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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트코인 채굴하려 전기 훔친 ‘도둑들’…위약금만 내면 땡?

중앙일보 2018.10.15 15:23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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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 광풍과 함께 ‘전기 도둑’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이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산업용ㆍ농사용 전기를 암호 화폐 채굴에 쓰다 적발된 업체가 61곳에 달했다. 이들이 낸 위약금은 정상요금의 3배 수준인 약 6억5000만원이다.
 
충남의 한 골판지 제조업체의 경우 2017년 4월부터 전기 사용량이 1.5배 증가했다.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한전이 실사를 나갔더니 암호 화폐 채굴 현장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8곳, 위약금 3억 3013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이어 경남 10곳(1억3498만원), 대구 7곳(5248만원), 부산 4곳(3733만원), 전북 4곳(1973만원), 인천 3곳(1952만원). 울산 2곳(2911만원), 경북 1곳(1891만원), 충남 1곳(446만원), 강원 1곳(330만원)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이후엔 단속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  
2017년 4월부터 산업용 전기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에 쓰다 지난해 말 적발된 충남의 한 골판지 제조업체. [사진 홍의락의원실]

2017년 4월부터 산업용 전기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에 쓰다 지난해 말 적발된 충남의 한 골판지 제조업체. [사진 홍의락의원실]

 
2009년 개발된 암호 화폐는 지난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올해 초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했다가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휘청거릴 정도의 역풍을 맞기도했다. 하지만 정작 암호 화폐를 부정한 방법으로 채굴한 '전기 도둑'은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전기 부당 사용 실태 조사는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암호 화폐 관련 긴급대책'의 일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반짝 단속'에 그쳤다. 형사처벌까지 이어진 경우도 없었다.
 
암호 화폐를 획득하려면 고성능 컴퓨터를 여러 대 가동해서 암호를 해독해야 하는데, 금광에서 금을 캐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서 채굴이라 부른다. 채굴기 1대를 한 달 내내 24시간 가동할 경우 전력 소비량은 1152kWh 정도다. 에어컨을 한 달 내내 반나절 정도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일반 가정용 전기를 이 정도 썼다면 '슈퍼 사용자'급의 누진제가 적용돼 30여만 원을 내야 한다. 산업용ㆍ농사용 전기라면 업종이나 계약전력, 계절에 따라 최대 60%까지도 저렴해진다.
 
한전의 기본 공급약관 시행세칙 제38조 1항에 따르면 암호 화폐 채굴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또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업용 전력이 아닌 일반용 전력을 적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의락 의원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에도 일반 국민은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전전긍긍했는데, 값싼 전기요금 혜택을 악용하고 국가 전력을 낭비한 사람들은 한전이 부과하는 위약금만 내고 끝이었다”며 “죄질이 나쁜 경우 엄벌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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