스승에게서 들었다는 '킬 유어 파더(Kill your father!)' 관련 에피소드가 나온다. 친부살해? 대가에게 주눅 들지 않는 반권위 정신을 가지라는 가르침이란다. "학문활동과 사회참여를 하면서 머뭇거리게 될 때마다 '내가 할 얘기는 해야지. 욕을 먹더라도! 권력, 권위, 통념, 관습 앞에서 겁먹지 말자'고 마음속에서 외쳐 본다"라고 쓰여있다.  
 대한민국 민정수석이고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거라면 분란을 일으키는 페이스북보다는 대통령에게 어떻게 직언할지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더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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