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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입성에 '대박'…미국서 로비스트가 사는 법

중앙일보 2018.10.14 06:00
한국에서  ‘로비(lobby)’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검은 돈이 오가며 입이 벌어지는 향응 속에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는 상상을 떠올린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로비가 합법이다. 대신 ‘로비공개법’에 따라 사용한 로비자금의 출처와 로비대상을 꼼꼼하게 기재해 감독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로비업체와 로비스트들이 ‘대목’을 맞았다. 미 의회를 거치지 않은 마이너리티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와 연을 맺으려는 이해 관계자가 로빙펌(로비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넷플리스 TV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로비스트 레미 댄튼이 미 의회를 제집 다니듯 배회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리스 TV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로비스트 레미 댄튼이 미 의회를 제집 다니듯 배회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미 정치자금 감독업체인 책임정치센터(Center of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지난해 로빙펌의 매출이 33억7000만 달러(약 3조8420억원)에 달해 그 전해(31억6000만 달러)에 비해 6.7% 증가했다. 올해 역시 35억2000만 달러의 매출이 예상돼 최근 10년새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미국에서 로비에 지출된 금액은

미국에서 로비에 지출된 금액은

 
매출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매출이 늘지 않은 곳이 단 한곳도 없을 정도로 호황이다. 업계 1위인 에이킨검프는 올 상반기에만 1900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로비로 거둬들였다. 지난해에는 3902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역대 두 번째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로비 전문업체 상위 10

미국 로비 전문업체 상위 10

 
이들 로빙펌의 매출이 오르는 배경에는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 생겼다. 따라서 당장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해외 수출업체들이 로빙펌을 찾아 로비스트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는 올해 미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140억원)의 벌금을 얻어맞고 회사 문을 닫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제재를 받게 되자 로비업체에 128만 달러를 내고 구사일생했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기존의 워싱턴 보다 뉴욕에 근거한 로빙펌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에서 로펌으로 시작해 워싱턴까지 진출한 ‘고담(Gotham) 거번먼트 릴레이션스 & 커뮤니케이션’이 최근 ‘뜨는’ 뉴욕 로빙펌 가운데 하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담의 파트너이자 설립자인 데이비드 슈어츠 변호사를 만나 로비스트가 사는 법을 들어봤다.
 
데이비드 슈어츠 고담 변호사. 뉴욕=심재우 특파원

데이비드 슈어츠 고담 변호사. 뉴욕=심재우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연을 맺었나. = “2010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일을 많이 했다. 부동산 개발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면서 뉴욕주정부와 관계된 로비를 우리에게 맡겼다. 2015년 6월 롱아일랜드 존스비치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는 캠페인도 우리가 진행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젝트마다 계약을 따로 했다. 장기 계약을 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구두쇠였다.”
 
-로비스트가 하는 일을 설명해달라. = “가장 중요한 사람은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의뢰인을 옹호(advocate)하는 일이다. 의뢰인을 위한 입법 활동과 사회의 여론 조성을 주로 한다. 입법 활동을 위해서는 의원들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오해를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 여론 조성은 주로 TV와 신문 등 미디어를 이용하지만, 때로는 시위대를 조직해 청사 앞에서 실력행사도 한다.”
 
지난달 미국 내 1000여 개 기업들이 ‘관세가 심장부를 해친다(Tariffs Hurt the Heartland, THT)’라는 관세 반대 캠페인도 로비스트들의 작품이었다.
 
-로비스트로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 “의뢰인은 항상 문제가 있을 때 전화가 온다. 새벽 3시 걸려오는 의뢰인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자세가 돼있어야 한다. 12시간 안에 문제해결을 바라지만 의원들을 설득하고 교육할 시간이 필요하다. 최악의 시간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위기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인다.”
 
헨리 정 변호사. 뉴욕=심재우 특파원

헨리 정 변호사. 뉴욕=심재우 특파원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검사 출신으로 슈어츠 변호사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한국계 헨리 정(한국명 정홍균) 변호사도 로비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못 내는 기업이나 단체를 도와주는 역할이지, 불법 행위를 돕는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변호사들이 로비스트로 활동한다면서 “로비에 대한 편견뿐 아니라 입법으로 연결되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변호사보다 더 강력한 윤리의식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 연방의회에 등록된 로비스트 수는 1만921명. 이 가운데 1000여 명은 로빙펌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대부분이고, 나머지 대다수는 기업체 또는 협회와 같은 이권단체에 소속된 로비스트들이다.
 
국내에서는 로비스트 합법화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 있었지만 로비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커 입법도 못해보고 사장된 상태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로빙펌서 만난 30년간 하원의원 지낸 개리 에커만
 고담 뉴욕 사무실에서 로빙펌과 로비스트들을 취재하는 사이 우연히 ‘거물’과 마주쳤다. 1983년부터 30년간 미 하원의원(민주당)으로 활동한 개리 에커만(76)이다. 2013년 은퇴할 당시 하원 외교위에서 민주당 서열 2위였다. 
 
개리 에커만 전 미 하원의원. 뉴욕=심재우 특파원

개리 에커만 전 미 하원의원. 뉴욕=심재우 특파원

  
지난 3월 “좀 더 바쁘게 살라”는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여 고담 로빙펌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가 뉴욕이었던 까닭에 고담의 파트너 변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여전히 하얀색 카네이션을 가슴에 꽂고다니는 풍류를 즐겼다.  
 
에커만 전 의원은 한국 기자를 만나자 자신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첫 번째 미국 의원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에커만 전 의원은 제1차 북핵위기가 진행 중이던 1993년 10월 미 하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 자격으로 소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그는 최근의 남북관계를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희망적”이라며 “남북이 서로 행복한 결론을 내리길 바라며, 부족하지만 남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로빙펌에서 하는 일에 대해 웃으면서 “로비를 받아본 사람으로서 경험을 얘기해준다”고 말했다.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설명해주면서 ‘키맨’을 연결시켜주는게 자신의 일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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