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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급제 아빠가 셋… 조선시대에도 '맘마미아'

중앙일보 2018.10.05 07:00
[더,오래] 권도영의 구비구비 옛이야기(17)
영화 '맘마미아'의 주연 배우들. 소피의 아버지 찾기로 시작되는 영화 '맘마미아'의 후속 '맘마미아2'가 십 년 만에 제작되어 한국에서 개봉했다. [중앙포토]

영화 '맘마미아'의 주연 배우들. 소피의 아버지 찾기로 시작되는 영화 '맘마미아'의 후속 '맘마미아2'가 십 년 만에 제작되어 한국에서 개봉했다. [중앙포토]

 
결혼식장에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소피의 아버지 찾기로 시작되는 유쾌한 영화 '맘마미아'. 후속편이 십 년 만에 제작되어 한국에서도 개봉하였다. 
 
소피는 엄마의 옛 일기장에서 우연히 출생의 비밀을 발견하였다. 자신에게 아버지 후보가 셋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소피는 세 명 모두를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였고, 불려온 남자 셋은 서로 자기가 진짜 아버지라고 우기기 시작하였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결국 소피의 아버지 찾기는 실패하였다. 엄마 도나가 비슷한 시기에 그 세 명과 모두 뜨거운 밤을 보냈기에 누가 소피의 아버지인지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 후보 셋은 모두 함께 소피를 딸로 받아들였다. 소피도 후보 셋을 모두 자신의 아버지로 받아들였고, 소피의 결혼은 행복한 여행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이번에 개봉한 후속편은 소피가 엄마의 모든 것이 담긴 호텔 재개장 파티를 앞두고 특별한 손님들을 초대하면서 시작한다. 엄마 도나의 찬란했던 추억과 비밀을 마주하는 소피와 함께 관객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경험한다.
 
여름용 가볍고 신나는 뮤지컬 영화이지만 추억은 그저 무작정 아름답기만 한 것이라는 감성팔이에 머물지는 않았기에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영화의 큰 재미 중 하나는 엄마 도나가 남자 셋과 비슷한 시기에 잠자리를 하는 바람에 자식을 낳았어도 누구 자식인지 모르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2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 도나의 추억 속에서 세 남자는 모두 제각각의 매력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었고, 그래서 누구 하나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소피의 아버지 후보 셋. 도나 홀로 소피를 낳아 키웠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소피의 결혼식에 초대된 아버지 후보들은 소동 끝에 모두 소피의 아버지가 되어 주기로 하였다. 이들의 애정은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사진 UPI코리아]

소피의 아버지 후보 셋. 도나 홀로 소피를 낳아 키웠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소피의 결혼식에 초대된 아버지 후보들은 소동 끝에 모두 소피의 아버지가 되어 주기로 하였다. 이들의 애정은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사진 UPI코리아]

 
도나는 홀로 소피를 낳아 키웠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소피의 결혼식 초대로 인해 그런 상황을 알게 된 남자 셋은 소동 끝에 셋 모두 소피의 아버지가 되어 주기로 하였다. 소피 역시 세 아버지를 모두 무척 사랑하게 되었고, 이들의 애정은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아비도 모르는 자식’은 평생 놀림감이었기에, 이런 이야기를 실컷 즐겁게 감상하고 나서는 잠깐 멈칫하게 되기도 한다. 많은 영웅 이야기들이 아버지 찾기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의 전통도 있는바, ‘아버지 찾기’가 이렇게도 유쾌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운 것이다.


세 아버지 성을 한데 모아 새로운 성씨가 만들어지다
그런데 우리 민담 중에도 세 아버지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잠깐 들여다보자. 예전에 세 친구가 함께 과거를 보러 서울에 갔다. 숙소를 정한 후에 한 친구가 밤에 동네 구경을 나왔다가 복숭아 꽃이 빨갛게 핀 집에 여자가 혼자 있기에 들어가서 물을 얻어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자와 잠자리를 하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도 각자 밤거리를 구경하러 나왔다가 시차를 두고 그 여자와 밤을 보냈다.
 
