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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스타트업, 그러나 속은 달랐다

중앙일보 2018.10.13 04:50
언제부터인가 중국 뉴스를 찾아보는 것이 부쩍 간편해졌다.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종합해서 취향대로 추천해주는 뉴스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이용하다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때가 종종 있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쏙쏙 골라 '떠 먹여주니' 편하기는 한데,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내용이 용두사미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바이트 댄스의 터우탸오(좌), 더우인(우) [사진 바이두 바이커]

바이트 댄스의 터우탸오(좌), 더우인(우) [사진 바이두 바이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앱 터우탸오(今日头条)는 다소 생소한 이름 '바이트 댄스(字节跳动 ByteDance)'라는 회사에서 개발했다. 중국에서 가장 핫한 쇼트클립앱 틱톡(抖音 더우인) 역시 이 회사 소유다. 2012년 설립된 바이트 댄스는 단기 내 중국 콘텐츠 미디어업계 왕좌를 차지하고, 이제 세계로 더욱 뻗어나가기 위한 발돋움을 하고 있다.
 
9월 말에는 기업가치 750억 달러(약 83조 7300억 원)을 기록하며 세계 일등 스타트업 자리에 올랐다. 바이트댄스의 '생명줄'이자 핵심 경쟁력은 AI 알고리즘 추천 방식으로 확보한 탄탄한 충성 고객이다. 그러나 내용의 저속성과 품질 문제로 중국 당국의 검열 리스트에 오르고, 판권 침해 논란으로 소송이 이어지며 뭇매를 맞고 있다.
바이트댄스 [사진 스줴중궈]

바이트댄스 [사진 스줴중궈]

 
기업가치 84조원, 터우탸오 틱톡 모회사
 
9월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국 차량공유회사 우버(기업가치 680억 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고 가치 스타트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와  프리마베라 캐피털 등이 바이트 댄스에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논의 중이며, 이로써 기업가치가 750억 달러(약 83조 7300억 원)에 달했다는 것.
 
바이트 댄스(北京字节跳动科技有限公司)는 2012년 베이징에서 탄생, 올해로 창립 6년째를 맞이했다. 추천형 뉴스앱 터우탸오(今日头条)와 쇼트클립(숏비디오) 앱 틱톡(더우인)을 산하에 둔 기업으로 유명하다. 터우탸오와 더우인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각 카테고리 1~2위를 차지할만큼 큰 인기를 누리는 앱으로서, 월간 액티브 이용자 수가 2억 명에 달한다.
쇼트클립앱 더우인 [사진 xiazaiba.com]

쇼트클립앱 더우인 [사진 xiazaiba.com]

 
중국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Research) 통계에 따르면, 2018년 7월 터우탸오와 틱톡의 액티브 유저수는 각각 2억 1300만명과 1억 9200만 명을 기록했다. 쇼트클립앱 틱톡은 뮤직 비디오에 특화된 동영상 플랫폼으로 한국 및 해외 다른 국가들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했다.  
 
바이트댄스가 이처럼 쾌속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인공지능 기술력을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와 이를 통해 확보한 '탄탄한 충성 고객들'이다.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수집해 추천해주는 편리함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았고 트래픽을 늘릴 수 있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바이트 댄스는 중국 IT 기업 가운데 전세계 이용자 확장에 주안점을 두는 드문 사례에 속한다. 중국 대륙 기업이나 브랜드는 보통 14억 인구 중국 시장에서 우선 고객을 늘린 다음,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바이트 댄스의 쇼트클립앱은 애초부터 중국 국내용(더우인)과 글로벌용(틱톡) 두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동시에 중국 대륙의 엄격한 통제를 위반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이었다.
 
한편으로는 거침없는 인수합병으로 동종업계 회사를 손에 넣음으로써 해외 시장 확장에 공을 들였다. 미국 영상제작 스타트업 필리파그램(Flipagram)과 중국 치타모바일(猎豹移动) 산하 뉴스앱 뉴스 리퍼블릭(News Republic)을 사들였다. 2017년 11월에는 10억 달러에 미국 뮤직 영상앱 뮤지컬리(Musical.ly)를 전면 인수해 틱톡과 합병했다. 뮤지컬리 인수는 기존 북미 시장 이용자를 틱톡으로 포섭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사진 웨이신]

[사진 웨이신]

 
세계 일등 스타트업이 감당해야할 무게
8월 본사 로고 교체 [사진 제멘]

8월 본사 로고 교체 [사진 제멘]

 
2018년 8월 9일, 바이트 댄스 본사 건물의 회사 로고(logo)가 교체됐다. 기존의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라는 붉은 글씨 대신, 바이트 댄스에 해당하는 영문/중문(字节跳动) 글자로 된 푸른색 로고가 새롭게 자리했다.
 
