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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도 풀지 못한 일개미 진화..."일ㆍ병정개미 상호작용으로 개체 크기 조절"

찰스 다윈도 풀지 못한 일개미 진화..."일ㆍ병정개미 상호작용으로 개체 크기 조절"

중앙일보 2018.10.11 02:00
혹개미의 일개미와 병정개미를 비교한 사진. 검은 사진은 일개미와 병정개미의 날개 분화 부위를 촬영한 것이다. 이 부위가 클수록 큰 개체로 성장한다. [자료 네이처]

혹개미의 일개미와 병정개미를 비교한 사진. 검은 사진은 일개미와 병정개미의 날개 분화 부위를 촬영한 것이다. 이 부위가 클수록 큰 개체로 성장한다. [자료 네이처]

 
성실과 끈기의 아이콘. 바로 개미다. 동화나 속담 속에서 개미는 묵묵히 일하는 일꾼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개미 사회로 한 발짝 들어가면 머릿속에 그렸던 이미지는 쉽게 깨진다. 개미 조직을 지탱하고 있는 카스트 제도 때문이다. 일단 생김새가 다르다. 여왕개미ㆍ수개미ㆍ병정개미ㆍ일개미 겉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성실과 끈기의 아이콘 일개미는 허물을 벗는 순간부터 죽기 직전까지 노동에 시달린다. 수개미는 짝짓기를 위해 태어난다. 지구 위 다른 생명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삶의 방식이다.
 
개미는 1억 5000만년 전에 지구 위에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개미는 1만 2000종이 넘는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번성하고 있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에게도 개미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생명체였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 번식을 포기한 일개미는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으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생명체는 번식을 통해 개체를 늘리는데 개미 사회에서 번식 능력을 가진 건 여왕개미와 수개미뿐이다. 병정개미와 일개미는 생식 능력이 없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도 자연선택설에 반하는 일개미의 진화 비밀을 밝히지 못했다. [중앙포토]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도 자연선택설에 반하는 일개미의 진화 비밀을 밝히지 못했다. [중앙포토]

  
다윈도 풀지 못했던 개미 사회의 비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 맥길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개미의 날개가 분화하는 부위가 일개미 성장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0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혹개미(학명 Pheidole) 애벌레의 날개 분화 부위에 주목했다. 여왕개미와 수개미 날개 분화 부위가 발달해 성체가 되면 날개가 생긴다. 하지만 병정개미와 일개미는 날개가 없다. 연구팀은 일개미로 분화하는 개체에선 날개로 분화하는 부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와 달리 병정개미 애벌레의 경우 좌우 한 쌍의 날개 분화 부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1837년 그린 생명의 나무. 다윈은 자신의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 루카의 존재를 추정했다. [중앙포토]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1837년 그린 생명의 나무. 다윈은 자신의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 루카의 존재를 추정했다. [중앙포토]

 
이 부분의 작동을 방해하자 병정개미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병정개미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혹개미 일개미는 길이가 2.5㎜ 정도다. 이와 비교해 병정개미는 4∼5㎜에 이른다. 병정개미의 몸길이는 일개미의 그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이다.
 
혹개미 사회엔 병정개미 비율이 전체의 5~10% 수준이다. 이와 비교해 일개미는 90~95%에 이른다. 먹이 사냥 등 갖은 잡일을 담당하는 일개미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일까?
 
연구팀은 일개미와 병정개미의 사회적 교감을 통해 애벌레 성장을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소피 코크 맥길대 박사는 “일개미는 먹이 속 성장 호르몬으로 애벌레의 날개 분화 부위 성장을 촉진하고 병정개미는 성장 저지 페로몬을 통해 그 부위의 성장 촉진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호 작용을 통해 일개미 사회 비율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왕개미가 아닌 일개미가 후손들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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