세 친구는 모두 과거에 낙방하여 고향에 돌아왔는데, 칠 년 후에 다시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예전 그 숙소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일곱 살 먹은 아이가 들어오더니 자기 아버지를 찾는다고 하였다. 세 친구가 아이에게 어디에 사는 누구냐고 물으니 이름은 없고 자기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다고 대답하였다.
 
세 친구가 함께 과거를 보러 서울에 갔다가 복숭아 꽃이 빨갛게 핀 집에 사는 여자와 시간차를 두고 세 친구 모두 그 여자와 밤을 보내게 되었다. 칠년 후 다시 찾은 숙소에서 일곱살 먹은 아이가 들어오더니 자기 아버지를 찾는다고 했다. [중앙포토]

세 친구가 함께 과거를 보러 서울에 갔다가 복숭아 꽃이 빨갛게 핀 집에 사는 여자와 시간차를 두고 세 친구 모두 그 여자와 밤을 보내게 되었다. 칠년 후 다시 찾은 숙소에서 일곱살 먹은 아이가 들어오더니 자기 아버지를 찾는다고 했다. [중앙포토]

 
세 친구 중 하나는 고 씨였는데, 고씨가 먼저 아마도 이 아이는 자기 아들일지도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칠 년 전 그날 밤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나머지 두 친구, 이 씨, 정 씨도 그날 밤 그 집에서 여자와 동침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고심하던 세 친구는 이 아이가 셋 중 누구의 아들인지 알 수 없으니 세 사람의 성을 모아 이름을 지어주자고 하였다.
 
고(高), 이(李), 정(鄭)자를 모아 곽(郭) 씨라고 성을 정하고, 성이 셋이니 이름을 성삼(成三)으로 하였다. 그렇게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나서, 과거를 보러 간 세 친구는 급제하여 잘살았다. 한자의 모양새를 가지고 장난치며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 글에서 특정 성씨에 대한 관점에 초점을 맞출 생각은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로 짐작되는 이는 있으나 누구인지 특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세 친구가 보인 태도이다.


내 핏줄은 내가 책임진다
'맘마미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잠자리하였기에 아버지를 분명하게 가를 수 없게 되자 세 남자가 모두 1/3의 지분을 주장하면서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고 하였다. 곽 씨의 유래가 되었다는 위 이야기에서도 세 친구가 과거 기억을 떠올려 보니 모두 같은 날 같은 여자와 잠자리를 하였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 자리에서 세 친구는 자신들의 성에서 한 부분씩을 따서 새로운 성씨를 만들어 주었다.
 
'맘마미아'의 세 남자가 1/3의 지분을 주장한 것과 동일한 상황이다. 그 덕에 아이는 자기 아버지를 찾으려고 했던 문제를 해결했고 더불어 새로운 성과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세 친구가 칠 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과거에 급제하게 된 것도 물론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더 한 덕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논리에서는 이들의 이야기가 부정적인 결말을 갖기 힘든 것이다.
 
도나의 세 남자나 과거 보러 가던 세 친구는 도나와 복숭아나무집 여성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헤어졌다. 그 덕에 ‘싸튀충’으로 몰리지는 않을 듯하다. 오히려 상황을 알고 난 뒤에는 오래전 과거 일이지만 책임을 지고자 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마닐라 앙헬레스 코피노 지원센터. 최근 들어 문제가 되는 '코피노' 아이들이다. 소중한 생명을 만들어 놓고 우리보다 조금 못 사는 나라라는 인식에 그들을 조금은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말도 안 되는 우월감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중앙포토]

필리핀 마닐라 앙헬레스 코피노 지원센터. 최근 들어 문제가 되는 '코피노' 아이들이다. 소중한 생명을 만들어 놓고 우리보다 조금 못 사는 나라라는 인식에 그들을 조금은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말도 안 되는 우월감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중앙포토]

