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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中 협조 없으면 ‘세계 지존’ 미군도 무용지물?

중앙일보 2018.10.11 06:01
중국의 미 군사장비 공급망을 장악한다는 우려가 담긴 미 펜타곤 보고서. 지난 4일 발간됐다.

중국의 미 군사장비 공급망을 장악한다는 우려가 담긴 미 펜타곤 보고서. 지난 4일 발간됐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는 전자제품, 옷 등에서만 보이는 라벨이 아닙니다. 세계 최고 화력을 자랑하는 미군의 주요 장비·무기 상당수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붙어있지요. 나이트고글, 군복부터 미사일 발사 장치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만약 중국이 군 관련 부품의 대미(對美) 수출을 중단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미군이 군수품 조달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는다’는 게 중론입니다. 실제로 예비역 미군 준장인 존 아담스는 최근 한 매체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군사 관련 부품에 대한) 수출을 끊는다면 미군이 수행 가능한 작전은 없을 것(non-mission capable)”이라고 평가했지요.
 
 그런데 이런 시나리오는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미 국방부에선 이런 우려를 담은, 이른바 ‘펜타곤보고서’를 발표했지요. 1년에 걸쳐 작성된 140여 쪽짜리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중국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볼까요.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군 장비 생산에 필요한) 부품망을 꽉 쥐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에너지·합금부터 각종 원자재까지 다양하지요. 특히 미군의 차세대 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 전세계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힙니다.
 
지난 5월 특수작전 훈련 참여 이후 미 본토에 귀환하는 미군. [AFP=연합뉴스]

지난 5월 특수작전 훈련 참여 이후 미 본토에 귀환하는 미군. [AFP=연합뉴스]

 
 미국이 군수용품 생산에 있어 중국에 의존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군사 분야의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벌이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전합니다.
 
 펜타곤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15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액은 2.1%에서 2.5%로 크게 올랐습니다. “중국이 국영 기업과 국내 민간 투자자로 하여금 최첨단 연구에 대한 (군사적) 접근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지요.
 
미 국방부의 펜타곤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을 따라잡는 추세다. [미 국방부]

미 국방부의 펜타곤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을 따라잡는 추세다. [미 국방부]

 
 이어 펜타곤보고서는 “중국이 반도체·로보틱·인공위성·인공지능(AI) 분야에 적지않은 투자를 한다”며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 미국 경쟁사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빼가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보고서는 “(미국이) 군수 산업과 연관된 주요 부문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등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지요.
 
 로켓 엔진, 군용기 날개에도…‘메이드인차이나’
 
주한미군 훈련 도중 미군 다연장로켓시스템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AP=연합뉴스]

주한미군 훈련 도중 미군 다연장로켓시스템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AP=연합뉴스]

 
 사실, 중국의 ‘미군 장비망 장악설’은 처음 알려진 소식이 아닙니다. 최근 보수성향 국제이슈 전문지인 더내셔널인터레스트가 인용 보도한 미 국무부의 2016년도 연간 산업력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군용 로켓 엔진 개발엔 ‘데클로란’이라고 불리는 원료가 쓰입니다. 동맹국인 벨기에산(産)이 유일하지요. 
 
 문제는 데클로란 생산에 필수적인 전구체(前驅體)라는 부품을 중국만이 생산하다는 점입니다. 이 보고서는 “최근 들어 중국은 더 이상 전구체를 개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료(데클로란)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군용기 날개 제작에 쓰이는 인쇄회로기판(PCB)은 90% 이상이 아시아에서 제작되는데요. 이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수출용 군 부품에 해킹 장치를 설치했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요.
 
10월 8일자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표지. [BBW]

10월 8일자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표지. [BBW]

 
 우려는 조금씩 현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첫 타깃은 군이 아닌 ‘IT 기업’이었지요. 지난 4일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BBW)는 중국이 애플·아마존 등에 납품되는 전산 서버에 초소형 스파이칩을 심어 내부 정보를 빼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2015년 네트워크상 이상 반응을 감지한 애플이 대만계 기업 ‘수퍼마이크로’가 납품한 서버에서 쌀알보다도 작은 초소형 칩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수사에 착수한 미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인민해방군 산하 조직이 서버의 메인보드에 칩을 심는 데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BBW는 보도했지요. (※이와 관련해 애플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FBI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음 피해자가 미군이 될 수 있다’는 추측까지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펜타곤리포트는 “미 국방 체계에 ‘트로이(바이러스 종류)’ 칩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할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지요. 미 CNBC 역시 “주요 군사 장비에 몰래 설치된 ‘킬 스위치(전원 장치)’가 장비의 작동을 멈출지 국방부 관계자들이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런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전쟁을 촉발시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펜타곤리포트는 미국의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철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 장애물을 세우기 위한 명분이 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중국의 대미 경제 보복, 사실상 ‘군사 보복’?
 
 현재 중국과 무역전쟁에 몰두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군사 장비 관련 제품 수출 중단을 ‘실제로’ 단행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만약 현실화되다면 극단적인 형태의 ‘경제 보복’이 되겠지요.
 
 이쯤에서 다시 펜타곤보고서로 돌아가볼까요. 이 보고서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점차 ‘무기화(weaponize)’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대미 무역 협상 등에 히든 카드로 쓰일 것이라는 것이지요.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관련 이슈를 다룬 신문을 읽는 한 시민. [로이터=연합뉴스]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관련 이슈를 다룬 신문을 읽는 한 시민.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펜타곤보고서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수출을 끊어 상대국의 군수품 조달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를 일부 소개했습니다. 지난 2010년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입니다. 희토류의 상당량을 생산하는 중국은 당시 ‘경제 보복’ 명분으로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바 있는데요. 문제는 희토류가 유도탄의 핵심 원료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일본은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고 말았지요.
 
 그렇다면 펜타곤보고서가 제시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바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입니다. 이전까지 미군이 중국산 부품을 선호했던 이유가 ‘저가’였다면, 앞으론 질 좋고 ‘기밀 유출 우려까지 없는’ 국산 부품을 애용하자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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