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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배우자 후보는 A씨" 빅데이터가 결혼매칭 하는 일본

중앙일보 2018.10.07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11)
일본 에히메 현에 있는 결혼지원센터에는 결혼 중매자가 없고 부스에 설치된 컴퓨터 단말기만 있다. 이 단말기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과 거절 데이터를 쌓아 선호하는 유형을 그룹화 하고, 상대를 추천해 준다. [사진 pixabay]

일본 에히메 현에 있는 결혼지원센터에는 결혼 중매자가 없고 부스에 설치된 컴퓨터 단말기만 있다. 이 단말기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과 거절 데이터를 쌓아 선호하는 유형을 그룹화 하고, 상대를 추천해 준다. [사진 pixabay]

 
J(35·남) 씨는 에히메 결혼지원센터를 방문했다. 결혼할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다. 결혼지원센터에는 중매자가 없고 부스에 설치된 컴퓨터 단말기만 있다. J 씨는 컴퓨터를 거주지역·연령·신장 등 자신의 희망조건을 입력하고 결혼 상대를 검색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하는 결혼 상대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다.
 
잠시 후 화면에 나온 여성을 열람한 후에 다시 화면 우측에 있는 별도의 버튼을 눌렀다. 빅데이터가 추천한 상대 여성이 등장한다. 조건 검색으로 나오지 않은 여러 명의 여성 데이터가 연령 등과 함께 나타났다. 상세버튼을 누르면 여성의 얼굴 사진이 나온다.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J 씨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만남 거절된 횟수 늘수록 이성 추천도 많아져  
일본의 민간 결혼상담소와 결혼정보 사이트도 조건을 설정하면 배우자 후보를 검색해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에히메 결혼지원센터의 시스템의 특징은 만남이 거절된 후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거절된 횟수가 증가할수록 이용자와 매칭될 가능성이 있는 이성을 보다 많이 추천한다.
 
예를 들어 남성 A씨가 조건검색으로 나온 여성 B씨가 마음에 들어 만남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하면 보통 그 시점에서 끝난다. 그렇지만 빅데이터는 이때부터 A씨가 선호하는 유형의 여성에 관한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면서 분석한다. 바로 타인의 행동 이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먼저 이용자 중 A 씨와 여성 선호유형이 비슷한 남성을 찾아 그룹화한다. 그리고 이들이  과거에 만남을 신청한 여성들이 추출되고, 이 중에서 A 씨의 선호유형이 먼저 추천된다. 동시에 이들 여성 그룹과 선호 남성 유형이 비슷한 다른 여성 그룹이 추출된다. 그중에서 먼저 A 씨와 선호 유형이 비슷한 남성그룹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선택된다.


6년 만에 800쌍 가깝게 성혼시켜  
에히메 현 결혼지원센터의 성혼 커플은 2017년 3월 말 789쌍으로 커플 성립 건수만으로도 1만 1033쌍에 이른다. 일본의 28개 지방단체는 에히메 방식을 활용해 결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에히메 현 결혼지원센터의 성혼 커플은 2017년 3월 말 789쌍으로 커플 성립 건수만으로도 1만 1033쌍에 이른다. 일본의 28개 지방단체는 에히메 방식을 활용해 결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렇게 에히메 현 결혼지원센터의 빅데이터는 커플 매니저로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성혼 커플은 2017년 3월 말 789쌍에 달한다. 커플 성립 건수만으로도 1만 1033쌍에 이른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높은 커플 성립 실적 때문에 전국적으로 ‘에히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28개 지방단체는 에히메 방식을 시찰 방문한 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혼남녀의 결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에히메 결혼지원센터는 2011년부터 ‘일대일 만남 사업의 IT화’에 착수했다. IT를 활용한 배경은 지역 특성과 부족한 재원 때문이었다. 에히메 현은 섬이 많은 지역이고 총면적은 동경의 2배지만, 인구밀도는 동경의 26분의 1수준이다. 지역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만남이 어렵다. 멀리 사는 남녀를 검색 후보로 요청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났다.
 
또한 인구가 많은 지역과 달리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결혼지원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 결혼지원센터는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낮은 비용을 고려해 초기 투자가 있더라도 운영비용이 적은 IT화에 착수했다.
 
