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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서도 ‘부동산 폭등'…VR부동산 3평에 2억원, “더 오를수도”

중앙일보 2018.10.09 05:00
디센트럴랜드가 목표로 하는 미래의 가상 부동산 이미지. 3D 형태로 구현돼 있으며, 높은 빌딩과 철도 등이 만들어져 있다.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와 똑같이 철도 등을 통해 이동하고, 빌딩 등 여러 공간 안에서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자료 : 디센트럴랜드]

디센트럴랜드가 목표로 하는 미래의 가상 부동산 이미지. 3D 형태로 구현돼 있으며, 높은 빌딩과 철도 등이 만들어져 있다.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와 똑같이 철도 등을 통해 이동하고, 빌딩 등 여러 공간 안에서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자료 : 디센트럴랜드]

3D 고글을 쓰고 인터넷에 접속, 스스로 설정한 아바타로 변신해 가상현실(VR) 속에서 대학 수업도 듣고 도박도 하고, 사랑도 하게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올해 말 현실에서 구현될 전망이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로 불리는 VR 세계 속에서 말이다.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올해 말 '현실'
VR 부동산 플랫폼 '디센트럴랜드'
가상 부동산 10㎡가 70만원~2억원
카지노·놀이동산·쇼핑센터 준비 中

디센트럴랜드는 블록체인 기반의 VR 플랫폼이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회사 찰스 리버 벤처(Charles River Ventures)에서 일했던 아리엘 메이리치(Ariel Meilich)가 CEO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에스테만 오르다노(Esteban Ordano)가 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 참여해 만들었다.  
 
 
 
디센트럴랜드는 지난해 8월 ICO(암호화폐공개)에서 35초만에 1만 명의 투자자로부터 목표금액인 2600만달러(한화 약 278억원)을 모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VR 프로젝트가 활성화돼 사용자가 늘어나면 랜드를 구매하는 암호화폐인 ‘마나’(MANA)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CEO와 CTO를 포함한 초기 마나 구매자들의 이익도 커지게 된다. 디센트럴랜드 내에 세계적인 대기업이 광고를 하거나 사업을 하게 될 경우에 개발자들에게도 수익이 더 돌아가게 된다.
 
블록체인과 디앱(DApp) 분야 국내 전문가인 권혁준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거칠게 말하면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3D로 구현되는 형태”라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가상화폐인 ‘도토리’를 통해 꾸몄듯이, 디센트럴랜드는 암호화폐 ‘마나’로 ‘랜드(LAND)’라 불리는 부동산을 구입, 그 랜드 위에 자신만의 세상을 꾸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한 랜드, 즉 토지에서는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그림 전시회를 할 수도 있고, 사람들과 파티를 하는 장소로 써도 된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토지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토지 가격이 상승해서 수익률로 연결된다. 영화나 전시회, 파티의 푯값을 받을 수도 있다. 당연히 토지를 개발해 다른 업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현재 디센트럴랜드 일부 개발자들이 구현한 3D 상태의 랜드 개발 모습. [자료 : 디센트럴랜드]

현재 디센트럴랜드 일부 개발자들이 구현한 3D 상태의 랜드 개발 모습. [자료 : 디센트럴랜드]

 
개발 기술이 있다면 다양한 프로그램 사업을 디센트럴랜드 안에서 펼칠 수 있다. 현재 디센트럴랜드에선 카지노 사업체가 모여 있는 베가스 시티(vegas city)와 성인 콘텐츠를 다루는 디스트릭트 X(District X),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VR 쇼핑 디스트릭트(Virtual Reality Shopping District) 프로젝트 등이 진행 중이다. 대학 등 교육 관련 사업체들도 랜드를 사들여 VR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센트럴랜드가 이상적으로 구현될 경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해서 돈을 따고 잃거나, 대학 수업을 VR 속에서 들어 학위를 따는 일도 가능해진다. 물론 VR 속 놀이공원에서 실감 나는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다.
 
디센트럴랜드 내에 생길 예정인 VR 카지노 가상 이미지. [자료 : 디센트럴랜드]

디센트럴랜드 내에 생길 예정인 VR 카지노 가상 이미지. [자료 : 디센트럴랜드]

현실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체험과 경험은 화폐인 ‘마나’를 통해 이뤄진다. 현재 마나는 업비트 등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업계에선 알리바바 등 일부 대기업도 마나를 통해 랜드를 구입해 VR 백화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작자들은 랜드를 구매해 자신의 소유지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수수료 없이 100% 가져간다.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디센트럴랜드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중앙 역할을 하는 곳이 없고, 참여자들이 모두 분산해서 공유하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이다.
 
최근 그 랜드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다. 디센트럴랜드에서 1랜드는 10㎡(약 3평)로, 9만개의 랜드가 존재한다. 사용자가 접속하자마자 가장 먼저 접촉하게 되는 ‘노른자위’ 땅인 정중앙 랜드의 경우 1랜드는 한화 1억~2억 원에 가격이 설정돼 있고, 정중앙 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부동산은 1랜드를 약 7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현재 디센트럴랜드는 2D 상태로 표현돼 있다. 네모칸 하나가 1랜드이며, 네모칸이 아닌 곳은 디센트럴랜드 내의 도로다. 왼쪽의 큰 네모는 사용자들이 처음으로 접속할 때 들어오는 게이트를 표시한 것이다. [자료 : 디센트럴랜드]

현재 디센트럴랜드는 2D 상태로 표현돼 있다. 네모칸 하나가 1랜드이며, 네모칸이 아닌 곳은 디센트럴랜드 내의 도로다. 왼쪽의 큰 네모는 사용자들이 처음으로 접속할 때 들어오는 게이트를 표시한 것이다. [자료 : 디센트럴랜드]

 
초창기에는 1랜드를 7만원이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했는데 최근 들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현재의 디센트럴랜드는 점과 면 형태의 2D 상태로만 표시돼 있지만, 올해 말 본격적으로 3D 아바타가 등장하고 사용자 간 보이스채팅, 멀티플레이 등이 지원된다면 더욱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디센트럴랜드 공간 내에서는 2D에서 3D로의 전환을 ‘청동기시대가 가고, 철기시대가 도래한다’고 표한한다.
최근 30일간 암호화폐 거래소의 1마나 거래 시세 변화 그래프. [자료 : CoinGecko]

최근 30일간 암호화폐 거래소의 1마나 거래 시세 변화 그래프. [자료 : CoinGecko]

 
랜드 규모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디센트럴랜드가 활성화할수록 유동량이 많은 도로나 철로 등이 위치한 곳은 땅값이 더 오를 수 있다. 랜드 규모에 제한을 둔 이유는 ‘무한 확장’할 경우 사용자가 곳곳에 분산돼 사용자들이 서로를 만나기 힘들어 결국 랜드 내에 사용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이 돼버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초기에 등장했던 VR 기반 플랫폼들이 문을 닫은 이유도 ‘무한 확장성’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디센트럴랜드와 유사한 형태의 VR 플랫폼은 더 많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선점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권 교수는 “지금의 디센트럴랜드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SNS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점차 사용자가 늘어나고 체험 규모가 다양해지면 여러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 생길 것이고, 디센트럴랜드는 이와 같은 디지털 자산 거래를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디센트럴랜드와 같은 혁신 4차 산업 플랫폼이 등장할 수 없을까. 전문가들은 규제 개편이 선행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ICO가 허용 문제를 포함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등에 대한 법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얘기다. 권 교수는 “블록체인 사업자들을 만나보면 기술 개발 과정에서 규제 때문에 헷갈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부는 규제가 존재하는지, 아닌지조차 몰라서 헷갈려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이런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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