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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군인 25명 총격전…실전같은 30분 지난 뒤 최후 승리는

중앙일보 2018.10.14 13:19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모처에서 약 30분 동안 총격전이 벌어졌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육군 과학화훈련장(KCTC)에서 벌어진 모의 전투 현장에서다. 이날 기자를 비롯한 취재진 13명과 현역 군인 2명이 한 팀을 이뤄 북한군(대항군)과 실전 같은 전투에 나섰다.  
 
KCTC는 여단급 훈련부대가 들어와 2주 동안 전문 대항군(북한군 역할)을 상대로 실전 같은 전투를 경험하는 훈련장이다. 실제 사격 대신 레이저를 쏘는 마일즈 장비를 활용해 피 흘리지 않으면서도 전장 상황을 묘사한다.  
 
그러나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이곳에서 훈련했던 장병들은 ‘지옥 같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훈련장 규모는 여의도 면적 약 41배 수준이다. 이처럼 넓은 산악 지형에서 뛰다 걷고, 매복과 습격을 반복한다. 2006년 KCTC 창설 이후 수많은 부대가 도전했지만, 대항군을 이긴 기록은 없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드론이 보낸 영상에서 곳곳에 매복한 대항군이 드러났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드론이 보낸 영상에서 곳곳에 매복한 대항군이 드러났다. [사진 육군 제공]

 
북한군 역할을 맡은 대항군은 이번에도 무패기록을 이어갔을까.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는지 확인해보자.
 
본격적인 교전에 앞서 정찰을 시작했다. 특전사 출신 부사관이 적진으로 드론을 날려 보냈다. 드론이 보낸 영상에서 곳곳에 매복한 대항군이 드러났다. 수풀 사이에 숨어있어 자세히 살펴봐야 알 수 있는데 영상을 확대해 보니 이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야간에 사용하는 적외선(IR) 영상으로도 살펴봤다. 은폐하고 있는 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통제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통제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작전회의도 열었다. 여기자 2명을 비롯한 병력 15명을 나눠 좌우 양 측면으로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실 이때 까지만 해도 체험해본다는 분위기였다. 대항군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연막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울리며 전투를 시작하자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오랜 군 경험은 역시 달랐다. A 중령이 전투지역이 내려 보이는 유리한 고지에서 엄호사격을 시작했다. 이때 나머지 전투원이 조금씩 침투를 시작했다. 적을 모두 사살해야 승패가 결정된다. 전투를 시작한 뒤 5분 이내로 1차 통과 지점(약 20m 앞 붉은 깃발)을 통과하지 않으면 전사자로 간주하는 규정도 있었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자세를 낮추고 앞으로 진격하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자세를 낮추고 앞으로 진격하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언덕을 내려오자 수풀이 없고 평지라 위치가 노출됐다.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린 진지 뒤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다음 진지까지는 엎드려 기어갔다. 이날 모의 교전에 앞서 질병 감염 위험 때문에 풀밭에 눕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레이저 모의 탄환이 더 무서웠다.
 
그러나 아직 1차 통과 지점을 넘지 못했다. 몇 걸음 앞 흙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숨을 고른 뒤 달려가 몸을 숨겼다. 흙더미 앞에서 달려가던 속도를 줄이면 그때가 가장 위험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흙더미에 몸을 던져 충돌했다. 그렇게 1차 통과지점을 넘어섰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흙더미에 엄폐하던 기자가 대항군을 발견한 뒤 사격하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흙더미에 엄폐하던 기자가 대항군을 발견한 뒤 사격하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전투에 몰입하고 있었다. 싸워 이겨야 한다는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 본능으로 움직였다. 생각할 틈이 없었다. 나무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약 50m 거리였다. 순간적으로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실탄은 아니지만, 공포탄을 쏘기 때문에 총성이 요란했고 충격도 개머리판으로 그대로 전달됐다. 화약 냄새도 자욱해서 레이저로 사격한다고 느낄 수 없었다.  
 
