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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푸드, 결국 기업회생절차…기로에 선 '3조원' 로드숍 화장품시장

중앙일보 2018.10.09 16:27
더페이스샵·토니모리·에뛰드하우스 등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몰려 있는 서울 명동 거리. [중앙포토]

더페이스샵·토니모리·에뛰드하우스 등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몰려 있는 서울 명동 거리. [중앙포토]

가맹점 400여 개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가 지난 8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스킨푸드는 “과도한 채무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는 회생 가능성이 있을 때 받아들여진다. 스킨푸드는 해외 사업권을 매각하고 비용을 줄여 정상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 초부터 가맹점에 화장품을 제때 공급 못 할 정도로 생산·유통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 회생의 걸림돌이다. 
 
스킨푸드는 자회사인 아이피어리스에서 직접 생산하지만, 자금난으로 원부자재 수급이 어려워져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가맹본부로부터 제품을 받지 못한 가맹점주는 오픈마켓에서 스킨푸드 제품을 사와 되팔고 있다. 서울 충무점주 강 모 씨는 “지난해 1월 개점 이후 물건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발주 시스템에 들어가 3박스를 주문하고 나면 어느샌가 1박스로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최근 들어선 제품의 90%를 남의 사이트에서 사들여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씨를 비롯한 4명의 점주는 지난 8월 스킨푸드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또 조윤호 현 대표를 포함한 임원 4명에 대해 형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률대리인 임현철 변호사는 “형사소송을 통해서라도 가맹점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게 점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유미 스킨푸드 마케팅본부 상무는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회사의 경영 상태가 급속히 어려워졌다”며 “비용을 최소화해 가맹점 물품 공급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자사의 제품을 거리 매장에서 파는 ‘원 브랜드’ 로드숍은 한국에만 있는 화장품 유통 시스템이다. 일본은 물론 미국·유럽은 편집숍이 일반적이다. 로드숍은 지난 2000년 미샤가 3300원짜리 화장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개척했다. 역세권 위주의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로드숍은 당시 일반적이던 방문판매 방식을 밀어내고 급성장했다. 더페이스샵·토니모리·네이처리퍼블릭·스킨푸드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도 이때 생겼다.  
 
2010년 이후 로드숍은 다시 전성기를 맞는다. 한국 화장품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뭉텅이로 산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와 보따리상 덕분이다. 지난 2010년 1조원이던 시장 규모는 2016년 3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3~4배 늘어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때 화장품 내수 시장은 이미 정체기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권기현 비엔에이치코스메틱 대표는 “2010년쯤부터 빨간 불이 들어왔지만, 갑자기 유커 수요가 폭발하면서 착시 효과를 일으켰다. 한국에서 팔린 제품 중 30~40%는 중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이었다”며 “유커가 빠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800만에 육박하던 중국인 입국자는 지난해 416만명, 올해 약 450만명으로 줄었다. 로드숍 매출도 2016년을 기점을 꺾였다. 급기야 올해 상반기 화장품 주요 상장사인 에이블씨엔씨(미샤)·토니모리·클리오는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13% 줄었으며, 에뛰드하우스는 76억원의 손실을 냈다.
브랜드와 매장이 난립하며 과당 경쟁을 벌인 것도 이유다. 비슷한 컨셉트의 브랜드들이 잦은 세일 등으로 원가 체계를 무너뜨린 것이 소비자의 신뢰까지 잃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실제 오픈마켓 등에선 정가의 50%에 팔리는 제품이 허다하다.  
 
올리브영을 비롯한 ‘헬스&뷰티(H&B)’ 스토어가 약진한 점도 로드숍의 매출 하락을 부추겼다. H&B는 로드숍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지만, 이 점이 강점이 됐다. 20·30대 젊은 소비자층은 기존에 없던 ‘인디(Indie)’ 브랜드가 모여있는 편집숍을 찾았다. 덕분에 올리브영은 지난 2015년 500여 개였던 매장 수를 3년 만에 2배로 늘렸다. 이 밖에 랄라블라·롭스 등도 매장 수와 매출 모두 증가 추세에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소속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도 편집숍 전환을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서울 강남대로에 자사 브랜드 외에 59개의 브랜드를 합친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을 선보였으며, LG생활건강도 네이처컬렉션에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 브랜드숍은 공급자 위주의 유통 시스템"이라며 "회사는 수직 계열화로 수익 구조를 단순화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군데에 검증된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숍으로 화장품 시장이 변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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