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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65조 시총 증발···"한국 증시 겨울 시작됐다"

중앙일보 2018.10.11 17:31
미국발(發) 쇼크에 한국 증시가 검게 물들었다.  
 
11일 코스피는 98.94포인트(4.44%) 하락하며 2129.67로 내려앉았다. 낙폭으로는 유럽 재정위기가 있었던 2011년 9월 23일(103.11포인트)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이날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65조4360억원. 일일 시총 감소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코스피가 11일 하루 98.94포인트 하락하며 2129.67로 주저 앉았다. 하락 폭으로는 2011년 이후 최대다. 이날 사라진 시가총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65조4360억원이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11일 하루 98.94포인트 하락하며 2129.67로 주저 앉았다. 하락 폭으로는 2011년 이후 최대다. 이날 사라진 시가총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65조4360억원이다. [연합뉴스]

코스닥 지수도 40.12포인트(5.37%) 내려가며 707.38로 마감했다. 700선 붕괴를 바로 눈 앞에 뒀다.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던지기’에 원화가치도 무너졌다. 이날 하루 사이 원화 값은 10.4원 떨어지며 1144.4원으로 주저앉았다.  
 
미국 증시를 덮친 ‘검은 수요일’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의 ‘검은 목요일’로 번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3% 넘게 하락한 여파로 아시아 증시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이날 중국 상하이 종합(-5.22%), 일본 닛케이 225(-3.89%), 대만 가권(-6.31%) 등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과도한 자신감’은 결국 뉴욕 증시에 독이 됐다. 경기 회복을 자신하며 금리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파월 의장의 지난주 발언은 뉴욕 증시 급락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 그동안 미 주가지수를 견인했던 정보기술주(IT)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 미ㆍ중 무역 전쟁 장기화 우려까지 겹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외부 요인만으로 주가가 2000에서 900대로 반토막 난 전례가 있다”면서 “9년 동안 이어진 미국 증시 강세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국내 주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11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98.94포인트(4.44%) 내린 2129.67를, 코스닥 지수가 40.12포인트(5.37%) 내린 707.38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의 주식 현황판. [연합뉴스]

미국 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11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98.94포인트(4.44%) 내린 2129.67를, 코스닥 지수가 40.12포인트(5.37%) 내린 707.38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의 주식 현황판. [연합뉴스]

 
이날은 기록의 하루였다. 코스피는 8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도 8거래일째 빠져나갔다(순매도). 각각 2014년 5월과 2016년 1월 이후 최장이다.
 
이날 다른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도 기록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한국처럼 일주일 넘게 주가 반등 없이 꾸준히 외국인 투자자의 외면을 받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외풍에 유독 취약한 한국 증시의 한계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주가지수로만 보면 한국만 특히 나쁘다고 보긴 어렵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수개월간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더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증시의 수요ㆍ공급 구조가 깨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한국은 아시아 신흥국 안에서도 비교적 현금화가 쉬운 시장으로 꼽히는데, 지금과 같은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낼 국내 세력이 없다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연금 등 기관은 국내 투자 포화를 이유로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는 높은 집값, 소득 부진 등으로 투자 여력이 거의 고갈 상태”라고 지적했다.
 
올 들어 불거진 신흥국 위기 속에서도 미국 증시는 탄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 승리 자신감, 파월 의장의 경기 회복 자신감은 오래 가지 못할 분위기다. 미ㆍ중 무역 분쟁 영향에서 미국 기업도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는 이제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미 Fed 금리 인상 충격 역시 마찬가지다.  
 
경고는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토비아스 아드리안 통화자본시장국장은 9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발표에 맞춰 “일부 선진국 경제, 일부 투자자들은 과도한 자신감을 갖고 현실에 안주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의 큰손’ 미국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서 한국 금융시장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강하게 시사한 정책금리 인상이 결국 미국 증시에도 독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강하게 시사한 정책금리 인상이 결국 미국 증시에도 독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증시의 겨울은 ‘이제 시작’이란 전망이 전문가 사이에서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과거 경험을 비춰본다면 이같은 ‘금리 텐트럼(금리 상승 충격으로 인한 시장 발작)’은 한두 달 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며 “파월 의장이 최근 얘기했던 것과 달리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발언을 한다면 그보다 빠른 시점에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예단하기는 어렵다”이라고 짚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경기는 부진하고 회복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보니 한국 증시가 더욱 힘든 형국으로 가고 있다”며 “올 4분기 반등하려면 실물 경기 회복 징후가 나타나야 하는데 이를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으로 인한 국내 경제 둔화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 미국 Fed의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한국 증시 수준은 지난해 5월 이전 박스권 밑으로 되돌아갔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당분간 안전자산 위주의 관점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종목 선정 시에도 신중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현숙ㆍ이후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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