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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말 걸기 무서운 ‘호랑이 언니’, 상냥한 ‘호피걸’로 변신

중앙일보 2018.10.09 00:02 2면 지면보기
돌아온 가을 패턴 유행은 돌고 돈다.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과거 패션이 돌아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호피 무늬’. 1980년대 과감하고 화려한 패션으로 자신을 뽐내던 글램룩의 상징이었던 호피 무늬가 다시금 패션 피플 필수 아이템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호피를 검색하면 호피 패션 사진만 127만여 개가 넘는다. 호피 무늬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을 나타내는 해시태그인 ‘#호피걸’ ‘#호피사랑’ ‘#호피가대세’도 등장했다.
 
베르사체. [사진 베르사체]

베르사체. [사진 베르사체]

현대적 감성을 더한 호피 무늬 패션이 귀환했다. 지난 1일 팝스타 비욘세는 의상부터 모자, 부츠까지 모두 호피 패턴인 무대의상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지난달 가수 니키 미나즈는 대부분이 단색 드레스를 입는 공식 석상에 옷 전체가 호피 무늬인 드레스를 입어 눈길을 끌었고,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는 명품 브랜드 패션쇼 현장에서 호피 패턴 재킷을 걸쳐 세련된 멋을 표현했다. 비단 해외 스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배우 한예슬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호피 무늬 코트를 입고 촬영한 사진을 올렸고,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손나은 역시 SNS에 핑크 색상 호피 패턴 원피스를 선보였다.
 
부·권력 상징하던 호피 무늬
스텔라 매카트니.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스텔라 매카트니.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호랑이 무늬를 띤 호피 패턴의 역사는 동물을 수렵해 방한용으로 동물의 모피를 옷으로 만들어 입던 원시시대부터 시작된다. 이집트 옛 벽화와 고대 그리스 시대 유물 등에서 호랑이·표범 등 동물 무늬 외투를 입은 왕족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유다. 맹수의 모피는 곧 권력층을 상징했고 이를 따라 만든 호피 패턴 패션 역시 부유함과 강력한 힘을 나타냈다.

 
하지만 20세기가 들어서면서 호피 패턴 이미지는 다소 ‘과한 패션’으로 여겨졌다. 맹수 무늬로 강인하고 야성적인 이미지를 표현했기 때문에 호피 패턴을 입는 사람은 무섭고 주장 강한 일명 ‘센 언니’로 불렸다. 관능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도 강했다. 1900년대 노출이 많은 사진 속 여성을 뜻하는 ‘핀업 걸’(pin up girl) 의상으로 호피 패턴이 자주 사용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호피 패턴은 익숙하지만 실제 구입해서 자신의 옷으로 입기엔 낯설고 부담스러운 패턴 중 하나였다. 한마디로 대중에게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소수 패셔니스타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올해 호피 패턴 움직임은 이 같은 흐름에 반대된다. 다양한 디자인 제품으로 당당함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충훈 패션디자이너는 “지금은 자신을 남들에게 꾸밈없이 보여주는 데 인색하지 않은 시대다. SNS로 자신의 생활을 중계하듯 보여주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고 더 나아가 자신 존재를 더 많은 다수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며 “강인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호피 패턴을 비롯해 레오파드·뱀피 패턴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로엔자 스쿨러. [사진 프로엔자 스쿨러]

프로엔자 스쿨러. [사진 프로엔자 스쿨러]

스텔라 매카트니.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스텔라 매카트니.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밝은색, 부드러운 소재 선봬
마이클 코어스. [사진 마이클 코어스]

마이클 코어스. [사진 마이클 코어스]

섹시함을 강조하던 기존 호피 패턴 제품과 차별화되는 분위기의 의상이 대거 출시된 것도 한몫했다. 올해 나온 호피 패턴 제품은 갈색과 검정만 있었던 패턴에 분홍·노랑 등의 비교적 밝은 색상이 더해지거나 딱딱한 가죽이나 두꺼운 털 소재에서 벗어나 하늘하늘한 실크 또는 시폰 소재에 사용돼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실제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2018 가을·겨울 패션쇼에 소개한 호피 패턴 패션을 살펴보면 각양각색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형광 색상의 호피 패턴 니트와 스커트를 선보여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나타냈고, 구찌는 빨강과 검정이 섞인 호피 무늬 스커트로 신비로운 멋을 표현했다.
구찌 등이 2018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호피·레오파드 패턴 패션을 공개했다. [사진 구찌]

구찌 등이 2018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호피·레오파드 패턴 패션을 공개했다. [사진 구찌]

 
다른 패턴과 믹스매치해 화사한 이미지를 연출한 브랜드도 있다. 베르사체는 강렬한 원색 패턴에 하양·검정이 섞인 호피 패턴을 함께 연출했고, 마이클 코어스는 빨간 립스틱을 입술에 바른 여성의 얼굴 패턴이 그려진 원피스 위에 호피 패턴 코트를 매치했다. 정체리 마이클 코어스 마케팅팀 차장은 “매년 지속적으로 나오는 패턴이지만 올해 다른 점으로는 다른 패턴 또는 색상과 함께 매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을 꼽을 수 있다”며 “큼직한 체크 패턴 스커트에 호피 패턴 코트를 걸치거나 검정 시폰 원피스에 호피 패턴 부츠나 힐을 함께 신으면 두 가지 다른 감성이 어우러지는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호피 패턴은 어떻게 연출할 수 있을까. 일명 ‘패션 고수’들도 호피 패턴 스타일링은 어렵다고 말한다. 자칫 잘못 입으면 과한 패턴으로 촌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넉넉한 사이즈’다. 호피 패턴에 처음 도전하는 초보자라면 품이 큰 의상을 찾으면 된다. 자신의 신체보다 한 치수 큰 패턴의 의상을 입으면 ‘오버사이즈 패션’으로 부담스러운 이미지를 줄일 수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가방. [사진 살바토레 페라가모]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가방. [사진 살바토레 페라가모]

 
또 전제적인 패션에 포인트 패턴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소매 끝에만 호피 패턴이 있는 셔츠를 입거나 호피 패턴 스카프를 단색 패션 위에 두르면 된다. 호피 패턴 부츠나 운동화를 신거나 가방을 들어도 좋다. 단 호피 패턴 의상에 중복되게 신발이나 가방을 매치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알렉산더 왕의 신발. [사진 알렉산더 왕]

알렉산더 왕의 신발. [사진 알렉산더 왕]

 
윤인영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호피 패턴 블라우스에 빈티지 스타일 청바지나 검정 바지를 입으면 지적인 이미지를 낼 수 있고, 무릎을 덮는 길이의 호피 패턴 플리츠 스커트에 하얀 색상 니트를 함께 매치하면 청순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며 “자신에게 딱 맞는 호피 패턴 의상을 찾는다면 섹시함은 물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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