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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버노 악재가 호재로 … 하원서 민주당 따라잡은 공화당

중앙일보 2018.10.16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 월요일 미국은 새로운 대법관 브렛 캐버노의 선서식을 자랑스럽게 지켜봤다. 우리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끝까지 그를 지켜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켄터키주 중간선거 유세에서 "우린 캐버노를 끝까지 지켰다. 민주당이 그에게 한 짓은 국가적 수치"라고 공격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켄터키주 중간선거 유세에서 "우린 캐버노를 끝까지 지켰다. 민주당이 그에게 한 짓은 국가적 수치"라고 공격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밤 켄터키주 리치먼드 중간선거 유세에서 “광적이고 과격한 민주당이 캐버노에게 한 짓은 국가적 수치”라며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한 말이다. “성난 민주당 폭도들은 지명 순간부터 끔찍한 얘기로 그를 방해하고 막고 무너뜨리고 파괴하려 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우린 캐버노 지켜내" 민주 역공
공화 201-민주 205 우세로 턱밑 추격
D-20 판세 급변 10석내 박빙 승부될 듯
CBS, 공화 209, 민주 226석 과반 예상
"민주당 이겨도 대북정책은 유지" 관측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까지 미루면서 주 4회 유세에 나서면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36년 전 캐버노의 성폭행 폭로를 근거로 인준 저지 나섰던 민주당에 대한 역공이 유세의 초점이다. ‘캐버노 효과’로 공화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CBS 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캐버노가 겪은 일이 지금 중간선거의 중대 요인이 됐다. 여론조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켄터키주 리치몬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1·6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참석자들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켄터키주 리치몬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1·6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참석자들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의회 지도부 펀드(CLF)도 지난주 “자체 조사 결과 캐버노 인준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공화당 현역의원 지지율이 정점을 찍고 있다”며 “4%포인트 이내 격전지 20곳이 하원 다수당을 결정할 것”이라며 집중 지원을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평균 5%포인트 올랐다”고도 했다. 격전지에 실탄 지원을 집중해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민주당의 낙승이 예상됐던 하원의원 선거 판세도 요동치고 있다. 선거 예측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14일 현재 양당 우세 지역은 민주당 205석 대 공화당 201석으로 4석 차이 박빙으로 좁혀졌다. 206대 189, 17석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열흘 새 크게 준 것이다. 다만, 경합지역 29곳 모두 공화당 현역 지역구여서 과반은 여전히 쉽지 않다. 대신 상원은 공화당 우세 50석으로 경합지역 8곳 중 한 곳만 승리하면 지도부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같은 날 CBS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와 공개한 조사에선 민주당이 하원 과반보다 8석 많은 226석, 공화당은 209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10석 이내 승부라는 뜻이다. CBS·유거브는 예측 모델상 민주당은 최대 240석(공화당 195석)까지 얻을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212석(공화당 223석)을 얻어 과반 탈환에 실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유세 동선도 민주당 바람이 거센 펜실베이니아(10일)→오하이오(12일)→켄터키(13일) 등 중동부 러스트벨트 격전지에 집중했다.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과격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세금을 올리고 일자리를 죽이는 규제를 부활시키고 사회주의를 도입해 민간 의료보험을 없앨 것”이라며 “이는 집권 공화당 아래에서의 경제 호황과 번영을 저해할 것”이란 협박 전략도 동원했다.
 
‘캐버노 효과’와 트럼프의 마지막 3주 유세가 하원 판세를 뒤집을지는 불확실하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본지에 “캐버노 인준 이후 공화당 지지층의 선거 열기가 민주당과 같아졌지만, 하원 과반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다른 모든 지표는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시사하고 있고, 이는 연방정부 권력의 분할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대 교수도 “일부 민주당과 무당파까지 미국 전체 보수층이 캐버노 인준을 좋아하는 것과 실제 투표는 다르다”며 “트럼프가 자신의 재선 캠페인처럼 전국선거를 만들어 투표율은 오르겠지만 정작 상당수 유권자는 투표지에 트럼프 이름이 없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디. 올해 중간선거는 상원의원 35명과 435명의 하원의원, 36명의 주지사를 뽑는 지방선거라는 뜻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선거 뒤로 연기했고, 2021년 1월 비핵화 시간표까지 포기를 선언하면서 미국 내 북핵 변수의 정치적 영향력이 많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북 강경파인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 간사는 앞서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지난번은 많은 과대 광고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 성과없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또 다른 정상회담을 할 여유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선거 막바지에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성과가 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의 실무협상에서 핵 신고와 영변 핵시설 사찰·폐기 등 구체적 비핵화 조치 합의에 따라 정상회담 시기가 결정될 것이란 뜻이다.
 
반면 슈멀 교수는 “하지만 2차 정상회담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며 “백악관과 북한 모두 카메라가 두 지도자의 만남에 흥분할 것이고 두 사람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만한 대형 미디어-정치 이벤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정책은 대개 대통령과 국무부가 관장하는 영역”이라며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미트 교수도 “미국은 협상을 통한 유연한 대북접근을 원하고 있고 트럼프도 중간선거 이후에도 자신의 대북노선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원의 민주당도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 일본 나아가 중국과 협력하면서 북한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종전선언을 포함해 평화협정, 북·미 관계정상화 추진엔 감독과 견제가 강화될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외교적 해법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은 유지될 것이란 설명이다. 슈미트 교수는 “나와 얘기를 나눈 민주당 인사들은 한반도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새로운 접근법에 대해서도 보다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고도 소개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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