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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방북에 관심 갖는 진짜 이유는?

중앙일보 2018.10.16 06:50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시국의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을 향한 한반도 평화 로드맵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큼직한 가교 역할을 맡게 될지 주목된다. 가톨릭 교계 안팎에서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은 18일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은 18일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분단 현장에 대한 교황의 각별한 관심=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본지 2014년 1월7일자 특종 보도)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1989년) 이후 25년 만이었다. 통상 교황이 동북아시아를 방문할 때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방문도 염두에 둔다. 아시아행이 그리 녹록한 행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재임 기간에 아시아를 방문한 적이 없다. 노령에 심장박동기까지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북아행은 너무 먼 일정인데다, 설령 간다 하더라도 한국만 방문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막상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할 때 세계는 깜짝 놀랐다. 중국와 일본을 제외한 ‘한국 단독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가 열리긴 했지만, ‘한반도가 분단의 현장’이라는 게 더 근본적인 이유였다고 가톨릭 내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사실 교황의 분단 현장 방문은 한국이 처음은 아니었다. 한국 방문 석 달 전인 2014년 5월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찾았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에서 이동 중 갑자기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교황은 ‘분리장벽’으로 불리는 콘크리트벽으로 걸어가서 손을 얹고 기도를 올렸다. ‘분리장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거주 지역을 제한하는 장벽이다. 교황은 또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한 바 있다. 교황청으로 돌아간지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바티칸으로 초청, 교황은 함께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스라엘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탄생지 인근의 '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스라엘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탄생지 인근의 '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년 전 남한을 방문,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명동성당에서는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면류관을 선물로 받았다. 교황은 예수회 출신이다. 교황이기 전에 한 사람의 사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가 할 일은 분리와 단절의 벽을 제거하고 형제애의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고 누누이 말한다. 그의 방북 가능성이 더욱 높아보이는 이유다.    
 
◇두려움 없는 행보, 두려움 없는 메시지=교황의 북한 방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나라다”“인권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며 교황의 방북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나아가 교황의 신변 보호와 안전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추기경 시절, 그는 군사 정권에 저항하다 쫓기는 이들의 목숨을 여럿 구해주기도 했다. 자신에게도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사제였을 때는 마약과 총기와 살인이 난무하는 치안 부재의 빈민촌에 홀로 들어가 봉사와 선교 활동을 했다. 당시 그의 동료는 빈민촌 입구까지만 왔다가 되돌아갔다. 그만큼 위험한 지역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동과 한국 방문 때 방탄차 사용을 거부했다. "신의 ;뜻에 맡긴다"는 게 이유였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동과 한국 방문 때 방탄차 사용을 거부했다. "신의 ;뜻에 맡긴다"는 게 이유였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이스라엘 등 중동을 방문할 때도 그는 방탄차를 거부했다. 한국 방문 때도 그랬다. 방탄차와 방탄복을 거부했다. “신의 뜻에 맡기겠다”는 게 이유였다. 대신 작은 차를 타고,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만약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교황은 두려움 없는 행보를 할 것이고, 두려움 없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 북한을 국제사회로 한걸음 더 걸어나오게 하는 기폭제이자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 방북 실현될까=교황의 방북은 바티칸시국과 북한, 다시 말해 국가 대 국가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교황 방북 추진설’은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북한의 공식 초청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의 공식초청장’을 들고 교황을 만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는 15일 “제가 들은 바로는 교황께서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의 수직적 체계상 방북 여부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한국 가톨릭은 침묵을 지켜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촌 분단의 현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상처의 현장이야말로 치유가 필요한 곳이라 보기 때문이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촌 분단의 현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상처의 현장이야말로 치유가 필요한 곳이라 보기 때문이다. [AP=연합뉴스]

 
대신 지난달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전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교황 방북의 필요성은 김희중 대주교와 유흥식(대전교구장) 주교를 통해서 교황청에 전달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고위성직자들과 남다른 인맥을 갖고 있는 유 주교는 한국 가톨릭을 대표해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에 참석 중이다. 유 주교는 11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는 성직자도, 종교의 자유도 없다. 무슨 일을 할 때는 기초가 갖춰져야 한다. 기초가 갖춰지면 교황 방북은 실현될 수 있는 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교황청 특사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오른쪽 둘째)이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둘째) 알현 일반 미사에 참석한 후 교황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김 대주교는 "당시 언론보도와 달리 친서에는 방북 초청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교황청]

지난해 5월 교황청 특사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오른쪽 둘째)이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둘째) 알현 일반 미사에 참석한 후 교황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김 대주교는 "당시 언론보도와 달리 친서에는 방북 초청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교황청]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당시 유흥식 (대전교구장) 주교가 교황과 함께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신부의 생가터를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당시 유흥식 (대전교구장) 주교가 교황과 함께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신부의 생가터를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 북한의 종교인들은 정부에서 지명한 ‘직장인’에 훨씬 더 가깝다. 머리를 기른 채 ‘반야심경’을 외우는 불교 성직자나 믿음이 없어 보이는 개신교 성직자들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더구나 북한에는 가톨릭 사제가 없다. 서울교구장과 함께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는 염수정 추기경은 김 위원장의 교황 방북 제안에 대해 “매우 기쁘다.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북에 사제와 수도자를 파견해 성사를 함께 봉헌하는 날이 빨리 찾아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 주교는 “북한이 종교의 자유 보장 등 풀어야 할 문제를 안고 있으나, 교황 방북이 정치적ㆍ종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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