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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수도승 매티스 국방 “내가 오늘 대할 사람은 무지하고 오만하다 생각하라”

중앙일보 2018.10.16 01:30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5일(이현지시간) 버지니아 군사학교(VMI)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유튜브 캡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5일(이현지시간) 버지니아 군사학교(VMI)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유튜브 캡처]

“장관님. 가정입니다만, 모든 미국인에게 단 한 권의 책을 읽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버지니아 군사학교(VMI)를 방문했을 때 한 생도에게서 받은 질문이다. 그는 “쉬운 질문은 아니다”라며 웃은 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라고 답했다. 『명상록』은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학파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저서다. 내면적 자기반성을 기록한 책이다. 매티스 장관은 “나는 전략에 관한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며 “『명상록』은 전투 중에도 읽으려고 배낭에 넣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매티스 장관은 뛰어난 군 지휘관이면서도 엄청난 독서량에 자기 절제 스타일로 미군 내에선 ‘수도승 전사’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다. 그를 미 국방장관으로 처음 대했던 전직 정부 고위 인사는 “교양 있는 노신사와 대화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흉상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흉상

 
매티스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고생을 했다. 로마의 황제였지만 가정에선 모든 게 제대로 되진 않았다. 부인과 아들은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는 평생을 제국을 지키려고 변경에서 보냈다. 『명상록』을 읽으면 삶이 고되었지만, 겸손과 존엄을 잃지 않고, 조국과 자신의 부대에 충성했던 그를 알 수 있다.”

 
매티스 장관은 생도들에게 이런 충고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라. ‘내가 오늘 대할 사람들은 참견만 하며, 감사할 줄 모르고, 오만하면서, 정직하지 않고, 질투심이 많으면서, 무례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된 건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몰라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장관. [EPA]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장관. [EPA]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요즘 워싱턴 정가에서 묘한 파문을 낳고 있다. 그가 다음 달 6일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장관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다. 인사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매티스 장관에 대해 “민주당원과 같은 사람”이라며 “그가 행정부를 떠날 수 있다”고 말해 교체설을 공식화했다.
 
매티스 장관은 한ㆍ미 동맹, 한ㆍ미 연합훈련 등 주요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거슬렀다. 그는 현역 시절 연합훈련 때문에 한국을 여러 번 찾았고,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지한파다.
 
현재 매티스 장관의 후임자 하마평이 돌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부터 활동했던 잭 키언 전 육군참모차장이다. 그는 지난 2016년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국방장관을 제안했지만, 개인적 사정 때문에 거절했다”며 “대신 제임스 매티스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아직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의 입각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키언 전 차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워싱턴 DC의 분위기다.
 
미국 폭스TV 해설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잭 키언 전 육군참모차장. [유튜브 캡처]

미국 폭스TV 해설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잭 키언 전 육군참모차장. [유튜브 캡처]

 
매티스 장관이 그만두면서 발생할 한·미 군사동맹의 공백을 메울 이로는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이 꼽힌다. CNN은 지난 7일 브룩스 사령관이 차기 합동참모본부차장 후보자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폴 셀바 현 합참차장은 내년 초 퇴임할 예정이다. 합참차장에겐 핵무기 관리, 무기 구매, 군 예산 편성 등 권한이 주어진다.
 
CNN은 합참차장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매티스 장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매티스 장관과 브룩스 사령관은 개인적 인연이 있다. 매티스 장관이 중부군 사령관일 때 브룩스가 그의 휘하에 있었다. 브룩스 사령관은 평소 “매티스 장군에게 많이 배웠다”고 말할 정도의 사이다. 또 브룩스 사령관은 매티스 장관에게 한국과 한반도의 현황에 대해 직접 보고했던 관계다. 
 
군 소식통은 “한국과 한국군에 대한 이해가 깊은 브룩스 사령관이 합참차장이 된다면 한국의 목소리를 매티스 장관 대신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 연합사령관이(오른쪽)이 지난 11일 오전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열린 제41대 합참의장 취임식에서 반갑게 인사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 연합사령관이(오른쪽)이 지난 11일 오전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열린 제41대 합참의장 취임식에서 반갑게 인사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브룩스 사령관이 고사할 수 있다는 게 변수다. 그는 최근 지인에게 “대장을 5년간 했으니 이제 충분하다”며 “군에서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한국을 위한 일이라면 마다치 않겠다”고 덧붙였다고 지인이 전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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