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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검사기에서 ‘지’를 띄어 썼다면?

중앙일보 2018.10.15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띄어쓰기 검사기가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포털에서 제공하는 검사기를 활용하는 이가 많다. 채용 공고가 쏟아지는 시기엔 이 검사기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말의 띄어쓰기를 어려워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띄어쓰기는 맞춤법 57개 항 중 10개 항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고 예외도 많다. 형태가 같은데 앞말과 항상 붙이는 경우와 띄어야 하는 경우로 구분해야 될 때도 있다. ‘지’도 혼란을 겪는 띄어쓰기 중 하나다.
 
우리말의 어미, 접사, 조사는 항상 앞말과 붙여 쓰고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지’는 어미와 의존명사의 형태가 같은 예다. ‘지’가 어미일 때는 앞말과 붙이고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야 한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얼마나 유능한 지 아직 잘 모르겠다”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제시간에 도착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이때의 ‘지’는 의존명사가 아니다. ‘-ㄴ지’ ‘-ㄹ지’의 형태로 쓰인 어미이므로 앞말과 붙여야 한다. “얼마나 유능한지” “제시간에 도착할지”로 붙여야 바르다.
 
띄어쓰기가 헷갈릴 때는 추측·의문을 나타내는 비슷한 형태의 어미로 바꿔 보면 명확해진다. “얼마나 유능한지”를 “얼마나 유능한가”로, “제시간에 도착할지”를 “제시간에 도착할까”로 바꿔도 무리가 없다. ‘-ㄴ지’를 ‘-ㄴ가’로, ‘-ㄹ지’를 ‘-ㄹ까’로 바꿔 의미가 통하면 기능이 같은 어미라고 생각하고 붙이면 된다.
 
“읽은 지 꽤 오래된 책인데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마을 어귀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영화 속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00일째다”의 경우는 어떨까? 이때의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읽은 지’ ‘출발한 지’ ‘만난 지’로 띄어 쓰는 게 바르다. ‘지’는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만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쓰고 그 외에는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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