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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달고 온다던 일본, '독도함 경례'에 결국 손 들었다

중앙일보 2018.10.05 16:49
제주 관함식 욱일기 고집하던 일본, 독도함 사열 가능성에 결국 '불참'
 
 
일본 해상자위대가 오는 10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함정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국 정부가 욱일기 게양을 저지하려는 데 차라리 불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에 게양된 욱일기. [연합뉴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에 게양된 욱일기. [연합뉴스]

 
해군은 5일 “일본이 ‘해상자위대기(욱일기)를 자국기와 태극기와 함께 게양하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번 관함식에 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우리가 통보한 원칙과 맞지 않아 결국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 8월 31일 일본 등 참가국에 “해상사열 함정 마스트(돛대)에 자국기와 태극기 외에 다른 상징은 게양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해군 관계자는 “이 원칙을 국방부 장관은 주한 일본대사에게, 해군참모총장은 일본 해군막료장에게 각각 전했다”며 “그러나 일본이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은 관함식 행사 중 하나인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에는 대표단을 파견한다. 해군 관계자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참가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이 양국 해군의 발전적 관계 유지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불참은 한국 정부의 압박 전략 결과로 풀이된다. 좌승함(사열을 받는 주최 측의 선봉 함정)을 '독도함'으로 변경하는 방안까지 정부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되자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오전까지 일본이 욱일기 게양을 고집할 경우 좌승함을 독도함으로 변경해 발표하는 방안을 우선순위로 놓고 있었다”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당·정·청 회의에서도 논의가 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좌승함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군 주요 인사가 탑승한다. 이번 관함식의 해상사열은 한국을 비롯 15개 참가국의 함정이 이동하면서 이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좌승함에 경례를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형 상륙함 독도함. [사진제공=해군본부]

대형 상륙함 독도함. [사진제공=해군본부]

 
당초 계획대로라면 좌승함인 일출봉함이 시승함인 천자봉함과 독도함을 이끌지만 독도함이 좌승함이 되면 일출봉함과 천자봉함이 그 뒤를 따른다. 이 경우 일본 자위대는 ‘독도’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선두 함정에 경례를 올리며 사열을 받아야 한다. 독도가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는 일본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외교 관례상 이미 초청장을 보내 일방적인 참가 불허가 쉽지 않은 만큼 일본 스스로 결단하게 한다는 의도였다.  
 
결국 일본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전해 듣고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이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 같다”며 “좌승함 변경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 일본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이날 “지극히 유감”이라며 “자위함기(욱일기) 게양은 쇼와 30년(1955년)부터 반세기 이상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처음에는 마스트에 자국기와 태극기를 달아달라고 요구하더니 지난 3일 함수, 함미에 표식을 달지 말라는 요구를 추가했다”며 “자위함기는 국제법상에서도 인정되는 외부 표식이고 함미에 게양하는 건 국내법령에서도 의무”라고 강조했다.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한국 합참의장격)이 지난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상자위관에게 자위함기는 자랑이다. 자위함기를 내리고 갈 일은 절대 없다”며 “자위함기는 법률상ㆍ규칙상 게양하게 돼 있다”고 반발해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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