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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병원, 신규 간호사 133명 중 1명만 근무 했다

중앙일보 2018.10.10 06:00
대형병원 '대기 간호사제' ···"합격 후 2년간 발령만 기다려" 
간호사를 대규모로 채용해 놓고 수개월 간 발령 대기 시키는 대형 병원의 ‘대기간호사제’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 감사에서 제기됐다.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유 부총리는 간호학과 편입학을 확대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가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유 부총리는 간호학과 편입학을 확대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가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10일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의원에게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2곳과 대학병원 8곳을 포함한 주요 대형병원 10곳에서 일명 대기간호사 제도를 채용 방법으로 쓰고 있다. 
 
대기간호사는 간호학과 졸업예정자를 한꺼번에 채용한 뒤 합격자 순번에 따라 발령 대기시키고, 충원이 필요할 때마다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제도를 뜻한다.  

장정숙 의원이 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2곳은 평균 4~5개월 간 간호사를 '대기발령'했다.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 제공]

장정숙 의원이 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2곳은 평균 4~5개월 간 간호사를 '대기발령'했다.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 제공]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이들 10개 대형병원은 지난해 신규채용한 1650명 중 약 23%인 385명만 즉시 현장에 발령했다. 77%는 대기간호사가 됐다. 
 
상급종합병원 2곳의 경우, 2017년 기준 신규 채용 합격 후 평균 발령 대기기간이 4개월에서 5개월이었다. 국립대학병원인 전북대병원의 최대 발령 대기기간이 300일에 달했다. 서울대병원은 2017년 총 신규채용인원 133명 중 단 한 명만 즉시 현장에 발령한 뒤 나머지 인원을 모두 대기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간호사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언제 발령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길게는 2년까지 한없이 대기하다가 갑자기 ‘3일 뒤에 출근하지 않으면 합격이 취소된다’는 전화를 받는 간호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간호사 수에 따라 입원료 수가를 책정하는 간호등급제 때문에 대형병원에서 매달 등급평가 기간에 갑자기 대기간호사를 현장에 발령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경우 이들 중 일부를 임시직으로 채용한 중소병원은 인력‧재정난을 동시에 겪는다”고 지적했다.
장정숙 의원이 9일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학병원 8곳의 평균 대기발령 기간은 5개월로 나타났다.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 제공]

장정숙 의원이 9일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학병원 8곳의 평균 대기발령 기간은 5개월로 나타났다.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 제공]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취임 후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간호학과 편입생 비율을 오는 2023년까지 기존 10%에서 30%까지 확대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가결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비롯한 문재인 케어와 국가치매책임제의 시행에 따라 부족한 간호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가 장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추계에 따르면, 2020년에는 필요인력 대비 11만 명의 간호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열악한 처우를 피해 대형병원에 간호사가 몰리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단순 인력 수급 확대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대 입학정원은 2018년 1만9000명으로 지난 10년간 약 8000명이 증원됐지만, 대부분 대형병원에 몰렸다. 
 
2011년~2016년 상급종합병원과 병원급의 간호사 증가율은 각각 12.9%와 4.9%로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장정숙 의원은 “복지와 보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임금도 못 받고 수개월을 대기발령 상태로 있어야 함에도 대형병원에 인력이 몰린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의원은 9일 "대기간호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간호사 인력수급을 확대해도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숙 의원실 제공]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의원은 9일 "대기간호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간호사 인력수급을 확대해도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숙 의원실 제공]

 
이 때문에 8일 시행령이 가결된 직후 “열악한 처우 개선 없이 단순히 학생 수를 늘리는 건 탁상행정”이라며 유은혜 부총리를 비판하는 청와대 청원이 하루 만에 8000명 넘는 추천을 받기도 했다. 장정숙 의원은 “단순히 간호사 수만 늘린다고 지방 및 중소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근본적으로 대기간호사 같은 고질적 관행부터 개선되어야 수도권과 대형병원으로 신규 간호사가 쏠리는 간호 인력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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