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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늘리는 게 최선…탄소배출권 시장, 정부 개입 없이도 돌아가게 해야"

중앙일보 2018.10.09 17:11
경북 영천시 임고면의 한 태양광 발전소. 2008년 화석연료 사용량 감소를 비롯해 자연환경보호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세우며 6326㎡(1916평) 규모로 설치됐다. 영천=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영천시 임고면의 한 태양광 발전소. 2008년 화석연료 사용량 감소를 비롯해 자연환경보호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세우며 6326㎡(1916평) 규모로 설치됐다. 영천=프리랜서 공정식

"당사자 이해 못한 상태로 로드맵 만들면, 정책 실효성 의심"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 수립부터 탄소배출권을 할당할 때까지의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가 충분히 소통한 뒤에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객원교수는 "업계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만들어지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먼저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는 곳만 있고 파는 곳은 없는'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정부 개입 없이도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 탄소배출권 제공해 공급 늘리자" 
일각에선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위한 한 가지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인센티브 형태로 탄소배출권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인센티브가 제공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지만, 배출권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는 공급 확대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안병헌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원장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탄소 감축에 기여한 만큼 탄소배출권을 부여해 시장에 배출권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이들이 배출권을 팔아 추가 수익을 얻게 되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출권 시장의 불공정 경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전력 자회사들은 모 회사로부터 배출권 구매 비용의 80%를 보전받다 보니, 보조금 없이 배출권을 사야 하는 철강·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 기업들이 불리한 상황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발전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분리해 운영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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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배출권 가격 개입 근거도 더 명확히 해야" 
정부가 예비로 보유한 배출권을 풀어 가격 안정화를 할 때도 정부의 시장 개입 근거를 지금보다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야 민간 기업이 가격 변동에 따른 불안감 없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배출권 거래법규에도 '최근 한 달간 배출권 평균 가격이 직전 2개 연도 가격보다 2배 이상 오를 경우' 등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 근거를 밝히고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조치가 잘 작동하지 않은 만큼 규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2021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탄소배출권 파생상품 거래 시장도 조기에 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김진효 The ITC 미국 변호사는 "탄소배출권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배출권 관련 파생상품(선물 등) 거래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에선 선물 거래가 현물 거래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계 일각에선 파생상품 거래를 도입하면 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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