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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한국선 사교육 취급 … 공교육은 정부 일괄 보급품만 써”

중앙일보 2018.10.05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교실의 종말 <하> 
“한국에서 에듀테크는 그저 사교육 중 하나로 취급됩니다. 선진국은 교육에 기술의 날개를 달고 멀찌감치 날고 있는데 말이죠.”
 

전문가 “에듀테크 도입 시급
학교에 교육 자율성 더 줘야”

에듀테크는 교육과 미래기술의 결합을 일컫는 신조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의 한 기업 관계자는 한국의 에듀테크 현실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지금처럼 학교가 에듀테크에 눈을 뜨지 못한다면 조만간 우리는 교육 후진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정보통신 인프라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이 둘을 결합한 에듀테크만 유독 홀대당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나친 통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인공지능(AI) 수학교육 플랫폼 노리의 김용재 공동대표는 “한국에선 국가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에듀테크가 공교육 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미국 학교는 민간의 좋은 서비스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선택해 쓸 수 있지만 한국에선 정부가 일괄적으로 보급하는 것만 쓴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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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미국·영국 등 에듀테크에서 앞선 나라들의 공통점은 개별 학교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된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과정 편성권이나 자율성이 높은 사립학교는 공교육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교육 현장에 기술을 적극 도입한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미래교육기획실장은 “영국에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과감하게 예산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학교 대부분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짜놓은 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김 실장은 “한국에선 교육과정뿐 아니라 학교가 가진 예산 편성의 자율권이 적고 그런 예산 자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장은 “학교 단위로 에듀테크 관련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채택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앙일보가 교사와 기업인 등 전문가 57명에게 물어 보니 79%가 ‘에듀테크 도입이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가장 시급한 분야(복수 응답)는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별 맞춤 학습 플랫폼 구축’(75.4%)이 꼽혔다.  
 
칸아카데미처럼 학생별로 학습정보를 만들어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무크 등 오픈소스 동영상 강의 활성화’(33.3%), ‘홀로그램·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시청각 디지털 디바이스 활용’(22.8%) 등이 뒤를 이었다.
 
에듀테크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복수응답)으로는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 확대’(59.6%), ‘인프라 등 설비 투자’(56.1%), ‘교육부 등 정부의 의지’(43.9%), ‘교사의 개선 노력’(38.6%), ‘학부모 등의 의식 변화’(22.8%) 등이 꼽혔다.
 
◆ 특별취재팀=성시윤·윤석만·박해리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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