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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빵점인 한국의 영어교육 뜯어고치겠다"

중앙일보 2018.10.05 11:00
[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31) 
영어공부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고 전국을 돌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큰소리치는 영어교육회사 대표가 있다. 2015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52회 세미나를 열었다. 평균 200명 이상이 참석한다고 하니 벌써 1만명 이상이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 셈이다. 특이한 점은 세미나의 대상이 학생이나 직장인이 아니라 유·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주로 엄마라는 것이다. ㈜아이포트폴리오의 김성윤(46)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해외에서 번 돈으로 국내 영어교육을 개혁하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김성윤 (주)아이포트폴리오 대표. [사진 김성윤 제공]

해외에서 번 돈으로 국내 영어교육을 개혁하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김성윤 (주)아이포트폴리오 대표. [사진 김성윤 제공]

 
설립 7년만에 매출 40억원 영어교육회사로 키워 
7년 전 직원 4명이 다락방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해 직원 28명 , 매출 40억원의 회사로 키워낸 것도 대단한데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세미나에서 “저희 서비스 이용하지 않아도 좋으니 지금 시키고 있는 영어공부부터 당장 그만두세요!”라며 당당하게 큰소리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먼저 영어교육회사 대표인데, 영어를 잘합니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과 회의하고 비즈니스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으니까 잘한다고 할 수 있겠죠.
 
언제부터 영어를 그렇게 잘하게 된 건가요. 외국에서 태어났나요.
군인인 아버지가 필리핀에서 근무할 때 초등학교 2~5학년을 국제학교에서 다녔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아버지가 한국 TV 방송을 가급적 못 보게 했죠. AFKN을 보고 영어책도 많이 읽었지요. 이후에는 입시공부를 하느라 영어 실력이 조금 줄기도 했지만 외국계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다시 회복되었어요.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국을 돌며 개최하고 있는 영어교육 세미나 전경. 52회 누적 1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사진 김성윤 제공]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국을 돌며 개최하고 있는 영어교육 세미나 전경. 52회 누적 1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사진 김성윤 제공]

 
영어교육회사를 창업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IT기업의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결정적이었어요. 중국이 한국인을 은근히 무시하는데 영어를 잘하니까 대우해 주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영어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데도 영어를 잘 못하잖아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저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영어학습서를 한 권 썼어요. 『Guessing Game』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 영어교육 사업을 하자고 마음을 먹게 된 거죠.
 
한국으로 돌아와 바로 창업을 했나요.
아니에요. 먼저 친구가 운영하던 교육용 소프트웨어 제작회사에 합류했어요. ‘대학입학사정관제’를 겨냥해 ‘아이들의 재능, 특기, 능력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를 미리미리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그 프로그램 이름이 ‘아이포트폴리오’였어요.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그 기회에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한 겁니다. 제품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정해 지금의 ‘아이포트폴리오’까지 왔네요.

저 혼자 창업했더라면 금방 망했을 텐데 같이 창업한 이종환 부사장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당시 경영컨설턴트로 잘 나가고 있던 후배였습니다. ‘한국 영어교육을 같이 개혁해 보자’는 저의 유혹에 넘어와 고생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지요.
 
잘나가는 경영컨설턴트를 그만두고 영어교육 개혁에 뜻을 같이 한 공동창업자 이종환 부사장(우)과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 앞에서. [사진 김성윤 제공]

잘나가는 경영컨설턴트를 그만두고 영어교육 개혁에 뜻을 같이 한 공동창업자 이종환 부사장(우)과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 앞에서. [사진 김성윤 제공]

 
우리 영어교육에 어떤 문제점을 느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겁니까.
남들이 못 느끼는 문제를 제가 특별히 느낀 것이 아니에요. 시험 위주, 점수 위주의 영어교육을 받다 보니까 재미는 없고 긴장만 되고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저는 다만 해결을 할 수 있다고 확신을 한 거죠. 바로 ‘영어독서’ 위주의 교육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문법과 단어 암기 위주가 아닌 리딩을 중심으로 한 영어식 사고력 훈련이 우선돼야 영어를 자유롭게 말하고 듣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처음에 사업아이템은 어떻게 결정했습니까. 쉽지 않았을 텐데. 
우회 전략을 택했습니다. 일단 그동안 교육용 소프트웨어 만들며 쌓은 경험과 기술력으로 디지털 교과서, 전자책 플랫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콘텐츠보다 플랫폼 기술력을 우선 쌓으면서 돈을 벌자는 생각이었지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기술력을 알리고 국내 출판사들의 전자책을 외주제작해 주면서 어려움을 버텨 나갔습니다.
 