 
최근 들어 새삼스럽게 문제 되는 상황이 ‘코피노(Kopino)'이다. “필리핀 여자들, 아이 낳으면 저희가 알아서 잘만 키우더라.” 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한국 남성들이 그런 생각으로 그렇게 세상에 싸질러 놓은 아이들이 코피노이다. 필리핀에 어학연수나 성매수관광 등을 목적으로 하여 가서 함부로 몸을 굴린 남자들은, 아이의 아버지라도 찾아주려는 필리핀 여성들을 ‘돈에 환장한 년’으로 몰아가면서 이 일로 자신이 직장에서 잘릴 일만 걱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남성 중엔 버젓한 가정을 가진 이들도 부지기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라는 말이 이처럼 꼭 들어맞는 경우도 없다. 여자 보기를 형편없이 하는 한국 남성들의 대단한 자존심은 우리보다 못 살고, 못 생기고, 못 배운 여성들에 대해서는 더욱 가차 없이 잔인해진다.
 
싸튀충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강한 어감은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낙태충에 대한 미러링으로 등장한 이 말에서 오히려 더욱 강한 여성혐오가 배어 나온다.
 
어쨌거나 소중한 생명을 이 세상에 탄생시키는 일이다. 싸고 튄다는 식의 발상 자체가 가능하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도리로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에 속한다. 짐승 새끼도 길바닥에서 떨고 있으면 따뜻한 집 안으로 들여 우유 한 방울이라도 먹여 보려 애쓰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무심코 집 안 화분에 뱉어 놓은 수박씨가 싹을 틔우는 것을 보고 세상 신기하다며 생명의 신비를 논하기도 했던 영혼들이, 싸기는 했지만 키우기는 여자들이 알아서 키우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며 돌변하는 것이다.
 
과거 보러 가던 세 친구가 집 떠나 서울까지 온 김에 흥에 겨워 잠시 하룻밤 불장난을 할 수도 있다고 치자. 어학연수나 해외파견 업무로 집 떠나 외국에 온 김에 밤거리를 구경할 수도 있고, 유흥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야 당연할 수 있다.
 
여성이 처한 사회적 조건과는 상관없이 어떠 한 경우에도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만약 출산까지 이어졌다면 이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남성도 분명하게 책임지는 것이 태어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사진 pixabay]

여성이 처한 사회적 조건과는 상관없이 어떠 한 경우에도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만약 출산까지 이어졌다면 이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남성도 분명하게 책임지는 것이 태어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사진 pixabay]

 
그러나 그 일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태도는 마치 예전 미군 부대 병사들이 부대 근처 술집, 다방 여자들과 살을 섞고 마음마저 섞여 진한 인연을 맺었다가도 나라의 부르심을 받으면 그저 제 나라로 빠져나가기 바빴던 것과도 같다. 이런 문제는 여성들에 대한 가벼운 인식에, 우리보다 못한 나라라는, 그래서 조금은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말도 안 되는 우월감마저 작용하여 발생한다.
 
여성의 몸은, 그 여성이 처한 사회적 조건과는 상관없이 어떠한 경우에도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만약 성관계로 인해 출산까지 이어졌다면 이에 대해 원인을 제공한 남성 입장에서도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아이를 낳았으니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결혼하지 않더라도 그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여성이 마음을 먹었으면 아이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그 정도 책임은 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인연을 맺었던 여성에 대한, 그 여성에게서 태어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권도영 건국대학교 서사와문학치료연구소 초빙교수 irh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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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영 권도영 건국대학교 서사와문학치료연구소 필진

[권도영의 구비구비 옛이야기] 우리 옛이야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신화, 전설, 민담에는 현대에도 적용 가능한 인간관계의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은 어느 무엇보다도 우리를 지치게 한다. 나 하나를 둘러싼 인간관계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의 갈등을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옛이야기이다. 우리 옛이야기를 통해 내 안에 숨어 있는 치유의 힘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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