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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헌재, "재판관 3인 공석 사태로 변론기일조차 못 잡아"

중앙일보 2018.10.11 09:37
헌재가 '재판관 3명 공백' 사태로 사전 심사를 맡은 지정재판부조차 구성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헌재가 '재판관 3명 공백' 사태로 사전 심사를 맡은 지정재판부조차 구성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헌법재판소가 각 재판의 사전 심사를 맡을 지정재판부 구성은 물론 재판 논의를 위한 다음달 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9일 이진성 전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5명이 동시 퇴임한 이후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이종석ㆍ이영진ㆍ김기영)이 여ㆍ야 대치로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지 못한 까닭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해 국회 표결이 필요 없는 재판관 두 명(이석태ㆍ이은애)만 지난달 임명돼 9인 재판관 체제인 헌재는 6명의 재판관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헌법재판관 공석에 따른 업무 공백 심각성' 내부문건 작성  
10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헌재는 최근 ‘재판관 공석에 따른 헌법재판소 업무 공백의 심각성’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여ㆍ야 간 대립으로 인해 ‘재판관 3인 공석’ 사태가 발생한 이후 벌어진 부작용 사례를 열거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건에 따르면 헌재는 본안 재판에 넘어가기 전 ‘사전심사’ 기능을 맡는 지정재판부 3개를 구성조차 못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 편성은 재판관 회의에서 의결할 사항”이라며 “지금은 ‘6인 체제’라서 아예 회의 개최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 관련 회의뿐 아니라 인사ㆍ행정 관련 회의에도 재판관 9명 가운데 반드시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특히 헌재는 “낙태죄 위헌 여부, 최저임금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한 심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적시했다. 통계적으로도 헌재는 지난달 전월(8월) 대비 219건(65%) 감소한 117건만 처리했다.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는 전원재판부가 정족수 미달 사태로 두 달째 심판 기능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다음달 8일 잡힌 ‘자율형 사립고 헌법소원 사건’의 경우 헌재는 “변론기일 자체를 개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부족 사태로 참고인 지정 등 재판에 필요한 절차를 제때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자사고 교장들과 지망생 일부는 “문재인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령으로 전기 고등학교인 자사고 지망 학생은 후기고인 일반고에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헌재 내부 메신저 ‘C오피스’에선 아직 공석인 재판관 3명에 대해 ‘재판관 7’ ‘재판관 8’ ‘재판관 9’로 표기해 놓고 있다.  
 
"예산안처럼 재판관 표결 자동상정하도록 법 개정 필요" 
대법원은 헌재와 달리 재적인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만 출석하면 재판관 회의를 열 수 있다. 대법관 전원(대법원장 포함 14명)이 임명돼 있지 않더라도 나머지 인원만으로 행정 업무는 가능하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헌재의 제도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쟁으로 더 이상 ‘식물 헌재’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예산안처럼 재판관 표결 역시 자동 상정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헌재는 박한철(65ㆍ13기) 전 소장 퇴임 이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후임 인선이 늦어져 9개월 간 재판관 8명 체제로 운영됐다. 헌재는 11일 국정감사를 받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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