에히메 현이 다른 지역보다 적극적인 미혼화 대책을 서두른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소규모 사업장이 90% 넘는 지역 특성상 직장에서 남녀 간 자연스러운 만남이 곤란하다. 매년 18세 이상의 남녀가 대학진학과 취업을 위해 대도시로 이동하여 젊은 세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6년에는 전 연령층에 걸쳐 1만명 이상이 도쿄(2498명), 오사카(2312명), 가가와 현(2207명), 히로시마 현(1862), 효고 현(1353명)으로 이동했다. 젊은 세대의 인구가 줄어드니 결혼 상대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많은 사업주가 결혼 못 한 후계자 문제로 인한 경영불안을 호소한다.
 
지역의 젊은 세대가 줄어들고 미혼자가 늘어나는 것은 지역의 존립을 위협한다. 결혼을 자기 책임으로 돌릴 수 없으니 국가가 나서 결혼 지원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농가에 사는 남성은 주위에 고령자밖에 없어 젊은 여성과 몇 년간 대화한 적도 없다. 공장에서 일하는 남성은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결혼 상대를 만날 시간도 없다.

 
젊은 세대의 결혼문제에 국가가 개입해야  
결혼은 혼자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에히메 현 결혼지원센터는 전통적인 결혼 지원 기능을 대신해 국가가 결혼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한다. [중앙포토]

결혼은 혼자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에히메 현 결혼지원센터는 전통적인 결혼 지원 기능을 대신해 국가가 결혼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한다. [중앙포토]

 
에히메 현 결혼지원센터는 결혼을 원하는 젊은 세대에게 국가로서 이러한 사회적 걸림돌을 제거해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혼자만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기에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결혼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던 가족과 지역, 직장의 결혼 지원 기능도 사라져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통적인 결혼 지원 기능을 대신해 국가가 결혼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한다.
 
현재 에히메 현 외에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결혼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혼화와 만혼화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지역은 결혼지원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지방자치단체의 약 66%가 결혼지원사업을 했지만,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역마다 결혼지원사업의 예산 규모가 다르고 지역적 특성을 살려 결혼지원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히메 현 외에도 효고 현의 결혼지원사업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효고 현은 ‘황새모임’과 ‘만남 서포트’라는 결혼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황새모임은 지역의 농어촌에 사는 남성과 도시 여성과 만남의 장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1999년대에 농어촌의 풍요로운 자연환경에서 살고 싶은 남녀의 만남을 지원하는 첫 사업으로 전국의 화제가 되었다.
 
만남 지원 사업은 저출산 대책으로서 일이 바빠 만날 기회가 없는 독신 남녀의 새로운 만남을 중개한다. 두 사업에서 커플 성사 비율은 각각 18%, 27%였다.
 
효고 현은 결혼지원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2011년부터 결연 프로젝트 사업을 실시하고, 지역 만남 서포트 센터(10곳)에서 독신 남녀의 일대일 만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등록비(5000엔)를 내면 상대 프로필을 검색하고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효고 현은 독심 남녀의 일대일 만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일반적인 파티형식, 요리교실, 스포츠 관람 등을 통해 만남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사진은 한 결혼정보회사 행사에서 젊은이들이 단체 요가 미팅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효고 현은 독심 남녀의 일대일 만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일반적인 파티형식, 요리교실, 스포츠 관람 등을 통해 만남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사진은 한 결혼정보회사 행사에서 젊은이들이 단체 요가 미팅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4년 말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403 커플이 탄생했다. 독신 남녀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이벤트도 제공한다.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일반적인 파티형식, 요리교실, 스포츠 관람 등을 통해 만남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독신 남녀의 만남을 홍보하는 600명의 대사를 두고 사업을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남녀교제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매너를 가르치는 강좌를 개설했다. 결혼관과 가족관을 심어주고 이른 단계에서 생애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대학생 대상의 생애 설계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효고 현의 결혼 지원 대책으로 2015년까지 성혼 건수는 1000 커플을 돌파했다. 
 
결혼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펴는 지자체들 
결혼지원사업은 예산을 투입한 중대한 국가정책이라는 점에서 성과를 내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성과를 내는 사업구축 방법, 과제의 노하우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지방단체도 많다. 이러한 지방단체의 결혼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단체도 만들어졌다. ‘사단법인 결혼 혼활지원프로젝트’는 지방단체가 추진하는 결혼지원사업을 7가지 상황으로 분류하고, 각 지방단체의 상황에 맞춰 제휴회사를 선발해 상담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결혼지원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유 연애 시대에 국가가 나서서 결혼을 지원하는 것은 결혼이 좋다는 낡은 가치관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의 지자체는 결혼지원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원하는 상대를 찾아 서로 행복을 느끼며 살도록 도와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임이라는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의 미혼화·만혼화는 직접적인 저출산의 원인이며, 국가의 장래 지속적인 번영을 보장하는 중대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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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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