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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를 통한 이기의 실현… 그게 바로 봉사

중앙일보 2018.10.10 09:01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7)
봉사단체 한걸음의 사랑 1주년기념, 엄홍길대장과 함께 한 북한산 우이령길. 군 작전구역으로 통제가 심하다. [사진 한익종]

봉사단체 한걸음의 사랑 1주년기념, 엄홍길대장과 함께 한 북한산 우이령길. 군 작전구역으로 통제가 심하다. [사진 한익종]

 
“우와~ 저 아래 자동차들 봐라. 가득하네.” 오래전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한 홍도, 흑산도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목포 유달산에 올랐다. 정상에 오른 시각장애우 한 분이 목포항구 쪽 바다를 향해 농담한다. 봉사 기간 받은 피곤함과 긴장을 한순간에 날린 농담 한마디에 봉사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봉사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즐긴 비장애인들이 오히려 장애우들로부터 얻은 보상은 참 다양하다. 울릉도, 백령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뱃멀미 코스 중 하나인 홍도, 흑산도 여행에서의 멀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뱃멀미를 간단히 잠재운 시각장애우들의 침 봉사는 봉사활동에 나선 우리가 오히려 봉사를 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서는 봉사팀이라는 명분에 축제 기간 사전 특별개방의 혜택을 받기도 했고, 창덕궁에선 봉사라는 명목에 비원 내의 일반인 개방 금지구역을 관람하는 특혜(?)도 받았다.


봉사는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더라
직장생활 할 때 강화의 한 농촌을 찾아 농작물 수확을 도왔다. 돌아올 때 받은 선물이 트렁크에 가득했다. [사진 한익종]

직장생활 할 때 강화의 한 농촌을 찾아 농작물 수확을 도왔다. 돌아올 때 받은 선물이 트렁크에 가득했다. [사진 한익종]

 
우리는 흔히 봉사를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일방적인 봉사란 없다. 일방적인 흐름은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인 오해를 낳게 된다. 인간관계가 제대로 유지되려면 상호이익이 공유돼야 하는데 이 원칙은 봉사에서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봉사가 한 쪽의 희생을 전제한다고 여겨지면 오래갈 수 없을뿐더러 상호이익이 되는 행위 자체도 불가능하다. 봉사는 어떤 모양으로도 주는 사람에게 보상으로 돌아온다.
 
농촌 일손돕기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의 트렁크에 가득 담긴 농산물, 봉사를 계기로 평소에 가 보고 싶었지만 못 가본 곳을 여행하는 일, 무엇보다 소중한 보상은 내가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다. 특히 자녀들과의 봉사는 값으로 치를 수 없는 보상을 안겨준다.
 
오래전 지방의 한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그때 훌륭한 사회인이 되고 싶다면 여행과 봉사를 하라고 얘기했다. 지식을 지혜로 바꾸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경험은 직접 경험인 여행과 간접 경험인 독서가 있다. 여행은 물론, 봉사도 지식으로만 머물렀던 것을 지혜로 바꿔준다.
 
봉사는 나 자신이 건강하다는 데 대한 고마움과 부모와 사회에 긍정의 마음을 갖게 한다. 결국 봉사는 봉사를 통해 더 큰 봉사를 돌려받는 행위이다.


무엇을 받기를 원하면 먼저 줘야
스리랑카 어린이들의 천사와 같은 미소. 봉사는 미소와도 같다. [사진 한익종]

스리랑카 어린이들의 천사와 같은 미소. 봉사는 미소와도 같다. [사진 한익종]

 
받기를 원하거든 먼저 줘라.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상대가 반가이 손을 내미는 건 당연한 이치다. 속마음이야 아니라고 하지만 표현을 해야 속마음을 안다. 미소를 생각해 보자. 우리의 경우 타인을 보고 먼저 웃으면 손해 보는 것 같은 마음, 나아가서는 실없는 사람으로 오해받을까, 아니면 불순한 의도를 내보이는 게 아닐까 해서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랑하면 무표정, 무뚝뚝, 불친절하다고 얘기한다.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스리랑카를 다시 한번 여행하고 싶다. 스리랑카는 여러 가지 매혹적인, 소위 ‘~꺼리’가 많지만 내가 스리랑카를 다시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스리랑카 사람들의 천사와 같은 미소와 친절함이다. 그들은 누구와 마주쳐도 웃음을 건넨다. 적의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니 내 마음도 열릴 수밖에.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물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경계한다. 그래서 옛말에 인자요산, 지자요수라고 했던가. 어진 사람들이 만나니 미소와 인사를 건네나 보다. 봉사는 미소와도 같다. 먼저 베풀어야 상대편도 다가온다. 인자가 되고 싶은가. 봉사하라. 먼저 손을 내밀어라.
 
봉사라는 명목으로 다음엔 어떤 이들을 만날까, 다음번엔 무엇을 할까 그리워진다. 왜냐고? 받는 게 더 많으니까. 그래서 난 봉사를 ‘이타를 통한 이기의 실현’이라고 정의한다.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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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종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필진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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