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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단락된 예멘 난민 사태 … 사회 성숙 계기로 삼아야

중앙일보 2018.10.18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제주도에서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한 예멘인 중 339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앞서 23명이 같은 자격을 이미 얻었고, 34명은 체류 불가 판정을, 85명은 결정 보류 처분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봄에 무더기로 입국한 예멘인 480여 명에 대한 난민 심사가 일단락됐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1년간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체류지는 전국 어디로든 선택이 가능하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이 결정에 국내 여론은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체류 허가가 불러올 위험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관대한 결정을 했다는 비판과, 곤경에 처한 이들을 상대로 땜질 처방을 했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심사가 법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졌는지를 따져 보기도 전에 각자의 입장에 따라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면 예멘인들은 제주도를 통하면 비자 없이도 입국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려 집단으로 들어온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단박에 수백 명의 난민 지위 요청자가 생겼다. 국경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었다. 그 뒤 한편에서는 괴담 수준의 외국인 비하 주장이 난무했고, 다른 한편에는 사회적 여파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온정적 수용론을 펼치는 이들이 있었다. 심사 과정에서는 대상자들의 행적 추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허술한 행정력이 드러났다. 난민 문제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우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들이었다.
 
이 사태를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 폭넓게 동의할 수 있는 난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 입장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눈치만 보며 지방 관청에 책임을 떠맡기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가 이어져선 안 된다. 언제 또 닥쳐올지 모르는 일이다. 정부가 약속한 체류 허가를 받은 이들에 대한 관리와 지원 시스템 작동도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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