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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시간 더 쉬려면 휴일출근"…현장 경찰들 뿔난 이유

중앙일보 2018.10.13 14:14
경찰 치안 업무의 최전방이라고 불리는 지구대‧파출소 근무자들의 야간 대기시간이 15일부터 현행 2시간에서 3시간으로 1시간 늘어난다. 대기시간은 일종의 휴게시간이다. 현장 근무자의 피로를 덜기 위한 시도지만, 정작 현장에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스1]

[뉴스1]

서울 관내에 위치한 A지구대의 경우 12명으로 구성된 1개 팀이 오후8시부터 다음날 오전8시까지 12시간의 야간 근무를 수행한다. A지구대는 야간에 4대의 순찰차를 운용한다. 차 1대에 2명씩 8명이 필요하다. 지구대에 상주하는 근무자도 2명이 꼭 필요하다. 이들은 경찰에 걸려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작전을 지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10명의 근무자가 꼭 필요한 셈이다.

 
1개 팀이 12명이기 때문에 10명이 일하는 동안 2명이 쉴 수 있다. 12명으로 구성된 팀을 6개 조로 나눠 2시간씩 교대로 쉬면 12시간이 딱 맞는다. 근무 인원이 이미 타이트하게 맞춰진 상황에서 휴게시간을 늘리면 불가피하게 인력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홀수인 3시간의 대기시간은 2시간을 기준으로 순찰차를 바꿔 타는 근무시스템과도 맞지 않는다.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현장선 불만 "1시간 더 쉬려면 누군가 쉬는 날에 도우러 나와야"
전날 야간근무로 밤을 새워 비번 휴식을 부여받은 근무자가 다시 야간에 근무하는 ‘자원근무’가 늘 가능성이 크다. 자원근무는 휴무자 중 희망자를 현장에 투입해 부족한 순찰인력을 보강하는 경찰의 근무 방식이다. 서울 시내 지구대의 한 경위는 “말이 자원근무지 누군가는 초과로 일해야 하는 사실상 강제근무”라며 “1시간 더 쉬자고 쉬는 날 하루를 더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파출소 관계자는 "10사람이 1시간씩 더 쉬면 10시간의 공백이 발생하는 셈인데 지금도 휴가자가 있을 땐 지원근무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지방에 위치한 파출소는 더 취약하다. 기존 가용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평시에도 자원근무가 일상화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자원근무로 충원되는 인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순찰차를 모두 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 지구대 순찰팀장은 “사고가 적은 오전 2시 이후에라도 순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관 피로 심각…경찰청 "두 마리 토끼 잡겠다"
야간근무 대기시간 확대는 경찰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된 민원이다. 10시간이 넘는 밤샘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김인아 교수팀은 지난 3월 경찰공무원이 다른 직군의 공무원보다 급성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1.84배 높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공급이 중단돼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경찰청은 지역 경찰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근무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 수요가 시간대별로 다르기 때문에 순찰인력을 그에 맞춰 조절하면 근무자의 건강과 국민 안전을 모두 챙길 수 있다”며 “인원 부족으로 출동이 늦어지거나 국민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용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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