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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엄청난 내상에도 대미 장기항전 결심하나

중앙일보 2018.10.09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차이나 인사이트] 미·중 무역전쟁 전개 세 가지 시나리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한창이다. 중국산 제품 2500억 달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앞으로 267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시사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윽박지르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수세적 입장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건 중국의 장기 항전 결심이다. 내상이 엄청남에도 말이다.

무역전쟁 본질이 ‘무역’이 아닌
미국의 중국부상 억제라고 판단

미·중 간 힘의 균형 변화 과정서
언젠간 겪어야 할 역경으로 인식

중국특유의 강인한 정신력 있어
장기전으로 가면 승산 있다고 봐

 
중국은 첫 번째 시나리오로 관세 부과 과정 중의 타협을 예상한다. 상호 500억 달러에 이어 추가로 미국은 2000억 달러,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로 보복 관세를 때린 뒤 타협점을 찾는 경우다. 중국은 현재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대중 무역적자의 축소, 지적재산권의 보호,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과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제도적 기반 수립 등을 약속하면 무역전쟁의 포성이 이른 시일 내 멈출 수 있다고 여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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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경우에도 손실은 적지 않다. 대미 수출은 최소 약 17% 이상 떨어지고 특히 중국의 기계, 전기설비, 자동차부품, 반도체회로 등 수출산업에서 일정한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6.7% 달성도 물 건너간다. 대미 수입도 절반으로 급감해 민감한 기술영역에 대한 투자제한이 따르고 이에 따라 ‘중국제조 2025’에서 계획한 산업정책이 부문별로 수정을 강요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상당히 우려되는 시나리오로 관세 부과가 전체 교역 규모로 확대되는 경우다. 미국이 추가로 2670억 달러 규모, 즉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겨 무역전쟁이 갈 데까지 가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 제한은 물론 인적 교류에 대한 제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관세로 안 통하면 특정 상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까지 검토할 수 있다.
 
이처럼 전체 규모의 관세폭탄이 투하되면 소비와 투자는 크게 위축돼 중국 GDP 성장률 1.3% 하락까지 추정된다. 중국의 전자제품과 일용품, 건자재 등의 주력 소비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현저하게 약화해 제조업 공급사슬이 무너지게 된다. 외국투자기업은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 자산도 이탈된다.
 
이에 따라 경기 후퇴, 나아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부채 증가, 부동산값 폭등이 예상되며 과잉생산 구조에 대한 정책이 타격을 받아 경제구조개혁에 차질이 빚어진다. 수출로 먹고사는광둥성과 푸젠성, 상하이 주변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몰린다. 적어도 500만 이상의 농민공 실업자가 발생해 시진핑의 리더십에 큰 부담이 된다.
 
세 번째는 중국이 가장 비관적으로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미·중 전쟁이 무역 분야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중국금융, 자본시장에 대한 제재와 통제 나아가 환율전쟁으로 치닫는 경우다. 자산동결과 특정상품의 세계무역 금지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게 가능한 건 미국이 무역결제와 환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두 개의 금융제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금융통제시스템(SWIFT)과 금융결제지불시스템(CHIPS) 등이다. 미 재정부는 해외자산통제실(OFAC)을 통해 금융제재를 더욱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다.
 
미국이 국가 안전을 빌미로 중국을 상대로 금융제재를 하고 자본시장에 대한 통제를 가하면 중국의 대외경제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가 안전에는 경제안정, 기술침해와 군사안보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2년 이란과 거래한 중국 쿤룬은행의 외환거래를 봉쇄한 경험도 있어 국가 안전을 이유로 미국 소재 중국 상업은행을 시범적으로 타격할 수도 있다. 이는 경제전쟁이 무력마찰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이긴 하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뉴욕 맨해튼 빌딩 시장에 중국기업 소유의 매몰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나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미국과의 무역회담 이후 금융리스크 예방에 치중하고 있는 움직임 등은 중국이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 인민(人民)대학이 금융대처보고서를 올렸다고도 한다.
 
이 같은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중국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 엄청난 타격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현재까지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관영 매체 등을 통해 결사 항전의 의지를 불태운다.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견제에 있다며 미국과의 대결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 중이다.
 
미·중 간 힘의 균형이 변하는 시점에서 언젠가는 한 번쯤 부닥쳐야 할 역경으로 초반 기(氣)싸움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중국에 한 가지 위안인 건 과거 오랜 항일(抗日)전쟁에서 보여줬듯이 열세에 놓이면 장기전으로 나가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때까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중국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에서 쉽사리 미국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중국은 애국심을 유도하는 공산당의 교육과 선전활동에 능하다. 반면 미국 국민은 고통 감내가 어렵고 조속한 정책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웨이잰궈(魏建國) 중국 전 상무부 부부장이 “중국은 모든 산업생산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가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미국발 충격에 따라 중국의 고부채와 부동산 거품은 중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증대, 내수 부양을 하고 싶지만, 현재 이를 쓸 수 있는 정책 공간은 넓지 않은 편이다. 투자를 끌고 가는 지방정부의 부채가 심각하다. 결국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의 정책적 대응은 수출기업에 대한 환급비율을 높여주고 감세와 외국인 투자환경의 개선, 인프라 투자확대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입장인 우리다. 변화하는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개방과 산업정책이 대폭 수정되고 교역은 소비재에서 하이테크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질 것이다. 우리로선 단기적으로 미·중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산업정책과 예외품목의 동향을 살펴 수출 틈새시장을 노리는 한편 장기적으론 미·중에 치우친 우리의 교역 투자구조를 다변화시켜 미·중 분쟁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야 할 것이다.
 
◆유희문
한국동북아경제학회장과 중국시장포럼 회장(대한상의)을 역임했다. 대만 국립정치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중국 경제를 연구했고 중국 인민대와 베이징대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유희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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