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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또다시 은행털이 나서다"

중앙선데이 2018.10.04 17:28
장편소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의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3일 입국했다. [사진 열린책들]

장편소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의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3일 입국했다. [사진 열린책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펴낸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열린책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죽음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년. 스웨덴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가 우울한 노년을 위로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강도단을 조직해 은행을 털게 하고, 78세·79세 남녀가 언제 결혼할 것인지를 두고 티격태격하게 한다. 이 작가의 소설 세계에 철 드는 일 같은 건 없다. 노인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힘을 얻고, 젊은 층은 한 번이라도 따스한 시선으로 노년을 바라보게 될 것 같다. 막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노인 주인공 시리즈의 세 번째 장편소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얘기다.
 스웨덴 노인 소설의 공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같은 작품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아치운 '프레데터' 요나손 등에 비하면 잉엘만순드베리 소설은 시리즈 세 권 합쳐 200만 부 수준이라니까 온건한 초식동물 혹은 '중박' 수준. 7일까지 홍대 앞에서 열리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 초청돼 한국을 찾은 작가를 4일 만났다. 소설 속 메르타보다 아홉 살 아래인 만 칠순이지만 메르타처럼 유쾌한 할머니 작가였다. "내 소설이 웃겨 쓰는 내내 웃었다"고 했다.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웃기는 소설을 쓰는 비결은. 
"어릴 때부터 사람들 웃기는 걸 좋아했다. 사는 게 팍팍하니까 웃고 살자, 아무리 심각한 일에도 웃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이 은행을 털게 하고 싶었는데, 무기를 사용하는 스웨덴 범죄 소설 방식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쓰레기를 진공팔로 빨아들이는 청소차를 써먹기로 했다. 경찰들에게 물어보니 금고실 천장을 뚫는 게 가장 좋다고 하더라. 건물 도면을 들여다보며 은행 건물들의 구조를 샅샅이 조사했다."
 저자는 수중고고학자로 15년간 일했다. 의사 집안 출신으로 부모가 작가가 되는 걸 말렸지만 일간지 기자를 거쳐 42살에 작가가 됐다. 베스트셀러를 쓰기 위해 판매 순위 상위권 책들을 철저히 연구했다고 했다. 
-베스트셀러를 쓰는 비결은 뭐든가. 
"돈을 주면 알려주겠다. 실은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말할 수 없다. (내 소설에 대해 말한다면) 내 소설은 어리게는 일곱 살, 나이 많게는 106살까지 독자가 있다. 흔히 11~14살 남자아이들이 책을 가장 안 읽는다고 하는데 그 친구들도 내 소설은 읽는다고 들었다. 내 소설의 노인들은 은행을 털면서도 친절한 태도를 보여준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누구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소설은 거대한, 뼈 있는 농담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노인들의 은행털이는 제 배 불리자는 게 아니다. 스웨덴은 흔히 복지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전히 궁핍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기 위해서 은행을 턴다는 설정이다. 저자는 그런 면에서 자기 소설이 "일종의 정치 선전물(political phamplet)"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노인 요양시설 예산이 크게 줄어, 하루 세 끼 식사, 1시간 외출, 각종 워크숍 기회를 보장하는 감옥보다 못한 곳으로 전락했는데 그런 현실에 화가 나 소설로 썼다고 했다. 소설이 출간되자 정부 관계자가 "실제 노인 현실이 그렇게 좋지 않은가"라고 물어 "소설보다 더 나쁘다"고 답해줬다고 했다. 
-한국도 노인 인구 비중이 높다. 행복하게 노년을 맞는 방법은.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해진다. 주변의 누군가를 아끼고 신경 쓰면 삶이 쉬워진다."
-소설에 노인 로맨스도 나온다.
"아버지가 99세에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데리고 있던 비서와 동거를 시작했다. 비서와 함께한 92세에서 99년까지 7년간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전에 말씀하셨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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