애초부터 사명은 바이트 댄스였지만, 줄곧 회사의 대표 브랜드로 사용하던 것은 진르터우탸오였다. 그러던 4월 24일, 당시 진르터우탸오는 향후 '바이트댄스'를 회사의 브랜드 명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산하에 이미 시과스핀(西瓜视频) 훠산샤오스핀(火山小视频) 틱톡 우쿵원다(悟空问答) 등 많은 상품이 생겨났고, 더이상 진르터우탸오가 대외적인 이미지를 대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2017년 연말부터 중국 관리 당국의 비판과 벌금 처분의 대상으로 지목되며 훼손된 회사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함이 컸다.
 
올해 초 '네이한돤쯔(内涵段子) 삭제' 사건이 가장 큰 계기가 됐다. 바이트댄스 산하 앱 네이한돤쯔는 재미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유머 공간으로 중국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며 약 2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었다.  
 
그러던 4월 10일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國家廣播電視總局 광전총국)은 네이한돤쯔의 영구 폐쇄를 통보했다. 콘텐츠의 내용이 저속하고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 폐쇄 결정의 이유였다.
네이한돤쯔와 유사한 피피샤 [사진 바이두 바이커]

네이한돤쯔와 유사한 피피샤 [사진 바이두 바이커]

 
당시 외신에서는 당국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컸다. 돤친(段友 네이한돤쯔 이용자)들도 도로를 점령하고 광전총국 앞에서 시위하는 등 반발이 상당했다. 그 다음 타깃이 틱톡이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무성했다.
 
**7월, 진르터우탸오 내 새로 생긴 피피샤(皮皮虾)라는 앱이 디자인이나 기능 모두 네이한돤쯔과 유사해, 네이한돤쯔의 부활이라는 평이 많음  
 
당국이 아예 앱을 없애버림으로써 표현의 통로를 막아버렸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콘텐츠 품질에 의문을 품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트댄스의 뉴스앱 진르터우탸오는 다양한 매체와 칼럼리스트의 글을 종합해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통계의 출처가 어디인지, 글쓴이가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경우가 더러 있다. 인공지능이 과거 검색 이력과 관심사, 조회수 등을 토대로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보니 재미에 치중되거나 그럴듯하지만 허술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판권 무단 도용 문제도 있다. 얼마전에는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아이치이(爱奇艺)에게 소송을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아이치이는 진르터우탸오가 자사 자체제작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을 쇼트클립 영상 형태로 모바일 앱에서 무단으로 송출했다며, 진르터우탸오 앱 운영업체인 바이트댄스를 고소하고 배상금으로 3000만 위안을 요구했다.
연희공략 [사진 qianlong.com]

연희공략 [사진 qianlong.com]

 
바이트댄스는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9월 14일, 산하 쇼트클립앱 틱톡에 사이버경찰(网警)과 공동으로 원클릭 신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플랫폼 내 업로드 된 콘텐츠가 신고되면, 그 즉시 전문 심사팀이 투입돼 처리하는 방식이다.  
 
9월 15일에는 산하 시과스핀 앱에 영화, 드라마 영상을 만들어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화나 드라마 디지털 판권 구입과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료 구독 비즈니스 모델도 고려중이다. 아예 자체 제작 콘텐츠로 판권 문제를 해결해버리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첨단 기술과 결합한 다양한 콘텐츠는 우리의 삶을 간편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반면, 그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각광받는 지금, 대중적인 콘텐츠와 양질의 콘텐츠 사이 고민의 무게는 이용자가 많을 수록, 인지도가 높을 수록, 더욱 무거워진다. 기술력으로 세계 일등 스타트업 자리에 오른 바이트댄스는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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