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낙연 총리가 그런 말 할 줄이야
“민의의 저항에 군주 위태로워져”
예를 들어 지난주 필자는 서울시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이 발간한 ‘유통식품의 방사성 물질 오염실태 조사’(연구원 홈페이지 9월7일 등재)라는 논문을 보면서 한눈에 가짜임을 판별할 수 있었다. 이 저작을 읽게 된 이유는 뉴시스라는 통신사의 “2014~17년 서울에서 유통된 509건 식품을 조사한 결과 14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 “방사성 물질 검출 품목은 대부분 원전사고 또는 핵실험 주변 국가에서 수입한 식품으로 나타났다. (원전 사고가 일어난) 일본 제품에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10월 3일)는 기사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정작 논문을 살펴보니 14건의 방사성 검출 식품 가운데 중국산이 3건(능이버섯·들깨·고사리), 북한 2건(상황버섯·고사리), 독일 1건(블루베리 잼), 한국 1건(표고버섯) 등이었고 일본산은 0건이었다. 중국이나 독일, 한국은 원전사고 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방사성 식품의 대부분이 원전사고 국가에서 수입됐다는 결론을 냈다. 비논리적이다. 후쿠시마에서 대형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일본산 식품에선 방사능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결론에서 일본만 점검과 관리가 필요한 나라로 특정했다. 불공정하다. 연구자가 처음부터 ‘방사성 식품 문제는 일본·원전사고국에서 제일 클 것’이라는 주관적 편견에 빠져 있는 바람에 조사 결과에 일관성 있는 잣대를 적용하는 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해서 우리는 가짜 논문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지 않는다. 지식정보와 사법의 세계는 가짜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법이 지식정보의 판단자 권한까지 쥐게 되면 양심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 전체주의로 가는 문이 열리는 것이다. 2700년 전 중국의 명재상으로 교과서에도 나오는 관중(管仲)은 그의 저서 『관자(管子)』에서 “형벌은 민의를 두렵게 하기에 부족하다”며 “형벌을 민의가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군주의 명령이 시행되지 않고 민의가 복종치 않으면 군주의 자리가 위태롭게 된다”고 설파했다. 지식과 정보의 영역에 검찰과 경찰의 형벌권을 끌어들인 이낙연 총리의 조치는 반드시 민의의 저항과 불복을 불러 종국에 최고 권력자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