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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성장에 대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절묘한 답변

중앙일보 2018.10.09 09:54
로머 NYU 교수 "노벨상 원치않았지만 받겠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싱가포르에서 실험해봤다. 혼재된 결과를 얻었다. 중요한 것은 늘어난 소득이 기술 습득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폴 로머 교수가 8일(현지시간) 뉴욕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폴 로머 교수가 8일(현지시간) 뉴욕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폴 로머 NYU 교수 기자회견
기술혁신과 경제성장 관계 규명
"한국 소득주도 성장서 중요한 건
소득이 기술 축적으로 이어져야"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폴 로머(63) 미국 뉴욕대 교수(스턴 비즈니스 스쿨)는 8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득 주도성장의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1990년대 기술혁신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내생적 성장 이론’을 정립한 대가답게 소득상승을 기술혁신 촉진제로 설명했다. 로머 교수는 “사람들은 부유해질수록 더 똑똑해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마련”이라며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하고 누가 더 기술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늘어난 소득으로 지식을 채우고 필요한 기술을 교육받을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장에 보탬이 되지만, 단순 소비만 늘릴 경우에는 경제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에게 연구개발을 통한 지식축적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핵심 열쇠이다. 생산요소 중 하나인 자본의 경우 투입량이 증가할수록 한계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지식은 축적될수록 오히려 한계 생산성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로머 교수는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나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수석 부총재를 지냈다. 경제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호르스트 클라우스 텍텐발트 경제학상을 받은 경력도 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폴 로머 뉴욕대(스턴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폴 로머 뉴욕대(스턴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자로 20년 이상 거론돼왔다. 올해 수상할 것으로 예상했나.
“내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다. ‘노벨상에 목매지 말자’ ‘노벨상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벨상이 나를 찢어놓고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노벨상이라는 대가를 바라지 말고 내가 원하고 생각했던 뭔가를 위해 정진하자고 마음 먹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을 타게 되서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새벽에 선정소식을 들은 정황을 얘기해달라.
“새벽 6시(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시간) 이전에 2차례 전화벨이 울렸다. 스팸전화로 생각하고 받지 않았다. 그러고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어나 전화기를 열어보니 스웨덴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수상자 발표가 1주일 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더니 누군가가 받아서 ‘노벨경제학상을 수락하겠나’라고 물었다. 그래서 ‘글쎄요, 그걸 원하지는 않았지만, 좋아요. 받을게요’ 라고 말했다.(웃음)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났다. 앞으로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또 다른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지난 위기들을 통해서 배운 실용적인 교훈들을 얼마나 잘 활용해 대비하는지 여부이다. 특히 우리가 대비해야하는 부분은 경제적 안정성뿐 아니라 불평등과 부적절한 문제 등 정치적 안정성 여부도 포함돼야 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폴 로머 뉴욕대(스턴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폴 로머 뉴욕대(스턴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적으로 부담을 느끼지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것이 우리를 둘러싼 '팩트(사실)'를 무시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다른 선호도와 편견들 속에서 좀더 발전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움 준다. 과학은 지금까지 인간이 창조한 피조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업적이다. 과학자들은 사실을 향해 전진해왔다.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이 정립되는 과정을 지지하고 동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이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좀더 좋은 환경과 건강,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밝혀내는 과정을 끌어내야 한다.”
 
요즘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도시로 들어와 살고싶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수십억명이 도시로 들어와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공간이 부족하다. 그런 공간이 공급될 수 있는 도시화 관련 연구를 벌이고 있다. 도시내 거주공간의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다면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공급을 늘리는데 도시공학 관련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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