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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살해 후 햄버거 먹고 새옷·금목걸이부터 산 환경미화원

중앙일보 2018.10.14 08:00
미화원 동료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49). [뉴스1]

미화원 동료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49). [뉴스1]

"우발적 살인" VS "돈 노린 범죄"
 
15년간 알고 지낸 환경미화원 동료를 살해한 후 수억원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49)의 항소심이 임박한 가운데 '범행 동기'를 두고 검찰과 A씨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A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7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B씨(58)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장에 버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시신을 대형 비닐봉지 15장으로 겹겹이 동여매 일반 쓰레기로 위장한 뒤 쓰레기 차량에 실어 소각장에서 불태웠다. 올해 3월 경찰에 붙잡히면서 A씨의 범행은 1년 만에 들통났다.  
 
A씨는 "B씨가 내 가발을 잡아당겨 홧김에 목을 졸랐다"며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돈을 노린 계획 범죄'라고 판단했다. 범행 당시 A씨가 B씨에게 1억5000만원을 빌린 상태였고, 살해 후 B씨 카드와 통장을 이용해 1억6000만원을 가로채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해서다. 이 돈은 B씨가 미화원으로 일하며 힘들게 모은 재산이었다.    
 
지난 3월 20일 환경미화원 동료를 목 졸라 살해하고 쓰레기 봉투에 넣어 소각장에 버린 혐의(강도살인)로 입건된 A씨(49)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전주 완산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20일 환경미화원 동료를 목 졸라 살해하고 쓰레기 봉투에 넣어 소각장에 버린 혐의(강도살인)로 입건된 A씨(49)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전주 완산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 [뉴스1]

살인 후 5시간 만에 패스트푸드점 찾은 남자   
 
1심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 박정제)는 지난 8월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장을 냈다. 1심 재판부가 범죄 사실을 잘못 보고, 법 적용도 틀렸다는 취지다. 1심에서 사형을 구형한 검찰도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B씨)와 금전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은 적이 없고, 피해자를 살해할 당시 피해자 소유의 신용카드와 통장을 강취할(억지로 빼앗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려 "피고인(A씨)은 피해자의 빚 독촉에 갈등이 심해졌고, 피해자가 빌려준 돈을 갚지 않고, 신용카드 등을 빼앗기 위해 살해했다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뭘까. 범행 당시 A씨는 B씨가 빌려준 돈을 포함해 총 5억8000만원의 빚을 져 이미 재정 파탄 상태였다. 게다가 범행 이후 확인된 그의 행적은 '우발적 범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해 4월 4일 오후 11시 46분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를 사 먹었다. B씨를 살해한 지 5시간도 안 된 시점이다. 시신을 쓰레기집하장에 버린 이튿날(4월 5일)에는 현금서비스로 300만원을 찾고, 44만원짜리 새 옷을 샀다. 이날 그는 B씨 목소리를 흉내 내 소속 구청에 병가를 신청했다. 시신을 소각한 사흗날(4월 6일)에는 금목걸이 등 귀금속 684만원어치를 사고, 족발을 뜯었다. 나흗날(4월 7일) 밤에는 누군가와 호텔에 묵었다. 이마저도 모두 숨진 B씨 카드를 썼다.  
 
환경미화원 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A씨(49)가 지난 3월 21일 경찰의 현장 검증에서 시신 버리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뉴스1]

환경미화원 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A씨(49)가 지난 3월 21일 경찰의 현장 검증에서 시신 버리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뉴스1]

"아빠 잘 지낸다" 고인 행세하며 1년간 '추악한 연극' 
 
재판부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후 무서웠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A씨 진술을 '거짓말'로 본 이유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살해한 직후 보인 피고인의 냉정하고 주도면밀한 모습에서 우발적으로 살인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불안해하거나 당황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1년간 B씨 행세를 하며 유족과 직장 동료, 금융기관을 감쪽같이 속였다. A씨는 B씨 자녀에게 '아빠는 잘 지낸다'는 문자를 보내고, 정기적으로 생활비도 입금했다. B씨가 허리디스크에 걸린 것처럼 진단서를 조작해 휴직 처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 아버지가 지난해 12월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의 '추악한 연극'은 막을 내렸다.  
 
A씨에 대한 항소심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황진구)가 맡았다. 첫 재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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