KCTC에선 ‘했다 치고식’ 훈련은 없다. 모든 절차를 거쳐야 실제 상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박격포를 쏘더라도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공격이 실패하도록 센서를 달았다. 대항군은 실전적 훈련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북한군 계급장을 단 무늬 없는 군복을 입는다. 군 관계자는 “대항군은 북한군 교리를 분석해 진짜 북한군처럼 싸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묘사 덕분에 실제 전투 현장 한가운데 있다고 느껴졌다. 적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전쟁터였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대항군에 공격받아 전사한 기자가 방탄모를 벗고 훈련장을 벗어나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대항군에 공격받아 전사한 기자가 방탄모를 벗고 훈련장을 벗어나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아군 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A 중령이 가장 먼저 희생됐다. 아군에겐 뼈아픈 손실이었다. 전사자는 계속 늘어났다. 기자와 같은 흙더미 옆에서 사격하던 전우 기자도 전사했다. 전사자는 방탄모를 벗고 밖으로 나간다는 규정에 따라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대항군 몇 명도 사망해 밖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죽음도 실전적으로 이뤄졌다. 실제 전사자처럼 들것에 실려 옮겨져 태극기를 덮는 영현 체험도 했다. 이처럼 이곳에서 훈련하는 병사들은 실제 죽음도 체험한다. 이를 확인하는 지휘관은 본인 과실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눈물을 쏟기도 한다고 부대 관계자가 귀띔해줬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대항군이 흙더미에 뒤로 숨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대항군이 흙더미에 뒤로 숨고 있다. [사진 육군 제공]

 
병력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나갈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전투는 더 치열해졌다. 흙더미 뒤에 몸을 숨겼다가 머리를 들어 살펴볼 때마다 대항군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는 불과 5~10m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머리를 내밀고 살펴볼 수도 없었다. 기자를 노리는 총구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대항군이 발견됐다. 이때다 싶어 일어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기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당황하던 대항군은 급히 몸을 숨겼다. 총이 원망스러웠다. 탄피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사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전적인 모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사격에 실패한 뒤 탐피 배출을 확인하는 기자.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사격에 실패한 뒤 탐피 배출을 확인하는 기자. [사진 육군 제공]

 
끝이 보였다. 대항군 3~4명이 포위하고 있었다. 이때 모두 전사하고 기자만 남았다. 탄약도 단 두 발만 남았다. 바로 뒤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총구를 겨눴지만, 이때도 발사되지 않았다. 침묵하는 총을 원망할 틈도 없었다. 다른 흙더미로 몸을 던져 숨었다. 이젠 체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대항군 눈빛이 느껴지는데도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전사했다. 통제관이 다가와 마일즈 장비를 확인하며 “마지막 전사자”라고 통보해 줬다. 그는 “그래도 오래 버틴 경우”라면서도 “대항군 전사자는 6명인데 대부분 경상자를 사망으로 간주했다”는 고백도 했다. 약 30분 동안 이어진 전투가 끝나던 순간이다. 기자는 이때부터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졌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통제관이 마일즈 장비를 열어 전사를 확인하고 있다. 저 멀리 흙더미에 숨어있는 대항군이 보인다. [사진 육군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군 KCTC 훈련장에서 실전같은 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통제관이 마일즈 장비를 열어 전사를 확인하고 있다. 저 멀리 흙더미에 숨어있는 대항군이 보인다. [사진 육군 제공]

 
그제야 풀과 나무에 베인 손에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릎 보호대 하나를 분실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전투에 몰입하다 보면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며 “모의 전투가 이처럼 실전적으로 이뤄지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들것에 실려 나갈 때 누워 푸른 하늘이 보였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저 옆에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간 학도병의 편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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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C는 ‘피 흘리지 않는 전투 체험을 통해 평범한 군인을 비범한 전사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전쟁 연습이 아닌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며 절대로 무의미하지 않다. 실전보다 더 실전 같은 훈련만이 전쟁터에서 희생될 안타까운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지켜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제=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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