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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질병으로 인정되나…국내 게임시장 먹구름

중앙일보 2018.10.15 17:21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주요 게임 업체들이 게임과 관련한 각종 대내외 규제에 직격타를 맞으면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국내 게임 업체 '빅3'에 꼽히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이번 3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작년 동기 대비 40~6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게임을 질병으로 인정할지 여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가능성, 중국 정부의 한국 게임 규제 등이 숨돌릴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철학, 방향성이 없다"며 "산업에 대한 진흥안은 없이 각종 규제안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 업계가 가장 불만을 표출하는 사안 중 하나가 게임 중독의 질병 코드화를 놓고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는 중앙정부 부처들의 대응이다.  
 
지난 1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한국도 이를 곧장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게임 업계는 "업계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에 대한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에 대한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5월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 중독 등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포함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 세계 게임 업체들은 "게임 과몰입을 의학적 의미의 중독·질병으로 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도 이 부분은 논란이 크다.   
 
그러자 10일과 12일에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는 게임 산업 부흥책에 대한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셧다운제 등으로 게임 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게임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 산업 진흥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복지부와는 완전 반대되는 입장이다.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문화재단은 이달 중으로 "게임을 술·담배·도박과 같은 유해 물질로 규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복지부 방침에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국내 게임 업체 관계자는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지 여부에 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부터 필요하다"며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 입성하는가 하면, 국내 게임 업계가 '수출 효자'라고 하더니 정부의 게임 정책 기조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도 문제다. 중국 교육부를 비롯한 8개 정부 부처는 지난 8월말 게임의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게임 총량 규제안'과 중국 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전체 수를 관리하는 '온라인게임 총량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 일종의 중국판 '셧다운제'인 셈이다. 한국 게임업체뿐 아니라 텐센트 등 중국의 대형 게임 기업들도 타격을 입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한국 게임은 중국에서 서비스 승인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게임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게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K-게임 열풍'도 수그러든 분위기다. 국내 게임 업체들도 급격히 해외 진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도 게임 업계의 불만 요소 중 하나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돈을 주고 구입을 하지만, 아이템의 효과나 성능은 확률에 따라 랜덤으로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돈을 아무리 많이 쓰더라도 확률이 적은 아이템은 걸리기 힘들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반복적인 구매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5월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리니지M 1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29일에 문체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뉴스1]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5월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리니지M 1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29일에 문체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뉴스1]

이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9일 문체부 종합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 업계에서는 "넥슨·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국감에서 이를 다룰 필요가 있냐"는 얘기가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가 게임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현 정부의 게임 정책 규제 개혁(45점), 해외 시장 대응(43점), 부정적 인식 개선(39점) 등에 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을 줬다. 위 교수는 "정부가 장기적인 비전도 없고, 게임 산업이 당면한 국내외 악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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