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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부자 도시’ 울산의 몰락

중앙일보 2018.10.18 00:12 종합 33면 지면보기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전국 부동산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부동산 114’가 최근 주목할 만한 자료를 내놨다. 전국 7대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울산의 전셋값만 떨어졌다. 10월 12일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4억6588만원으로 2년 전 4억2584만원보다 9.4%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변동률은 4.1% 상승이었다. 그러나 울산의 아파트 전세금은 2년 전보다 2.6%(1억8492만원→1억8018만원) 하락했다. 한국감정원 자료로는 올 초부터 9월 사이에만 8.37% 떨어졌다. 하락률 전국 1위다.
 
전셋값이 떨어지는 데 매매가인들 온전할 리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9월까지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6.81%나 떨어졌다. 역시 하락률 전국 1위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세 와중에 기록한 ‘나홀로 곤두박질’이라 더 눈에 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울산 부동산 가격의 폭락 원인을 조선·자동차 산업의 쇠락과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울산 동구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은 조선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수년째 구조조정 중이다. 2013년 6만여 명이었던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 직원은 지난 9월 말 2만7000여 명으로 줄었다. 울산 북구에 여의도 1.5배 규모의 공장을 둔 현대차도 사정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7.1%나 줄었다. 공장 인근에선 “회식자리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산업 위기는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울산 인구는 115만 7000명으로 전년보다 9000명 줄었다. 들어오는 인구보다 빠져나가는 인구가 33개월째 더 많다. 울산 관가에서는 “이러다 울산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린다.
 
한때 울산은 전국 최고 부자 도시였다. “울산에서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했던 곳이다. 2011년 지자체 최초로 1000억 달러 수출을 돌파했고, 1인당 개인소득도 9년 연속(2007~2015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 들어 1인당 개인소득 1위 자리를 서울에 내줬다. 울산의 실업률은 지난 4월(5.9%), 7월(4.9%)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9월(5%)에도 또다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13%로 전국에서 광주광역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인구 유출이 많으니 기초단체 재정도 튼튼할 리 없다. 동구는 재정 펑크로 구청 직원 수당도 못 줄 형편이다.
 
울산 부동산 가격의 몰락은 산업 활성화 여부가 인구 증감에, 인구 증감이 도심 공동화와 자산 가치 하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산업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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