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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제] 한때 '절친'이었던 '차메리카', G1 자리 놓고 벌이는 무역전쟁

중앙일보 2018.10.14 15:50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관람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주제로 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관람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주제로 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구호로 내걸었을 때, 국제사회는 대중영합적인 낡은 구호로 비웃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침해하는 첫 번째 청산대상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싸움을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관세 보복을 글로벌 공급사슬 다툼으로, 상품수지 적자를 'G1' 경쟁으로, 양국 간 분쟁에서 시장경제 블록 대 국가자본주의 대결로 판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세계 무역 질서와 경제판도의 주도권이 걸린 건곤일척의 대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과연 미국과 세계에 어떤 결과를 안겨줄 것인가?  
 
글로벌리즘(Globalism)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로
 
아메리카 퍼스트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내건 대외정책 노선으로, 미국 국민의 이익과 안전을 대외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이 공짜로 편익을 누리는 동안 미국은 비용을 지불하고 부담을 참아야 하는 국제협약들을 체결해 왔다고 비판하고 미국에 불이익을 주는 국제협약들을 파기할 것을 공약했다.
 
1990년대 이래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로 미국이 주도해 왔던 세계주의(Globalism)가 다자간 무역협정을 중심으로 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별 무역협정 추진은 세계주의의 후퇴이자 미국 국익 중심의 고립주의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백악관의 문건들은 반복해서 아메리카 퍼스트가 고립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 급증이 가져온 미국의 상처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인 ‘차메리카(China+America)’라는 조어가 생겼을 만큼 중국과 미국은 글로벌리즘의 파트너로서 긴밀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2000년 세계 상품시장에서 미국의 비중은 12.1%였으며, 중국은 3.9%였다. 
 
세계 상품수출시장에서 중국은 미국을 추월했다.

세계 상품수출시장에서 중국은 미국을 추월했다.

 
그러나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10년이 지난 2011년 미국의 비중은 8.1%로 낮아졌지만, 중국 비중은 10.4%로 급등했다. 미국의 중국 상품수입 규모는 2000년 1000억 달러에서 2010년 3361억 달러로, 2017년 5063억 달러로 증가했다.
 
저가의 중국 상품들이 미국 시장에 대거 들어옴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섬유 등 노동투입이 높은 산업은 대거 멕시코로 이동함으로써 미국 제조업의 실업은 더욱 악화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미국 일자리가 급격히 줄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미국 일자리가 급격히 줄었다.

 
2015년 중국 수입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했으며, 중국산 수입 상품은 1999년에서 2011년 사이에 미국 일자리 240만개를 사라지게 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더구나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중산층 가정이 파괴되고 사망률이 급증하는 등 사회적 붕괴현상이 수반되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공약했을 때, 워싱턴 정가의 주류와 국제 사회는 선거 승리를 위한 인기영합적인 선거 구호로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는 상처받은 대중들에게 아메리카 퍼스트 공약으로 위로하고 희망을 줌으로써 중국산 수입품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100개 지역 중 89개 지역에서 승리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 미국의 파트너에서 적(敵)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부당한 무역관행과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 USTR은 2018년 3월 중국 산업정책이 미국 근로자와 기업의 장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식재산권과 첨단기술을 이전하거나 도용하는데 개입함으로써 미국 무역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3월 22일 중국산 상품 50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대중국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5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은 300만 개의 일자리와 6만 개의 공장을 잃었으며, 지난 20년간 13조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중국을 비난하고, 미국 근로자들이 희생되고, 미국의 부(富)가 강탈당하는 것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천명함으로써 중국을 미국의 적으로 자리매김했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G1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2030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2라운드는 글로벌 공급사슬 싸움
 
미국과 중국은 7월 6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상응 보복으로 관세를 주고받아 미국은 총 2500억 달러, 중국은 1100억 달러어치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추가로 2670억 달러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밝힌 바 있다. 1라운드 관세전쟁은 일단 막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 경제의 생산역량 자체를 손상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사슬을 압박하는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사태는 더욱 확대되고 복잡하고 치명적인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경제 연합 대 비(非)시장경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분쟁의 프레임을 바꾸었다. 1라운드는 미국과 중국 양자 간의 관세 대결이었으나, 2라운드에서는 국가 개입의 불공정 무역을 일삼는 비(非)시장경제와 이를 응징하려는 시장경제 블록 간의 대결 구도가 추진되고 있다. 
 
중국을 응징하는 시장경제 블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단 관련국을 포섭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예상과 달리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캐나다·멕시코와의 NAFTA 개정 협상에서 협정 이름 밖에 달라진 것이 없다고 언론의 비판을 만큼 무역협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한 이유는 우선 시장경제 블록을 구축하는 자체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제 아메리카 퍼스트 노선은 미국이 무역 동맹국들로부터 고립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연합세력을 편성해 세계 무역 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보다 근본적인 장기 전략의 국면에 들어섰다.
 
중국을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고립시켜라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맺은 무역협정 32조 1항은 비(非)시장경제와의 모든 무역협상 일체 사항을 다른 두 나라에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백악관은 이 조건을 EU·일본·영국과의 협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 기업들이 시장경제 기업들과 같은 여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지 않는 한, 시장경제의 경제 블록(bloc)과 무역을 할 수 없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를 미국은 협상 상대국들에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은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첫째는 상품 수출입과 지식재산권 거래와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며, 둘째는 원산지 증명 등으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2015년 말 현재 83만6000개에 달하는 중국 진출 외국기업들은 의외의 난관에 직면해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2017년 미국에서 300만대를 생산하고, 중국에서 404만대를 생산했다. GM과 같은 많은 외자 기업들의 장기전략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사슬 형성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중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옴으로써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국은 무역수지 개선은 물론 잃었던 일자리와 소득과 세금을 함께 얻음으로써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은 자동차 관세 부과를 조건으로 일본과 EU를 위협하고 있으나 일본과 EU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캐나다나 멕시코와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이해관계도 크게 다르다. 그런 만큼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은 상당한 반발과 난관을 안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아메리카 퍼스트는 성공할 것인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큰 비용을 수반한다. 애플 스마트 폰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생산비용이 최소 20% 상승한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기업과 일자리를 미국에 돌아오도록 촉진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정치적으로 일단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은 중국을 압박해 세계 무역 판도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미국 국민에게 가시적인 희망을 주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무역전쟁의 귀결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끝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승자를 예단하기 어렵다. 
 
언제 끝날지는 몰라도 끝나는 조건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한 산업정책과 시장 접근의 폐쇄성을 개선하는 선에서 수습한다면, 무역전쟁은 11월 G20 정상회담에서도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국가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변화를 요구한다면, 중국은 물러설 수 없다. 그럴 경우 무역전쟁에 신(新)냉전체제 갈등까지 가중해 어느 나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더욱 복잡하고 불확실한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간 세계 공급사슬을 어지럽히고, 지속해서 마찰과 불확실성을 야기함으로써 세계 경제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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