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 떨리는 독후감 발표…PT 연습이 따로 없죠"

중앙일보 2018.10.04 14:49
온라인 사이트 구축, 홍보 대행사 아이파트너즈는 2009년부터 10년째 사내 독서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 직원들인 이수지, 박선영, 김동영, 김성은, 사공희지, 양지영씨(왼쪽부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온라인 사이트 구축, 홍보 대행사 아이파트너즈는 2009년부터 10년째 사내 독서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 직원들인 이수지, 박선영, 김동영, 김성은, 사공희지, 양지영씨(왼쪽부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책 읽는 마을 12회 - 온라인 광고 대행사 아이파트너즈 
 
기업들의 온라인 사이트 구축·홍보 대행사인 아이파트너즈는 업계의 선두주자라고 자부한다. 직원들 면면이나 시장 점유율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깔끔하게 꾸며진 이 회사 홈페이지(www.ipartners.co.kr)에 들어가면 아모레퍼시픽·SK브로드밴드 등 거래 기업들을 알리는 배너들이 첫 화면에 떠오른다. 한데 이질적인 요소가 눈에 띈다. 회사의 독서프로그램인 '북리뷰'를 소개하는 배너다. 창업자인 문준호(52) 대표는 사전 전화 인터뷰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북리뷰는 2009년에 시작해 지난해 100회를 넘긴, 회사의 직원교육 핵심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아이파트너즈 홈페이지 초기 화면. 이 회사의 거래 기업 배너들 사이에 북리뷰 홍보 배너가 있다.

아이파트너즈 홈페이지 초기 화면. 이 회사의 거래 기업 배너들 사이에 북리뷰 홍보 배너가 있다.

 도대체 북리뷰를 어떻게 하길래. 지난달 19일 서울 학동로3길 사옥을 찾았다. 큰 길가에서 주택가 골목길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안팎이 개성적인 모습의 회사 건물이 나타난다. '예술 사옥'으로 한 일간지에 보도된 적도 있는 건물이다. 3층 회의 공간에 들어서자 20명쯤 되는 직원들이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북리뷰 중이다. 4개 조로 나눠 진행하는 모임 중 하나다. 매달 120명 가량이 북리뷰에 참가한다. 이달의 과제 도서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팀 페리스의 신간 자기계발서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직원들은 차례가 돌아오면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운 다음 인상 깊었던 대목, 자기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요령껏 발표한다. 흡사 온라인 광고 계약을 따내는 입찰 현장 같다. 문준호 대표가 직원들의 발표 능력이 절로 길러진다고 했던 게 이 대목이었구나, 싶다. 
서울 학동로 아이파트너즈 사옥.

서울 학동로 아이파트너즈 사옥.

 
 먼저 발표를 끝낸 6명과 따로 마주 앉았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파트너즈 직원이라고 입사 전부터 독서 덕후들은 아니었다. 회사 입사해서 북리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밤잠을 설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부담감 속에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동료들 앞에 섰다. 그러다 보니 발표시간이 점점 덜 부담스러워지고, 회사 안팎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건 물론 책 읽기가 두렵지 않아진다고 했다. 
 온라인 광고 부문에서 일하는 사공희지(31)씨가 그런 경우다. "전에는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는데, 회사 북리뷰가 반드시 책을 다 읽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마음에 와 닿는 문구부터 슬슬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다 읽고 있더라"라고 했다. 
 직원들은 역시 자기 주파수, 필요에 맞춰 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도 마찬가지. 웹 디자이너 박선영(30) 대리는 "포기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책의 평범한 조언이 가늘고 길게 가자는 내 가치관과 맞아 떨어져 인상적이었다"고 했고, 역시 온라인 광고 부문에서 일하는 김성은(31) 대리는 "과연 내가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나, 의구심이 들 때가 많은데, 삶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흘러간다는 책의 구절에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아이파트너즈 문준호 대표.

아이파트너즈 문준호 대표.

 
 문준호 대표는 덩달아 독서경영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고, 꼭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에 메모 습관을 들이고, 실용서를 집중적으로 읽었다고 했다. 『마법의 5년』 등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책으로 쓴 저자이기도 하다. 2002년 창업 직후 평생을 함께할 기업으로 키울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다 보니 독서만 한 게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지금도 북리뷰 책을 직접 고른다. 대표가 조금만 소홀히 해도 직원들이 금세 눈치채서다.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은 회사 특성상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데, 그걸 기르는데 독후감 발표가 최고라고 했다. 
 직원들에게 회사 자랑을 부탁했다. "불필요한 야근이 없다"(온라인 광고 부문 김동영), "북리뷰 발표 습관 때문인지 직급 낮은 직원도 자기 의견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사공희지). 이런 답을 들었다. 
 
※‘책 읽는 마을’은 제보를 받습니다. 본지 지식팀(02-751-5389) e메일(won.minji@joongang.co.kr) 또는 2018 책의 해 e메일(bookyear2018@gmail.com)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