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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기자 피살 미스터리…그의 애플워치는 알고 있다

중앙일보 2018.10.14 14:56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자말 카쇼기의 사진을 들고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자말 카쇼기의 사진을 들고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반(反)사우디 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피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그의 사망 의혹을 해소해줄 결정적 증거가 발견됐다. 그가 사망 당시 찼던 ‘애플워치’다. 사우디 당국이 파견한 암살팀이 그를 고문한 뒤 살해한 정황이 고스란히 보관돼 다른 기기에 ‘동기화’됐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친터키 정부 성향 ‘사바흐’를 인용, “카쇼기가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가기 전 애플워치의 녹음 기능을 (미리) 켜뒀다”며 “카쇼기의 애플워치에 녹음된 오디오 기록이 (약혼녀가 갖고 있던) 자신의 아이폰에 자동 동기화 됐다”고 보도했다. 애플워치는 음성 녹음 파일을 아이폰과 자동 동기화하는 기능이 있다.
 
 터키인 약혼녀와 결혼을 앞두던 카쇼기는 이날(2일)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하기 위해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조사한 터키 수사 당국도 카쇼기의 아이폰·아이클라우드 계정에서 오디오 자료를 복구했다. 사바흐는 “(터키 당국이) 카쇼기의 약혼녀가 보관한 아이폰에서 동기화된 음성파일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터키 정부가 미국 측에 ‘카쇼기가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는 사실을 증명할 음성·동영상 파일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자말 카쇼기를 살해하기 위해 터키에 파견된 사우디 암살팀이 공항 CCTV에 포착됐다. [터키 국영 TRT 캡처]

자말 카쇼기를 살해하기 위해 터키에 파견된 사우디 암살팀이 공항 CCTV에 포착됐다. [터키 국영 TRT 캡처]

 
 반면 사우디 당국은 애플워치에 보관된 여러 ‘정황상 기록’을 삭제하려 했지만 핀(PIN) 코드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흐는 “(동기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사우디 암살팀은 죽은 카쇼기의 지문을 이용해 애플워치의 파일을 지웠다. 하지만 이미 (녹음파일이) 동기화된 뒤였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당국은 ‘암살팀 파견설’을 즉각 부인했다. AP통신은 “사우디 당국은 카쇼기의 실종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근거가 없다(baseless)’고 일축했다”며 “그러나 그가 대사관을 무사히 빠져 나갔다는 증거 역시 제시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사우디가 카쇼기 실종 사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터키 수사 당국의 총영사관 조사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알아라비야가 공개한 지난 5월 카쇼기의 사진. 이 언론은 "그가 착용한 3세대 애플 워치는 데이터 통신 지원 기능이 없다"고 주장했다. [알아라비야 캡처]

알아라비야가 공개한 지난 5월 카쇼기의 사진. 이 언론은 "그가 착용한 3세대 애플 워치는 데이터 통신 지원 기능이 없다"고 주장했다. [알아라비야 캡처]

 
  한편 사우디 총영사관 ‘내부’에 있던 카쇼기의 애플워치가 인터넷에 연결됐는지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외교 공관은 보안상 이유로 와이파이(Wi-fi)를 운용하지 않으며, 와이파이가 작동했더라도 애플워치가 정상적으로 연결됐을 것이란 보장 역시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 국영 언론 ‘알아라비야’는 지난 5월 카쇼기가 애플워치를 착용한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공개하며 “그가 차고 다닌 3세대 애플워치는 터키에서 셀룰러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사우디 당국의 암살설’을 반박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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