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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이상 무" 의사 말에 흑백서 컬러로 바뀐 거리

중앙일보 2018.10.15 13:01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11)
“자~ 이제 일 년 후에 봅시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담당 의사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무겁기만 했던 내 몸이 갑자기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 일 년에 한 번 하는 건강검진 결과지엔 나도 모르게 체크사항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혹이 여기저기 생겨나는가 하면 정작 필요한 근육 대신 지방이라는 고약한 녀석은 자꾸만 불어나는 거다. 좀체 알아먹을 수 없는 수치들도 이상한 방향으로 줄달음치는 중이었다.
 
남편은 농담 삼아 ‘아내의 물혹’과 ‘요상한 수치’는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며 눈치 없는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지를 장악(?)하다시피 한 얄미운 물혹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검진결과 나오는 날, 흑백영화처럼 우울했던 거리
병원 검진결과를 듣기 전 본 거리는 흑백영화처럼 우울했다. by 갤럭시 노트5 S노트 포토에디터 흑백 효과. [그림 홍미옥]

병원 검진결과를 듣기 전 본 거리는 흑백영화처럼 우울했다. by 갤럭시 노트5 S노트 포토에디터 흑백 효과. [그림 홍미옥]

 
검진결과가 나오던 날, 아침부터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졌다. 중년의 나이 듦을 가장 실감 나게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곳 중의 하나는 바로 병원이다. 언제부턴가 여성 질환 검사는 격년으로 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혈관계통 검사항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어이없기도 하고 심지어 서글퍼지기도 했다.
 
검사용 채혈을 하고 나면 왜 그리 피를 많이 뽑을까 하는 억울한 마음도 함께 들었다. 피를 뽑았으니 위화(余華, 1960~)의 중국소설 ‘허삼관 매혈기’의 주인공처럼 볶은 돼지 간요리와 황주를 먹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어쨌든 ‘아내의 유혹’도 아닌 물혹 때문에 며칠 동안 우울했다. 그래서인가? 병원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길 건너 풍경은 왠지 흘러간 흑백영화 속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은 그냥 저 상태로 계속 문을 열지 않을 것만 같았고, 하늘은 또 왜 그리 우중충한지 금방이라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릴 것만 같은 거다. 휴대폰에서 알려주는 오늘의 날씨는 분명 ‘맑음’이었는데 말이다.
 
결과지를 살펴보던 담당 의사는 이런 말을 건넨다. 힘도 없고 능력도 없는 ‘아내의 물혹’ 따위는 그냥 친구처럼 데리고 살아도 된단다. 야호! 그 말 한마디에 며칠 동안 무거웠던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마음먹은 대로 변하는 세상의 색
정상이라는 검진결과를 보고 난 후 갑자기 환해지는 거리 풍경 by 갤럭시 노트5 S노트. [그림 홍미옥]

정상이라는 검진결과를 보고 난 후 갑자기 환해지는 거리 풍경 by 갤럭시 노트5 S노트. [그림 홍미옥]

 
어라? 분명 우중충한 하늘이었다. 그것도 잿빛으로 가득했던. 가을 날씨답지 않게 찬바람까지 불고 금방이라도 우산을 펴야 할 것 같던 날씨였다. 불과 몇십 분 전까지만 해도 마음마저 추워지고 스산해지는 그런 날이었단 말이다.
 
그랬던 하늘이 애니메이션 영화 속의 하늘처럼 온통 새파랗고 상큼하다. 그뿐인가! 그대로 문을 열지 않을 것만 같던 상점들은 아침 장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지난밤 늦도록 대박을 터뜨렸을 맥주 가게 주인은 행복한 단잠에 빠져 있겠지?
 
갑자기 이유 없이 마음이 분주해진다. 핑크빛 차양을 두른 화장품가게에서 똑 닮은 핑크빛 립스틱을 살까? 아니면 세일이라고 커다랗게 써 붙인 옆 가게에서 젤 비싼 아이템을 사버릴까. 그 옆의 떡볶이집의 매운맛을 맛보고도 싶고, 보나 마나 행운의 점괘가 나올 게 뻔한 위층의 타로 가게도 올라가 보고 싶다.
 
이렇게 중년의 가을은 별 이상이 없다는 건강검진표 한장에 어이없게도 행복해져 버린다. 까짓 물혹이야 어디 갈 곳도 없는 모양이니 당분간 데리고 살아야겠다며 혼자 웃기도 한다. 세상이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하고 쓸쓸한 가을빛은 달콤한 낭만으로 물들어 버린다. ‘건강 이상 없음’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아들고서!
 
정말 세상은 보고 싶은 대로 보이는 모양이다. 마음의 눈은 사소한 감정까지도 지배한다더니 과연 그 말이 맞다 싶다. 흔히들 ‘인생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하곤 한다. 용기가 부족할 때 혹은 마음이 약해지려고 할 때 내 마음의 눈에 주문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 내 마음을 이길 자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말이다.
 
참! 그림 속 떡볶이집 앞에 서 있는 아가씨는 분명 서류심사에 일등으로 찰떡같이 붙어서 면접을 가는 길일지도 모르지. 떡~하니 착! 붙으세요!
 
오늘의 드로잉팁
풍경을 그려보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면? 그럴 땐 트레이싱 기법을 이용해 보자.
 
드로잉팁 1. 그려 보고 싶은 사진을 갤러리에서 선택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1. 그려 보고 싶은 사진을 갤러리에서 선택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2. 적당한 불투명도를 정한 후 저장을 누르면 바탕에 그려야 할 사진이 약간 흐릿하게 나타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2. 적당한 불투명도를 정한 후 저장을 누르면 바탕에 그려야 할 사진이 약간 흐릿하게 나타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3. 브러쉬와 색상 선택 후 대략적인 선을 따서 밑그림을 완성한다. 이때 생략하고 싶은 부분은 과감히 생략한 후 표시된 부부을 클릭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3. 브러쉬와 색상 선택 후 대략적인 선을 따서 밑그림을 완성한다. 이때 생략하고 싶은 부분은 과감히 생략한 후 표시된 부부을 클릭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4. 사진은 사라지고 밑그림이 보인다. 대략의 구도가 완성됐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4. 사진은 사라지고 밑그림이 보인다. 대략의 구도가 완성됐다. [사진 홍미옥]

 
이제 대략의 구도가 완성됐으니 디테일한 부분은 나만의 상상력으로 완성  보는 게 어떨까!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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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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