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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사고 겪고도, 산사태 관할은 위·아래 따로따로

중앙선데이 2018.10.06 00:23 604호 5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북상하면서 6일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태풍이 몰고 온 호우로 인해 지반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림청은 산사태주의보를 발령했다. 산사태 발생 위험이 있는 지역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피하도록 유도한다. 자칫 산에서 쏟아내린 흙더미가 집을 덮쳐 매몰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태풍 콩레이 북상, 산사태 주의보
우면산·청주·천안 등 사고 현장
암반 위 토사 무게 못 견뎌 우르르

산은 산림청, 아래는 지자체 관할
“산 밑 건물엔 2m 옹벽 의무화해야”

한반도의 70%가 산악지역이므로 태풍이 온 뒤 이 같은 산사태는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산의 지형적 특성도 태풍 이후 산사태 발생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다. 국내 대부분 산의 지표면엔 1~2m 두께의 얇은 토사가 분포하고, 바로 그 밑에는 비교적 단단한 암석이 있다. 호우가 오면 물을 잔뜩 머금은 흙과 바위가 무게를 못 이겨 산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토석류, 물길로 안 가고 집 등으로 직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7월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다. 이에 앞서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가 닥쳤을 때 당시 폭우로 우면산 곳곳이 무너져내렸고, 토석류(토석이 물과 함께 하류로 세차게 밀려 떠내려가는 현상)가 발생해 차량 한 대가 매몰됐으나 이때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곤파스가 온 다음 산사태는 10개월 뒤 16명 사망, 51명 부상이란 피해를 낸 우면산 산사태의 전조였다. 결국은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이런 신호를 무시했다가 2011년 우면산 일대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난 것이다. 토석류가 경사면을 타고 산 위에서 아래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남부순환도로와 아파트를 덮쳤다.
 
유사한 산사태는 규모의 차이일 뿐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산사태, 같은 날 충남 천안의 한국전력거래소 중부지사 산사태, 올해 8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의정부 방향 노고산 2터널 입구 산사태는 발생 원인과 과정 등에서 아주 흡사하다. 경사면을 타고 토석류가 발생해 아래의 집, 전력거래소, 터널 옆 도로를 덮친 것이다. 세 곳 모두 산림청이 분류한 산사태 위험지역은 아니었으며 집·관제실·터널 옆엔 계곡이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현장을 모두 방문해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토석류는 계곡을 따라 물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집 등으로 직진했다. 그리고 토석류가 지나가면서 주변 나무를 뽑아내거나 훑고 지나갔는데 이때 나무 기둥에 생긴 긁힘의 높이가 1~2m 정도였다. 이 교수는 “산 밑에 있는 암석을 이불처럼 1~2m 덮고 있는 토사가 많은 물을 머금은 뒤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쏟아져 내린 현상”이라며 “하중이 나가는 토석류가 방향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아래로 직진한 것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는 청주의 집 두 곳에서 났지만 재산 피해는 천안의 전력거래소 중부지사(약 300억원)가 컸다. 전산시스템(EMS)이 있던 관제실이 토사로 덮였다.
 
산 밑에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 인허가는 지방자치단체가 내준다. 산을 뚫어 터널을 내는 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한다. 그런데 산은 산림청이 관할한다. 피해가 난 지역은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 지역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아 산 아래에선 지자체가 산사태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 허가를 내줬고, 도로공사는 공사를 한 것이다.  
 
이처럼 토석류의 시작은 산이지만 그 피해는 아래에 있는 사람과 건물이 본다. 산과 산 아래 집·건물·시설물은 소유와 관할로 나뉘어 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직후에도 관할 문제가 발생했다. 산림청은 집중호우가 내리자 각 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에게 문자로 산사태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서초구청이 이를 못 받아 주민에게 경보를 발령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고산 2터널의 경우 산사태가 시작된 산 위쪽은 개인 땅이다. 도로공사 관할 구역과 개인 땅의 경계에는 철조망으로 쳐져 있을 뿐 도로공사도 쏟아진 토사를 치우고 도로를 서둘러 개통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교수는 “상부와 하부의 관리자가 다르므로 상부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하부에서는 알지 못하다 산사태 피해를 본다. 우리는 이처럼 관할로 나뉘어 있지만 산사태는 관할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린 관할 나누지만 산사태는 관할 없어”
 
전국적으로 인위적인 산사태(절개지·석축·옹벽 붕괴)가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큰비가 오면 산사태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절개지·옹벽·석축 등은 100만 개로 추산된다. 역대 정부가 아파트 공급을 위해 야금야금 산을 파고들면서 산 밑에선 마구잡이 개발이 벌어져 그 숫자는 더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사고는 산림청이 분류한 위험 지역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청주 등 산사태 지역의 경사면 각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산사태 위험 지역이 아니어서 지자체가 건축 심의 등을 할 때 산사태를 먼저 고민하긴 어렵다. 게다가 민간 건설업자가 공사장 터파기를 하는 과정에서 주변 건물에 균열이 발생해 피해자들이 구청에 하소연해도 구청은 민간공사라고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피해자는 소송을 해도 피해 발생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기 힘들어 패소한다.
 
그렇다면 그냥 당해야 할까. 이 교수는 “현장에 가보면 대비책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큰 피해를 본 천안 전력거래소에서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 있다. 2m 정도 높이의 콘크리트로 된 환풍기 시설물 뒤편 본관이다. 이 시설물이 토석류 침투를 우연히 막은 것이다. 청주 산사태 당시 두 명이 사망한 집의 경우 산과 집 사이에 2m 이내 높이의 구조물만 있었어도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우리 행정의 특성상 관리 부처가 다르면 협의가 안 된다. 그렇다면 산 바로 밑에서 지어지는 건물은 약 2m 높이의 옹벽구조물 또는 1층은 기둥만 세워두는 필로티(Piloti) 구조물을 설치해 산사태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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