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991년 김일성도 교황 초청 TF 구성했다…북한의 속내는?

중앙일보 2018.10.09 17:5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식 초청할 뜻을 밝혔다고 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교황의 평양 방문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중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 번영에 관심이 많다.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냐”라고 말했고, 이에 김 위원장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백두산에서 김희중 대주교를 만난 자리에서도 김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겠다”고 하자 “꼭 좀 전달해달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깜짝 놀랄 일이지만, 북한이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려 한 건 처음은 아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5월 펴낸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북한은 1991년 교황 초청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태영호 전 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중앙포토]

태영호 전 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중앙포토]

 
TF의 일원이었다는 태 공사는 책에서 “1991년 외무성 내에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한 상무조(TF)가 편성됐다”고 밝혔다. 당시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였다.
 
태 공사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외교적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해 교황의 방북을 추진했다. 1991년 소련은 붕괴됐고, 동서 냉전은 공식적으로 종식된 해였다.  
 
태 전 공사는 김일성 주석이 “교황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뉴스를 보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북한에 오게 한다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썼다. 또 교황청이 북한에 천주교 신자가 있다면 바티칸에 데려와달라고 요구했고, 북한 노동당은 한 할머니를 찾아내 바티칸에 데려갔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나 교황의 방북은 성사되지 않았다. 태 전 공사는 “이 일을 통해 노동당은 종교의 ‘무서움’을 절감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천주교 열풍으로 이어질까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결국 TF는 출범 두 달 만에 해산됐다.  
평양에 있는 장충 성당. [중앙포토]

평양에 있는 장충 성당. [중앙포토]

평양에 있는 장충성당에서 미사 중인 북한의 카톨릭 신자들. [중앙포토]

평양에 있는 장충성당에서 미사 중인 북한의 카톨릭 신자들. [중앙포토]

 
한편 BBC코리아는 현재 북한 천주교의 실체에 대해 보도했다. BBC는 “북한에 ‘진짜 신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면서도 북한 성당을 방문해 신자들을 만나본 예수회 민족화해위원장 김연수 신부의 발언을 전했다.  
 
김 신부는 BBC 코리아에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 안에 있는 신앙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며 “만나본 사람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예배를 드리고 진짜 신앙심을 갖게 된 신도가 있다는 것이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옥류관에서 오찬 후 방북에 동행한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옥류관에서 오찬 후 방북에 동행한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BBC코리아는 북한이 교황의 방북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 의도를 해석하기도 했다.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공민은 신앙 및 종교의식의 자유를 가진다”(제2장 14조)고 명시해 문서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 그러나 북한사회에서 실질적인 종교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