함께 대한민국 영어교육 개혁을 이뤄나가고 있는 아이포트폴리오 직원들. [사진 김성윤 제공]

함께 대한민국 영어교육 개혁을 이뤄나가고 있는 아이포트폴리오 직원들. [사진 김성윤 제공]

 
이미 전자책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는 국내외 여럿 있지 않았나요. 인력과 자본에 한계가 있는 작은 신생회사가 어떻게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었는지.
운이 좋았어요. 세계 최대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참여했는데, 500년이 넘은 세계 최고의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와 계약을 맺게 됐어요. 처음부터 저희 회사의 실력이 인정받은 것은 아니고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이전에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투자한 출판사에서 저희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옥스퍼드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봐요. 궁금했는데 직접 보니까 책 넘기는 느낌도 좋고, 속도도 빠르고, 오디오 재생도 잘 되고 만족스러워했죠. 그렇다고 바로 계약을 한 것은 아니고 제안 입찰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정도였어요.

이후 경쟁사들은 몇 개월 걸리는 기술을 이틀 만에 만들어 보내는 실력을 보여주고, 10개 학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치는 등 미국과 영국의 쟁쟁한 회사들과 길고 어려운 경쟁을 통과해 계약을 따냈습니다. 500년이 넘는 역사와 1조 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자랑하는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와 설립 1년 된 신생 벤처회사가 이익을 쉐어하는 내용으로 거의 독점적인 계약을 맺은 겁니다. 기적이었죠.
 
아이포트폴리오의 브랜드 '스핀들북스'를 달고 62개국 135만명에게 공급되고 있는 옥스퍼드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사진 김성윤 제공]

아이포트폴리오의 브랜드 '스핀들북스'를 달고 62개국 135만명에게 공급되고 있는 옥스퍼드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사진 김성윤 제공]

 
좋은 계약이기는 한데 외국 대학 출판부에 플랫폼을 제작해 공급하는 것과 국내 영어교육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우회 전략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세계 최고의 영어교재가 저희 플랫폼에 얹혀져 ‘스핀들북스(Spindle Books)’라는 솔루션 브랜드명을 달고 세계 62개국 135만 명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콘텐츠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해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게 해 주면 됩니다.

교육방송 EBS와 손을 잡고 ‘EBS리딩클럽(Reading Club)’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옥스퍼드, EBS, 아이포트폴리오가 3자 제휴를 한 것이죠. 말씀드린 것처럼 ‘영어독서’를 체계적으로 심화 학습함으로써 자유로운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세계 최고의 옥스퍼드 영어교재를 정가의 20%도 안 되는 비용으로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해외 사업은 옥스퍼드와의 계약으로, 국내 사업은 리딩클럽을 통한 영어교육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군요. 성과가 궁금합니다.
좋은 계약은 했지만 초기 5년 동안은 고생했지요. 이제 한숨 돌리고 성장의 전환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회사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지요. 1년 전부터 매출이 두 배씩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매출은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고요.

리딩클럽은 전국을 돌며 학부모 대상 무료세미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52회 실시했는데, 평균 200명 정도 오시니까 1만명 넘게 들으셨네요. 보통 세미나가 끝나면 제품을 파는 것이 목적인데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직 “지금처럼 영어공부시키면 안 된다. 해외에서 돈 벌어서 국내 영어교육을 바꾸겠다”는 내용으로 목이 쉬도록 외치고 있습니다.
 
1년 간의 경쟁 끝에 따낸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와의 계약 체결식. [사진 김성윤 제공]

1년 간의 경쟁 끝에 따낸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와의 계약 체결식. [사진 김성윤 제공]

 
다소 낭만적으로 들리는데요. 앞으로의 꿈은 무엇입니까.
무모한 시도였고 운이 좋았다는 점 인정합니다. 그만큼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약속드리고요. 저와 회사의 꿈은 한 마디로 ‘실제로 효과적인 영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정부나 사교육 업체보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경받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의 눈치를 보며 돈 버는 데 도움이 되는 말만 해서는 안 됩니다. 시장에 끌려가지 않고 쓴소리도 마다 않으며 해외에서 열심히 돈 벌어올 겁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과 격려 많이 해 주세요. 쓴소리도 환영입니다.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 저자 jycy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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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이상원 중앙일보 사업개발팀장 필진

[이상원의 소소리더십]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나며 성공보다 성장이 행복의 열쇠임을 알았다. 소탈한 사람들의 소박한 성공 스토리 속에서 그들의 성장을 이끈 소소한 리더십을 발견해서 알리는 보람을 즐긴다. “애송이(이탈리아어로 ‘밤비노’)들의 성장을 돕는다”라는 비전으로 ‘밤비노컴퍼니’를 운영 중이다. ‘몸을 바꾸려고 했는데 인생이 바뀐’ 성장스토리를 담은 『몸이 전부다』를 출간(2017년)했다. 학교, 군부대, 기업 등에서 ‘성장의 기회와 비결’에 대해 강연을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연습을 통한 실력축적과 함께 생각, 말, 행동 등의 좋은 습관으로 키워지는 셀프이미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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